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다 빼고 자기들 맘대로?
노사 다 빼고 자기들 맘대로?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0.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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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에 청와대ㆍ기재부 개입 의혹 제기
노사정위 활동 중단 선언…양대 노총 참여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제안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 특별 기자회견에서 장 위원장이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 등 노사관계 주요 핵심 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경제 관료들이 노사 당사자를 배제하고 폭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8일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및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강제 반대투쟁 선포 한국노총 위원장 특별 기자회견’에서 장 위원장은 “최근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과 청와대 윤진식 경제수석 등의 주도 하에 노동배제 정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그들은 P교수, L교수, K교수 등이 참여하는 비밀 TF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월 경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의 주도 하에 기획재정부의 고위 정무직인 N씨가 경제단체 고위 책임자와 관료들에게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 등 모든 노동개혁은 노동부나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할 것이므로 이에 거스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며 “노동부로 하여금 관련 법안을 제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N씨는 국내 굴지의 L그룹, S그룹, P그룹 등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에게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는 현행법대로 시행하겠다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의 이날 폭로는 청와대와 경제관료들이 노사간의 합의가 중요한 노사관계까지 깊숙이 개입해 MB정부의 반노동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노동관련 부서인 노동부와 사회적 합의체인 노사정위원회까지 배제하고 복수노조를 반대하는 기업들에 압박을 가하는 행태까지 벌였다는 점에서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장은 “한국노총은 노동조합을 말살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려는 경제관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엄청난 자괴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한국노총과 노동계 전체의 극한적인 투쟁이 초래할 불상사를 예방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동안 일부 경제관료들이 밀실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온 것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조사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한국노총은 전날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노사간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합의가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의 ‘복수노조시행과 전임자임금지급금지’에 관한 논의를 이날부로 중단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에서 상무위원회까지 진행되고 있던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는 더 이상의 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향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의 각종 위원회,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 정부와의 모든 대화에서 탈퇴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장관이 노사간 대화도 무시하겠다는 마당에 모임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약 70여 개에 이르는 각종 위원회에서도 탈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양대노총과 경총 및 대한상의, 그리고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등 6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제안한다”며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시급한 현안인 노조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법과 공기업정책 등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는 쟁점들과 현재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임금근로시간 제도개선과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 등 노사문화와 노사관계 전반의 선진화 방안까지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협의체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포괄하는 협의체로서 노동계 전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