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다면서 다른 쪽에선 공장 증축?
폐업한다면서 다른 쪽에선 공장 증축?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10.0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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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향, 본사 폐업하고 자회사 증축공사 의혹
위장폐업 주장에 "리모델링일 뿐"…한국음향노조 전면 파업 돌입

ⓒ  한국음향노동조합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을 통보했던 한국음향(주)의 자회사인 영주음향(주)이 최근 증축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위장폐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금천구 구로3공단에 위치한 한국음향(주)은 현대ㆍ기아자동차 및 GM대우자동차에 카스피커를 납품하는 회사로 지난 4월 30일 환율폭등, 일본계 대표주주의 경영의지 상실, 비협조적인 노동조합 등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한 바 있다.

한국음향노동조합(위원장 노윤철)에 따르면 한국음향 채종득 대표이사는 본사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하면서 "본사 폐업 이후 자회사들도 차례로 폐업할 것"이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자회사 영주음향이 설비 개선을 진행한 것이 밝혀져 폐업의 진위에 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노윤철 위원장은 “25일 영주음향을 방문해 사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증축공사에 대해 자세히 정리가 된 기획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안에는 제조라인 200평 증축. 제품창고 부품창고 증설. 사무실 리모델링 관련 공사를 10월 1일부터 시작해 10월 30일까지 완료한다는 레이아웃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음향노조는 사측이 노동조합이 있는 본사를 위장폐업하고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영주음향으로 물량을 빼돌려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음향노조 조미영 사무국장은 “기획안을 통해 한국음향 폐업완료 다음날인 11월 1일부터 영주음향의 새 라인이 가동될 것이라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한국음향은 명백한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품의 최대수요처 현대자동차에서 이미 영주음향의 설비 심사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주음향 측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증축이 아니라 단순히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며 “현장이 낙후돼 개선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영주음향 측은 증축이 아닌 리모델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단 설비개선 공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이사가 본사에 통보한 폐업이 위장폐업일 수 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조 사무국장은 “사측이 서울 본사 공장을 철수하고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려는 것”이라며 “여기(구로) 땅값이 천억 정도인데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면 임대료가 엄청나 공장 운영보다 훨씬 이익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영주음향은 생산직 직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생산단가를 낮추기 용이하다"며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본사만 폐쇄하려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폐업철회투쟁을 진행해온 한국음향노조는 7일 1시 파업출정식을 갖고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희망퇴직을 권하고 있는 사측에 대해 조 사무국장은 “폐업 통보에 대해 노조가 부당해고로 고발하는 상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측의 부당행위에 법적공방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