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지만 미치지 못하는 세상
미쳤지만 미치지 못하는 세상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09.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장 하승립
출근 길, 어디선가 노래 한 곡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 종일 그 노래를 입속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그날 하루는 그 노래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지요.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떠올리게 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불광불급(不狂不及)’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늘상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하지만 자주 잊고 사는 말입니다. 무언가 미치지(及) 못했을 때 나는 과연 그 일에 미쳤었나(狂)를 생각해 봅니다. 미치지도(狂) 않고서 미치기(及)를 바라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미쳤지만(狂) 미치지(及)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제끼는 것보다 더 큰 ‘광기’를 인터넷 언론보도를 보면서 느낍니다. 영향력 깨나 있다는 유력 일간지들의 인터넷판 기사들은 저주와 증오로 가득합니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언론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더 큰 광기는 댓글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적당한 익명성과 집단성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자기 편이 아니면 무조건 ‘죽일 놈’이고 ‘미친 놈’입니다. 그 속에는 저주와 독설을 넘어 섬뜩한 살기마저 비쳐집니다. 어떠한 논리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토론이란 애시당초 불가능합니다. 자신만의(혹은 자기편만의) 저주가 있을 뿐입니다.


요즘 화제를 뿌리고 있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정신을 놓은’ 여자로 나오는 강혜정은 이렇게 묻습니다. ‘내 미친 거 니 말고 딴사람도 마이 아나?’ 그들은 스스로의 광기를 과연 알고 있을까요. 광기가 지배하는 세상은 무섭기보다는 슬픕니다.


어디 정치적인 문제에서만 그렇겠습니까. 사회 곳곳에서 자기와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을 몰아붙이고 배척하고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부디 열린 마음과 열린 귀를 갖고 제대로 논쟁하고, 그 가운데 합의된 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리하여 건강하게 미친 세상을 꿈꿔 봅니다. <참여와혁신>은 여러분 기대에 미치고 있나요? 아직 미치지 못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저희 제작진이 덜 미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고 <참여와혁신>이 제대로 미쳐(及) 여러분을 흠뻑 빠져들어 미치게(狂) 하겠습니다. 그 ‘즐거운’ 미침(狂, 及)에 함께 해주십시오.

 

이번호에서는 ‘산업기술 해외 유출’ 문제를 심층진단했습니다. 해마다 핵심기술들이 공장의 해외이전, 인수합병,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등의 과정에서 나라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업정보의 해외 유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고, 또 고용까지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노사관계의 중심축이 작업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최근의 흐름도 진단해 봤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작업장혁신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아울러 ‘작업장혁신에 대한 진실 혹은 오해’를 통해서 노사간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은 없는지를 모색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