제조연대, '복수노조' 입장차로 집회 잠정 유보
제조연대, '복수노조' 입장차로 집회 잠정 유보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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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호 의장, 한국노총 중앙 입장 확인 위해 장석춘 위원장 면담 예정

한국노총 제조부문 연맹들의 연합체인 제조연대(의장 한광호 화학노련 위원장)가 오는 26일 예고했던 ‘복수노조ㆍ전임자 관련 조합원 결의대회’를 잠정 유보해 그 진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제조연대는 지난 7일 화학노련 사무실에서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26일 개최 예정이었던 집회를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제조연대 소속 화학노련 한광호 위원장, 금속노련 변재환 위원장, 섬유ㆍ유통노련 권영덕 위원장, 출판노련 이광주 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고무산업노련 조용수 위원장과 이날 옵저버로 참가를 희망했던 식품산업노련 백영길 위원장은 불참했다.

당초 제조연대 조합원 결의대회는 제조연대 소속 연맹 조합원들에게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를 폭넓게 알려내고, 정부에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 자율 결정과 교섭창구 단일화 반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한국노총의 투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산 하에 계획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대표자회의에서는 집회 기조와 관련해 각 연맹들 간에 상이한 의견이 도출돼 결국 26일 집회를 잠정 유보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연대 대변인인 정대중 섬유ㆍ유통노련 정책차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전임자 문제에 관해서는 각 연맹의 이해가 일치했으나 복수노조와 관련해 연맹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못했다”며 “제조연대 내부적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집회를 성급하게 결정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조연대 내 의견 불일치

현재 제조연대는 화학노련과 금속노련이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번 제조연대 집회 무산으로 드러난 바에 따르면 화학노련은 복수노조 찬성ㆍ교섭창구 단일화 반대를 주장하는 반면 금속노련은 전임자ㆍ복수노조와 관련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조항을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금속노련은 복수노조 자체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

특히 금속의 경우 소속 사업장 중 대공장노조에서 복수노조를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조연대의 다른 연맹인 섬유ㆍ유통, 출판, 고무산업노련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대략 금속노련과 생각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제조연대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화학과 금속이 복수노조와 관련해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번 집회가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는 조합원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며 “현장의 혼란이 가속될 것이란 일부의 우려에도 조합 스스로 조합원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복수노조를 반대한다는 것은 노조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원인은 한국노총?

이렇듯 제조연대의 각 연맹이 복수노조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결국 한국노총 중앙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장석춘 위원장이 지역순회 간담회를 통해 지역과 단위노조의 복수노조 반대 목소리도 필요하다는 언급이 계속되면서 자칫 제조연대가 복수노조 찬성ㆍ교섭창구 단일화를 주장했다가 후에 복수노조 반대가 한국노총의 입장으로 정리되면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제조연대는 복수노조에 대한 한국노총 중앙의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제조연대 한광호 의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한국노총 중앙의 입장이 불분명하고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의 교섭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현장에서는 어떤 액션을 취하기가 부자연스러운 것 아니냐”며 “다음 주 초에 장석춘 위원장을 만나 중앙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들은 후 집회의 내용을 확정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