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망대] 첨단기계 멀리 도망가고 범용기계 바싹 추격당해
[산업전망대] 첨단기계 멀리 도망가고 범용기계 바싹 추격당해
  • 이면기_ 기계산업진흥회 연구위원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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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별 기술향상보다 업종별 공동대응 고민해야

이면기
기계산업진흥회 연구위원
일반기계는 그 범위가 매우 넓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다. 기능별로 살펴보면, 기어, 유압기기, 베어링, 동력전달장치 등의 기초부품과 내연기관, 터빈, 펌프, 압축기, 변속기 등의 능동기계 및 금속공작기계, 냉동공조기계, 건설광산기계, 섬유기계, 농업용기계, 식품가공기계 등의 완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후방 연관효과 높은 기계산업

 

기계산업의 특징은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기계의 품질 및 성능은 생산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며,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 등에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자본재산업으로써 전·후방산업간 연관효과가 높고 국가경쟁력 기반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기초부품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최소한 4~5단계의 가공, 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생산우회도 및 부가가치가 높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셋째, 일정한 주문에 의하여 생산하여 판매하므로 성능 및 규격이 다양하며, 생산설비의 자동화 및 성력화가 어려워 타 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넷째, 설계, 가공, 조립 등의 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워 첨단기계 분야에서는 선진국이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범용기계 분야에서는 후발 개도국 간에 값싼 임금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다섯째, 최근에는 기계기술에 전자·정보기술이 결합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들 기술 이외에 나노기술, 바이오 기술 등이 융합된 새로운 기계가 출현하여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자산업에서 수출주도산업으로 탈바꿈


일반기계의 국민경제상 위상을 살펴보면, 사업체 수는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기준으로 13.4%인 15천개, 종사자수는 11.1%인 304천 명이 종사하고 있다. 생산은 제조업의 8.2%인 61조원, 수출의 경우 7.6%인 193억불, 수입은 8.6%인 193억불을 기록하여 제조업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종사자수 부문에서 제조업은 1995년 2952천 명에서 자동화, 성력화 등에 대한 설비투자와 노동생산성 향상 등으로 2004년은 이보다 감소한 2732천 명이 종사한 데 반해, 일반기계는 자동화가 어렵고 주문에 의한 생산 비중이 높아 1995년 280천명에서 연평균 0.9%씩 증가하여 2004년에는 304천 명으로 늘었다.


일반기계의 생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수요 및 수출호조에 따라 매년 20%를 상회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로 생산이 크게 둔화되었으나, 1999년 곧바로 회복하여 2004년 현재 61조원을 생산하여 국민경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수출은 품질·기술경쟁력 확보, 브랜드이미지 향상 및 수출산업화 등으로 전산업 수출 증가율보다 높은 연평균 10.1%가 증가했다. 수입은 1990년대 후반의 경기부진과 외환위기로 수요가 감소하여 수입금액이 크게 줄어든 이후 수요가 일어나지 않아 2004년의 수입금액이 1995년 보다 적은 193억불에 그쳤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국산화기반이 취약하여 해외 의존이 심하고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였으나, 이제는 수출산업 역군으로서 우리나라 수출증가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면에서도 흑자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도기술 분야는 선진국과 10년 격차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일반기계의 교역은 2002년 기준으로 전세계 교역금액의 2.0%를 점유하여 세계 12위 교역국가에 위치하였다. 수출면에서는 전세계 일반기계의 50% 이상을 기술 및 품질 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이태리, 영국 등 5개 국가가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핵심기술부재 및 첨단기계 부문이 취약하지만, 범용기계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여 전세계 수출의 2.0%를 점유한 13위 수출국가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일반기계는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자주기술 노력과 기술도입으로 생산, 조립 및 가공기술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으나, 나노기술, 메카트로닉스기술, 바이오 융합기술, 사이버 엔지니어링 등 미래 선도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비교할 때 약 10년 정도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고부가가치화로 경쟁 파고 넘자


우리나라 일반기계의 강점은 무엇보다 동 산업을 둘러싼 전·후방 산업이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어 수요가 크게 유발되어 생산활동의 여건이 비교적 우수하다는 점이다. 약점으로는 아직까지 핵심부품 및 첨단기계에 대한 기술자립도가 부족하여 기술의 해외의존도가 크고 높은 생산비용으로 채산성이 취약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일반기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글로벌화 시대에 편승하여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제품의 기술우위만이 살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을 통한 연구개발보다는 한정된 연구인력과 연구개발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짧은 기간에 기술을 향상하기 위하여 동종 기업끼리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산자와 사용자 간의 기술, 정보의 공유와 밀접한 관계 유지가 요구된다. 사용자는 자기가 필요로 하는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산자에게 제공하고 생산자는 관련제품을 개발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제품판매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좁고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최근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여 수출시장에서 잠재력이 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BRICs 국가들과 경제통합으로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EU국가 등에서의 사업 기회를 포착하여 수출역량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기업은 생산제품을 고급화할수록 생산설비를 해외에 의존하려는 수입기계 선호의식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으므로 내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수입대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구매자가 국산 개발제품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산기계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보장해주는 제도인 품질보장제도의 개선 및 확대 시행이 요구되고 동 제도를 통하여 국산기계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일반기계가 선진국과 후발개도국 사이의 중간제품군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첨단·핵심기계류 부문은 기술 격차가 심하여 선진국을 추격하기 어렵고, 범용기계류 부문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들이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우리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일반기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및 품질에서 좀 더 차별화를 기하고 고부가가치제품을 생산하여 후발개도국보다 계속 앞서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