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활동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죠”
“현장 활동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죠”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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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을 멀리하면 조합원과의 거리 가까워진다
금속노조 충북지부 위니아만도지회 강종식 대의원

‘십년이 넘도록 한결같은 사람이다’, ‘언제나 현장 속에 있는 사람이다’, ‘열심히 하는 걸로 치면 따라올 사람이 없는 활동가다’ 금속노조 충북지부 위니아만도지회 강종식(41) 대의원을 두고 주위 사람들은 이런 평을 내 놓는다.


89년 만도기계 시절에 입사해서 쭉 조합활동을 해왔으니 올해로 16년차. 만도기계 노동조합 조사통계부장·홍보부장 대전지부 부지부장 등을 거쳐 지금은 위니아만도 아산공장에서 대의원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활동의 비결을 묻자 “운동에 무슨 비결이 있나요, 그저 남들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거죠”라며 무뚝뚝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한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그가 요즘 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은 노동조합 활동이 원칙과 기본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강종식 대의원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 생긴 ‘거리’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대의원을 해도, 조합원들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조장을 빨리 달기 위한 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무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동료 작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니까 당연히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는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이 이런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하면서부터 스스로 특권화되고 조합원들의 삶 속에서 한발씩 멀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조합간부의 경우에는 임기가 끝나면 자기가 원래 있던 부서로 가는 게 아니라 좀 더 편한 부서로 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조합원들 인식이 ‘ 조합 간부들은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면 조합 활동에 신뢰를 보이지 않겠죠”

 

그래서 강종식 대의원은 가능하면 자신의 활동과 관련된 일은 월차 등을 이용하고 작업시간에는 철저하게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평소에 신뢰를 쌓아 나간다고 한다.


끊임없이 생각을 나누려고 노력해라

 

언제나 현장을 열심히 누비고 다니는 그에게 요즘 또 다른 일이 하나 생겼다. 임단협 중심의 조합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2005노동자통일선봉대’ 활동에 지원한 것. 하지만 조합원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직은 경제적인 문제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게 현장 정서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더 많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그는 지난달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홍보물을 발행하고 있다. 혼자서 기획과 편집을 다 하고 조합의 복사기를 이용해서 만든 후 식당 앞에 놓아둔 것이 벌써 8회째. 단순히 배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보는지도 나름대로 분석하고 반응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뭔가를 성급히 설득하려 들기보다는 그냥 제 생각을 나누고 싶은 겁니다. 제가 세상을 바로 보게 되면서 느끼는 기쁨 같은 것을 함께 느껴볼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일이죠.”

 

유연하게, 그러나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처음 조합활동을 할 때는 ‘용감하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무조건 행동이 앞서고 그것을 ‘실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실천적인 것만큼이나 슬기롭게 대처하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의원들과 함께 현장 노사관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반장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의 유연함이 엿보인다. “그 사람들도 다 조합원인데 적대시할 필요가 있나요. 다만 회사 내에서는 중간관리자의 역할, 라인에서는 작업지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한 입장이라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대하는 방식, 조직하는 방법이 달라져야죠” 그는 ‘진짜로 싸워야 할 때’와 ‘협상을 해야할 때’를 잘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이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혼자서 고민해 볼 때도 많다. 그런 고민은 그의 활동에 균형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원칙’ 이 흔들리면 노사관계도 흔들린다

 

만도기계 시절에 활동을 시작한 강종식 대의원은 위니아만도에서 활동하면서 노사 모두 원칙적이지 않은 것에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노사 모두가 주고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회사가 원칙이라고 했던 것을 쉽게 꺾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음성적으로  들어주니까, 조합원들도 뭔가 나서서 하기보다는 기대려고 하고, 작은 이해관계에 원칙을 져버리고 하는 일이 거듭되는 거죠”
그는 회사와 조합원, 노동조합가 활동가 모두가 다시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리더십을 되살리기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작한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작업시간이 10분 지나있었다. 강종식 대의원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다 “빨리 현장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신의 10분 공백이 동료들의 일을 더하고, 작은 불신을 만들 수도 있다는 그의 ‘고지식함’이 후텁지근한 공장의 시원한 소나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