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속개 무산…사태 장기화 가능성
개표 속개 무산…사태 장기화 가능성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09.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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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간 감정싸움 양상 속 선관위 ‘개표 보류’ 선언
[8신] 백지투표용지 한 장이 들어있는 ‘문제의 투표함’을 일단 개표하려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선거관리위원회의 계획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이번 주를 넘기게 돼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오늘(18일) 오전 회의를 통해 1장의 백지표가 포함된 227장의 판매위원회 경남지회 투표용지를 개표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개표를 해보고 개표 결과 문제가 된 1장이 결선투표 진출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재논의 한다는 계획이었다. 즉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재투표로 가지 않고 1차 투표 결과를 확정짓고 사태를 종결시키겠다는 의지였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파국을 막기 위해 대승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해당사자인 기호 2번 홍성봉 후보 진영도 ‘더이상 혼란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유인물을 내고 “상대 후보 측에서 재투표가 홍 후보 때문에 결정됐다고 음해했다”며 “1, 3번 후보가 이를 공개사과한다면 조합원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오후 1시30분으로 개표를 속개하려 하는 순간 홍성봉 후보가 속한 현장연대 조직원들이 선관위 사무실을 찾아 강력하게 항의해 개표는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조직원들이 격앙돼 있어 지도부도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 선관위원장을 비난하는 ‘괴유인물’이 배포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선관위원장이 특정 현장조직 출신이기 때문에 재투표를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는 다시 회의를 열고 ‘개표 보류’를 선언했다. 선관위는 일단 개표 하지 않고 ‘괴유인물’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기호 2번 홍성봉 후보 진영에서 ‘재투표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다른 후보 진영에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 각 선대본의 입장을 답변서 형식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투표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상세하게 정리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18일 개표는 무산됐고, 추후 논의도 다음주로 미뤄졌다. 하지만 각 후보 진영의 감정이 격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비난전 양상을 띠면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조합원들의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재투표 없이 개표를 속개할 경우 결선투표까지 다음 주중에 모두 마무리할 수 있다. 재투표를 실시할 경우 부재자들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하는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빠른우편 등을 이용하면 3~4일 정도로 단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