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과 지역민 속으로 내딛는 작은 발걸음
조합원과 지역민 속으로 내딛는 작은 발걸음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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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행노동조합, ‘스며드는 노동조합’을 꿈꾸다

전주에 소재한 전북은행 본점을 들어서는 순간, 플래카드 하나가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사회공헌기업 대상’을 수상하고, ‘2005년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것 외에도 ‘2005 대한민국서비스만족대상(금융서비스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올해 전북은행은 상복이 터졌다.

 

지주회사로의 편입 등 지방은행들의 자립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얻은 성과라서 그 의미가 더 커 보였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 ‘전북은행 지역사랑봉사단’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사회공헌팀이라는 부서를 통해 사회봉사를 해 온 것에 반해 ‘지역사랑봉사단’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는 바로 전북은행 노동조합(위원장 이강본)이다.

 

2003년 현 집행부가 출범하고 그 해 6월에 출범한 ‘지역사랑봉사단’은 “사회공헌활동에 있어서 노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까지 노동조합운동에서 유일무이한 노동조합의 자발적 단체이다.


벌써 출범 3년째를 맞고 있는 지역사랑봉사단은 ‘무료경로식당 급식비 지원 및 자원봉사’ ‘종합경기장 환경정비’ ‘도내 백혈병 어린이 돕기’ ‘모악산 자연정화캠페인’ ‘무의탁 독거노인돕기’ ‘성인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방문’ ‘삼성보육원과 함께하는 사랑의 외식나들이’ ‘소년소녀가장돕기 사랑과 희망의 호프데이’ ‘사랑의 연탄배달’ ‘아름다운 가게 차량기증’ ‘2005년 호우피해 긴급복구’ 등 모두 소개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총 직원 900여 명 중 조합원은 500여 명인 그리 크지 않은 노동조합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 많아 보인다. 하지만 노동조합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더 해야 하는데 업무상 바빠서 그러지 못해 부끄럽다고 한다.

  

작더라도 자발적인 봉사가 ‘진짜’

 

지역사랑봉사단이 출범한 이후 사회공헌활동 행사가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적은 없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느끼는 게 진짜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 ‘조금 적게 할지라도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진실되게 봉사하자’는 것이 전북은행 지역사랑봉사단의 생각이다. 한 두번의 보여주기 식 봉사가 아닌 조용조용 꾸준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참석하지 않느냐고 강요하지 않아도 ‘모악산 환경정화캠페인’에는 전 직원이 참여하고, 지점별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시간을 내 독거노인들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쌀과 김치, 반찬을 전달하는 등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봉사활동을 해 본 사람만이 가슴 뿌듯해지는 감동을 안다”며 해 본 사람들은 또다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게 양미화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조합원들도 단순히 성금모금이 아닌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속한 노동조합을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그리고 좀 더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 보고자 하는 의욕도 커져가고 있다. 이강본 위원장은 “노조가 임금과 복지에 활동 초점을 맞추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조합원들도 노동조합이 은행의 문제점을 그때그때 짚어내 문제제기할 수 있길 더 바란다고.

 

봉사활동은 ‘쌍방향 작용’


“내 맘 가지고, 자기 생각을 가지고서 봉사활동을 하면 안 돼요. 자신은 봉사활동을 했으니까 뿌듯하고 기분 좋을지 몰라도 상대방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어요. 봉사활동을 하는 것만큼이나 사전 교육이 중요하죠. 특히 보육시설과 같은 시설 안에서는 반드시 먼저 교육을 받아야 해요.”


양미화 부위원장은 봉사활동에 대해 ‘베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오해들을 하고 있다면서, 봉사활동도 여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쌍방의 작용’이지 결코 ‘일방의 작용’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의 사회복지사들 및 사회봉사단체 등 지역에 있는 기관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

 

조합원은 곧 지역민이자 국민


IMF를 겪으면서 많은 지방은행들이 사라지거나 지주회사에 편입됐다. 이강본 위원장은 “지방은행이 살아남을 길은 도민과 밀착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이 작게라도 지역민들과 밀착하려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조합원과 지역민들에게 ‘스며드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지역민이나 국민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과 지역민은 곧 조합원의 가족이고, 조합원도 국민과 지역민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 속에서 노동조합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노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전북은행 노동조합의 생각이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내딛은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조합원들과 지역민을 하나로 만들고, 이미지 제고를 통해 회사의 경영실적을 향상시켰다. 앞으로도 지금의 걸음이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계속되어 노동운동의 큰 길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