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을 모방하는 것은 이미 ‘블루오션’이 아니다
성공기업을 모방하는 것은 이미 ‘블루오션’이 아니다
  • 황수경_ 마케팅 컨설턴트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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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고객’이 레드오션으로의 오염을 막는 성공열쇠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 한해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였던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겁다. 또한, 블루오션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이를 실무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과 열기도 대단하다.

하지만, 어떤 전략이나 개념도 이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의 올바른 이해와 확고한 의지 없이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블루오션의 허와 실, 국내의 블루오션 개척 사례, 그리고 블루오션 성공을 위한 해법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블루오션 전략의 허와 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찾아 경쟁자라는 방해꾼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은 것은 모든 기업의 소망일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전혀 없던 새로운 시장 개발을 강조하는 블루오션 전략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블루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90년대 주창한 경영 전략론으로, 기존 시장(레드오션-치열한 경쟁으로 피바다를 이루는 시장)에서 경쟁해 이기기보다는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라는 주장이 그 요지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싸우고, 차별화를 위해 투쟁하며, 경쟁 우위를 위해서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었다. 이러한 시장은 ‘레드 오션(Red Ocean, 붉은 바다)’으로, 산업간 경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대신, 자신만의 법칙을 세우고, 경쟁 없는 시장 공간을 창조하자고 강조한다.

 

즉, 전략적 사고와 접근법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 공간에서 비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가치 창출’이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루오션 전략은 전략 영역에 있어서 일종의 킬러앱(Killer App : 최초로 시장에 진입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면서 시장을 지배하여 투자비용의 수십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제품이나 서비스)이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개념인지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블루오션과 비슷한 개념으로 틈새시장 전략이나 개척시장(다각화) 전략 등을 꼽아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 전략들도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그 곳에서 수익(가치)을 창출하라는 것이 주된 요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블루오션 전략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전략 개념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에 이전에 없던 전혀 다른 개념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자유롭게 운행하는 전략을 묘사하는데 ‘블루오션’이라는 용어가 시의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블루오션이 현재 기업 경영의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이유에 있어서도 너무나도 치열한 경쟁에 지친 경영자들의 고민을 다소 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개념으로 적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블루오션 전략이 기술혁신을 통한 블루오션 창출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고, 블루오션이라는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흡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를 실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분명, 아무리 애를 쓰고, 투자를 해도 노력한 만큼 얻어낼 수 있는 파이(시장 규모)의 조각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애쓴 만큼 보람(?)이 없었던 경영자들에게 한정되지 않은 시장의 규모와 비경쟁 환경을 강조한 블루오션 전략은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칫 블루오션 전략이 미래 성공 기업으로 나아가는 ‘만능열쇠’라는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내의 블루오션 개척 사례

 

블루오션 전략에서 아쉬운 점은 국내 사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다음에서 국내의 제품이나 서비스 중 블루오션이라고 불릴만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냉장고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시장 개척에 성공했던 위니아만도의 ‘딤채’가 대표적인 블루오션 사례가 아닐까 싶다.

 

딤채가 가지고 있던 핵심 가치는 그 동안 서구형 냉장고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개념이었다. 김치와 장류 등을 주로 많이 먹는 우리의 식습관과 마당이 없어 따로 김치를 보관하기 어려운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이 ‘김치 냉장고의 필요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음을 만도는 제대로 읽어냈고, 탁월한 기술 개발을 통해 결국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딤채가 개척해 놓은 블루오션 시장이 다시 레드오션 시장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또 다른 사례로 세스코를 들 수 있다. 세스코는 30년간의 해충 박멸 노하우를 지닌 전문기업으로, 국내 유일의 해충방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기업은 그 동안 일반인들에게는 터부시되거나, 꺼려지던 해충 박멸 서비스를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는 핵심 가치로 성공을 거둔 블루오션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세스코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의 성의 있고, 유머러스한 답변이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자체 전문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고 수준의 방제 전문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깨끗한 유니폼과 전문적이면서도 친절한 세스코맨 이미지를 심어주어 해충 박멸이라는 더럽고, 징그러운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라 하겠다.

 

이외에도 ‘비타 500’, ‘블루클럽’, ‘카트라이더’ 등이 현재 국내의 블루오션 개척 성공 사례라고 불리고 있다. 블루오션의 본질은 ‘모방’이 아닌 ‘가치창조’ 시장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개념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만 홈런을 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성공을 위해 기업 조직과 구성원들은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

 

첫째, 블루오션 전략 수행을 성공 전략에 대한 모방으로 전개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블루오션이라는 천연의 황금 시장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래도 블루오션에 발이라도 담그겠다는 심정으로 급하게 전략을 도입할 때, 블루오션으로 성공한 기업을 따라 하면서 생길 수 있는 오류이다.

 

성공 기업은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부러움과 모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성공 기업의 전략을 맹신하고, 이를 기준으로 시장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성공 기업의 전략을 재빨리 모방하려 한다. 하지만, 블루오션의 본질적인 개념이 모방이 아닌 가치 창조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창조의 기쁨과 성과가 더 값진 보물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둘째, 시장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오늘의 블루오션이 내일의 레드오션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딤채나 블루클럽 등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따라서 최초로 시장을 선점하여 이득을 얻은 ‘first mover advantage’를 누렸다면, 경쟁자들의 공격과 진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경쟁자들의 블루오션 진입 통로를 막을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이나 노하우)을 키우거나, 시장이 너무 성숙되어 이제 더 이상 블루오션이 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다시 개발할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가 요구된다.

 

셋째, 블루오션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레드오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도 필요하다. 기존의 시장과 다른 시장을 창출해 내자는 블루오션의 주장은 이미 기존 시장인 레드시장을 분석·비교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시장에 대한 조사나 분석 없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겠다는 것은 모래 속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루오션에서도 핵심은 고객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블루오션을 장기적으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도 고객을 핵심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만족과 충성도를 제고시켜주는 것이 경쟁자의 블루오션 진입을 막고, 수익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제 기업 조직과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블루오션 전략이 단순한 화두와 유행으로 끝나기 전에,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개발하여 혼자만의 여유로운 수확을 얻어낼 수 있는 식견을 키우는 능력, 즉 미래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과 과감한 투자와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