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도, 지역상인도 같이 먹고 살자
노동자도, 지역상인도 같이 먹고 살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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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서비스연맹,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 및 정기휴점제 촉구
유통노동자‧지역상권‧고객 보호 차원에서 시급하게 규제해야

wsjung@laborplus.co.kr

전국민간서비스노동조합연맹(위원장 강규혁, 이하 서비스연맹)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의 과열경쟁 양상으로 유통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지역상권 붕괴가 지속되고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 및 주1회 정기휴점제의 즉각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비스연맹은 16일 오전,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영업시간 연장 반대! 주1회 정기휴점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강규혁 위원장은 “IMF 이후 대형유통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지역상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대형백화점과 마트 등이 1주일에 한 번 문을 닫는다면 지역상권도 살아나고 노동자들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당위원장은 “대형유통업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횡포부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여기 신세계 백화점도 1주일에 하루를 쉬면 영등포역 주변 상인들도 함께 먹고 살 수 있다”고 대형유통업체의 정기휴점제를 촉구했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시간 연장 계획했다가 슬쩍 취소

영등포 신세계백화점은 일명 타임스퀘어로 불리며 영등포역 앞에 있던 기존 신세계 백화점과 경방필 백화점이 합쳐져 이날 새로 오픈했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현재 관행적으로 오전 10시 30분 개점해 오후 8시에 폐점한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 노동자들은 개점 1시간 전 출근, 폐점 1시간 후 퇴근으로 하루 12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주말 세일, 바겐세일 기간이 되면 은근슬쩍 폐점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가량 늘려왔었다.

그러나 영등포 신세계백화점측은 오픈을 앞두고 폐점시간을 아예 오후 10시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 서비스연맹 등 노동계와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계획을 취소했다.

민간서비스연맹 박상은 사무처장은 “신세계백화점 측의 영업시간 연장 계획에 인근의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도 영업시간 연장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비록 신세계백화점 측에서 이 계획을 취소했으나 과열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시도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서비스연맹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고개를 숙인채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주1회 정기휴점제 시행을 촉구하는 피켓이 놓여져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주1회 휴점제로 좋아지는 것은?

또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주1회 휴점제를 즉각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백화점은 한 달에 한 번, 대형마트는 휴무일 없이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5일 근무가 시작됐음에도 유통업계 노동자들은 1주일에 하루 쉬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는 자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입점업체) 직원들이 매장에서 판매 및 관리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체 직원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노동계는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협력업체의 경우 대형유통업체의 지시를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에 관해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도 대형유통업계는 유통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에 대한 고려 없이 과열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만을 내세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연맹은 주1회 휴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주1회 휴점제를 통해 유통 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건강권을 회복하고 이에 따라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 양쪽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의 영업권을 보장해 줄 수 있어 지역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유통업체측에서는 주1회 휴점을 이용해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을 통해 안전한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 강제성 부여해야

그러나 서비스연맹의 이러한 촉구에도 주1회 휴점제가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대형유통업체를 강제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유통업체의 점포 개설이나 사업시행을 시장‧구청장‧군수에게 등록하는 등록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형슈퍼마케(SSM)을 규제하기 위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14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정작 영업시간, 주1회 휴점, 품목제한 등은 허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119민생희망운동본부 송재영 본부장은 “대형유통업체의 횡포로 주변 상권이 몰락해 자영업자의 50%가 문을 닫을 것이란 통계자료가 나왔다”며 “현재와 같은 등록제에서는 영업시간, 주1회 휴점제, 품목제한 등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태라면 누가 지역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책임질 것이냐”며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유통업체의 매장 개설 지역 및 영업시간, 주1회 휴점, 품목제한 등을 포함한 허가제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