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의 ‘나눔’과 ‘연대’가 있기에 ‘광주은행’이 있다
지역민과의 ‘나눔’과 ‘연대’가 있기에 ‘광주은행’이 있다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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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가 아닌 직접 참여 통해 ‘함께 호흡하기’ 실천
광주은행노동조합

한때 은행원들이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안정된 직장이자 화이트칼라의 대표로 인식됐던 것이다. 그러나 IMF를 거치면서 은행가에 불어닥친 ‘삭풍’은 혹독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랬지만 특히나 은행가에는 구조조정과 합병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광주은행 또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지방은행들이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광주은행은 아직 건재하다. “지방은행으로서 IMF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광주은행 살리기 운동’을 벌였던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노동조합 하희섭 위원장은 말한다. 그리고 이런 지지가 가능했던 것은 평소 노동조합의 ‘나눔’과 ‘연대’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졌던 것도 한몫했다.

 

꾸준한 활동만이 지역민의 마음을 연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다양한 ‘나눔’과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동조합의 재정자립도와 조합원들의 다양성 등을 고려할 때 개별 노조가 하나의 ‘나눔’ 활동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광주은행 노동조합이 현재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만도 4~5개에 이른다.


활동의 형태도 다양하다. 노동조합 전 조합원들은 분기나 월마다 1개 지점당 지점 인근의 도움이 필요한 시설을 대상으로 한 가지 나눔활동을 하는 ‘1.1행 운동’과 ‘끝전모으기 운동’을 통해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운영위원회 간부들은 정기적으로 불우시설을 방문하여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9월에는 ‘결식아동돕기 사랑의 호프데이’를 열고 있으며, 5월에는 조합원들이 내놓은 물품으로 ‘아름다운 가게’를 열기도 했다. 또 전체 조합원들의 월급에서 만원 정도를 공제하여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 및 무의탁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 위원장은 “처음에 한 가지 활동만 시작할 때는 주민들이 ‘하다가 말겠지’라는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오라면서 모두들 반겨준다”며 ‘나눔’ 활동이 지속적이고 다양하게 지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광주시청 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호프데이’ 때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좋은 일 할 기회를 우리에게는 왜 안 주냐?”면서 조합원들과 같이 어울리며 성금을 내고, 주변 지역 부녀회에서 단체로 와서 성금을 내기도 했다. 이제는 노동조합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역민들 속에 융화된 더 큰 나눔의 마당이 된 것이다.

 

노동조합 외부적 상황에도 관심 기울여야

 

보통 노동조합 활동은 노동조합의 구성원들인 조합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한정된다고 인식한다. 최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상대적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사회단체들이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내부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뿐만 아니라 외부의 복지 향상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이러한 활동들이 생색내기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 위원장은 강조했다. 작더라도 실질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


하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활동이 시혜적 차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노동조합이 어떻게 ‘비춰지는가’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또 그것이 조직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을 위해 나눔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시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를 해야 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순수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 때

 

노동조합의 다양한 ‘나눔’과 ‘연대’ 활동 중에서 조합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사랑의 호프데이’와 같이 전체 조합원들 개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라고 한다. 자신이 몸을 움직여 남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조합원들도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나누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별적으로 활동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 부위원장 자신도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직접 체험하는 활동을 하게 됐는데, 아직도 사회적으로 직접 체험 나눔활동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성금지원보다는 같이 몸을 부대끼면서 빨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활동들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게 김 부위원장의 바람이다.


하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부족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사회 지도층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동참이 필요하고 이러한 동참들이 순순한 연대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계의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서 사회적 차원의 복지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기대라는 설명이다.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가족들과 함께 ‘나눔’과 ‘연대’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고, 사업 범위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큰 빛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작은 빛들이 모여 세상을 밝히는 ‘반딧불이’가 되고픈 노동조합의 행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