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농협 신경분리 갈등
날선 농협 신경분리 갈등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10.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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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개혁 둘러싼 노사정간 의견 난립
노조 공투본 결성, “회장 퇴진·대의원총회 안건 부결로 대응”

▲ 반농협·반협동조합 신경분리 저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은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협동조합노동자 총단결 결의대회’를 열고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결의한 지주회사방식의 사업구조개편안에 대해 반발하며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의 퇴진과 조합원 제명을 요구했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농협 개혁을 놓고 노사정간 각자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는 농협중앙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안을 확정하는 한편 정부의 농협개혁위원회안에도 반대하고 있어 당분간 노사정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농협 개혁안은 2007년 ‘농협사업분리 방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코자 농협과 학계, 민간단체들이 다각도의 연구를 거쳐 2017년까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농협개혁안은 다시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07년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10월 정기국회에 신경분리안을 상정해 2010년부터 추진해 2012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축협 노동조합들은 2011년까지 신경분리시 급속한 지역농협 합병 및 퇴출로 인해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을 우려해 원안대로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농협개혁위원회와 농협중앙회가 내놓은 지주회사설립에 대한 건, 명칭 변경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이를 둘러싼 농협 개혁에 대한 안은 3가지로 농협개혁위원회와 농협중앙회, 농민단체 및 노동조합들이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농협중앙회란 명칭을 ‘농협경제연합회’로 바꾸고 대출과 융자 등을 다루는 ‘상호금융연합회’를 독립시켜 사업별 연합체제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농협경제연합회를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나누어 자산을 출자하여 독립적인 자회사를 설립해 독자적인 사업을 진행하자’고 주장한다.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사업구조를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나누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농협중앙회라는 명칭변경과 상호금융을 따로 독립하는 데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농협개혁위원회는 개편시기를 2011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반면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는 2012년, 경제지주는 2015년까지 변경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농민단체와 전국농협노조는 금융지주가 아닌 연합회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안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를 해체하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교육지원 사업을 각각 분리해 연합회체제로 전환하자는 것. 이를 통해 투자사업 중심이 아닌 상생과 협동이라는 협동조합의 본 의미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27일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농협중앙회의 자체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혀 정부의 농협개혁위원회안과 노조의 금융지주회사 반대요구를 사이에 두고 맞서고 나섰다.

이런 입장에 대해 정부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중앙회의 안이 추진력의 면에서 한계점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최종적인 신경분리안은 정부의 안과 절충된 안이 될 것”이라며 “농협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농협중앙회의 대의원총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신경분리안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사무금융연맹 NH농협중앙회노조(위원장 이영초), 전국축협노조(위원장 이윤경), 전국사무연대 농협중앙회지부(지부장 배삼영), 금융노조 농협중앙회노조(위원장 남기용)는 반농협·반협동조합 신경분리 저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만5천여 명의 노조원들과 함께 ‘협동조합노동자 총단결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투본은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의결한 지주회사방식의 사업구조개편방안은 농업을 말살하는 협동조합 구조조정”이라며 27일 열리는 조합장 대의원총회에서 신경분리안을 부결시키고 권역별 집회와 대정부 및 대국회 투쟁을 병행키로 결의했다.

또한 정부의 농협개혁위원회안에 대해서도 “농협 신경분리는 농협개혁을 빙자해 농업을 말살하려는 구조조정의 또 다른 수단일 뿐”이라며 “정부는 농정실패의 책임을 농협에 돌리고 신용사업을 관치금융 하겠다는 의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투본 의장을 맡은 남기용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번 지주회사방식의 신경분리를 추진하는 최원병 회장은 더 이상 농협 조합원의 자격이 없다”며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조합원에서 탈퇴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투본은 ▲ 신경분리 시 부족자본금 조달방안 공개 ▲ 지주회사 신경분리안 이유 설명 ▲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 찬반 조합장 총투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시 강력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최원병 회장의 퇴진과 조합원 제명에 대한 서명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