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노동3권 헌법 제외’ 발언, 일파만파
박기성 ‘노동3권 헌법 제외’ 발언, 일파만파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9.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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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ㆍ정치권, 일제히 박 원장 사퇴 촉구…청와대ㆍ한나라당 곤혹

▲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보수우익 단체인 뉴라이트 출신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의 ‘노동3권 헌법 제외’ 망언으로 전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계와 정치권이 분노의 목소리로 박 원장의 해임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원장은 전날인 17일, 국회 정무위의 노동연구원 2008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심의에 출석, “사석에서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게 소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그게 소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물의를 일으켰었다.

이에 노동계와 야당은 노동3권을 부정하고 헌법을 무시한 박 원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촉구했으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박 원장의 발언으로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노동계, “정작 ‘삭제’돼야 할 것은 박기성 원장”

민주노총은 18일 성명을 통해 “박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아예 없애는 내용의 발표를 준비했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연단에 서지도 못했던 인물”로서 박 원장의 ‘반노동 친자본’ 언행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정작 ‘삭제’돼야 할 것은 헌법상의 노동3권이 아니라 박기성 원장”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닌 노동연구원장이 ‘노동3권이 헌법에 필요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라며 “다른 자리도 아닌 국회 상임위에서 1천5백만 노동자의 기본권을 폄훼하는 발언을 늘어놓았으니, 자기 기관의 위상 추락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뿐 아니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원장은 친기업적-반노동적 언행을 일삼으면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여 노사관계를 극도의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갔는데 어제 사건으로 그 원인이 밝혀진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노동3권마저 폄하함으로써 노동연구원의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가치관과 최소한의 양식마저 결여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임명권자인 청와대가 나서서 박기성 원장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박 원장의 발언이 '망발'이라며 분노했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제외하는 것이 자신의 소신이라는 박기성이라는 사람이 노동연구원장으로 있다. 도대체 완전히 거꾸로다”며 “헌법에서 노동3권을 배제시키는 것이 소신이라는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은 소신대로 살 수 있도록 뉴라이트로 보내고 노동연구원장에서 즉각 해임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백성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번 망발은) 전태일 열사가 청계천 골목길에서 온몸에 불을 붙이고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한 줌 재가 된 노동운동의 역사를 짓밟는 천인공노할 발언”이라며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노조와의 교섭을 무시하고 어제는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소신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한국노동연구원장 자격 박탈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도 이지안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자신의 주무 연구 분야인 ‘노동’에 관해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낸 노동연구원장의 어제 발언은 자못 용감하기까지 하다”고 비꼬았다.

진보신당은 박 원장이 “OECD 국가 중 헌법에 노동권을 규정한 나라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이 자국 헌법에 노동권을 명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박 원장은 본인 소신과 맞지 않는 자리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며 “본인 소신이 그렇다면 전경련에서나 일할 것이지 왜 노동연구원장 자리에 앉아있는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 지난 8월 6일 한국노동연구원 정문 앞에서 공공연구노조 한국노동연구원지부(지부장 이상호) 주최로 열린 단협해지 규탄 기자회견. ⓒ 참여와 혁신 포토DB

계속되는 사고에 우울한 청와대

박 원장의 망언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노동연구원 2008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심의에 참석했던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그 자리에서 박 원장에게 “교수를 한 사람이 그런 엉뚱한 소리를 할 수 있느냐. 이명박 정부를 대표하니 말을 조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또한 18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박재완 청와대 정책수석은 전날 박 원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소신과 달라도 고위 공직자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신임 장관들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비리 의혹들이 드러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 박 원장의 발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렇듯 박 원장의 '망언'으로 노동계와 정치권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