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투표지는 어떻게 투표함에 들어갔을까?
백지투표지는 어떻게 투표함에 들어갔을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09.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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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된 선거구 선관위 사실확인서 공개
경남지회 선관위, “부정투표 아니다” 해명
[6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3대 지부장을 뽑는 선거가 백지투표지 1장으로 인해 재투표까지 거론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발단이 된 백지투표지 1장이 어떻게 투표함에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사건의 발단을 짐작케 하는 공문이 공개됐다. 17일 모 후보 선거대책본부 자유게시판에 공개된 이 공문은 지난 16일자로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현대자동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발송한 사실확인서이다.

▲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 명의의 사실확인서. 주소와 전화번호, 선관위원 및 참관인들의 이름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함.

이 공문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와혁신>은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와의 통화를 거쳤다. 전화통화에서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문 내용은 모두 틀림없다”고 확인했으며, 공문에 나타나지 않은 몇 가지 사실을 추가로 밝혔다. 그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문제의 발단은 현대자동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용지를 교부할 때 251장을 보낸 데에서 비롯됐다.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표용지 교부는 참관인들과 출장자 등을 감안해 관례적으로 10여 장의 여분을 더 보냈는데, 보통 10장 단위로 떨어지게 교부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수령한 투표용지는 모두 251장으로 일련번호는 시작과 끝이 모두 ‘3’이었다. 투표가 모두 종료된 후 투표자 수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자리에 있던 기호 1번과 기호 2번의 참관인들과 이 ‘문제’의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 투표 당일 기호 3번과 기호 4번은 경남지회 선거에 참관인을 보내지 않았다.

논의 결과 선관위원들과 참관인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를 교부하면서 250장을 보낸다는 것이 착오로 251장을 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더 왔다고 판단한 1장의 투표용지를 아무 것도 표기하지 않은 백지로 투표함에 넣기로 ‘만장일치’의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경남지회 투표함에는 실제 투표에 참여한 226명의 투표용지 외에 ‘여분’의 백지투표지가 더해져 모두 227장의 투표용지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시 논의에 참가했던 선관위원들과 참관인들이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모두의 동의 아래 백지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개표 과정에서 투표자 수보다 1장 더 많은 투표함이 문제가 되자, 2시간여 동안 개표를 중단하고 논의한 끝에 ‘해당 투표함을 개표하지 않고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재투표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해당 투표함을 제외한 다른 모든 투표함을 개표한 결과 2위와 3위의 표 차이는 불과 86표에 불과했다. 표 차이가 경남지회 투표자 수인 226명보다 적어 해당 선거구의 결과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투표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결정을 내리고도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고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7시 현재 현대자동차지부의 홈페이지와 현대자동차지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고 있으며, 전화 역시 받지 않고 있어 사실확인서와 관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경남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문제는 투표가 모두 종료된 후에 선관위원들과 참관인들의 합의에 따라 백지투표지를 투표함에 투입한 만큼, 일부에서 제기하는 부정투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