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부협상부터 시작하라
먼저 내부협상부터 시작하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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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올해 임ㆍ단협 협상에서 노조는 조합원인 정규직 임금은 10% 인상하는 대신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임금은 1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차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조는 조합원들의 내부 반발에 부딪혀 사측과의 외부협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나 회사를 대표하여 협상에 임하는 노사협상대표는 그들 조직내부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협상의제에 대한 입장과 대응전략은 협상대표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조직내부 의견을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부협상(internal negotiation)이란 협상전략과 지침 및 입장 등을 결정해 주는 내부의견 조율과정을 의미하는데, 내부협상의 결과가 외부협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하버드대학의 Robert Putnam 교수가 양면게임(two-level game)으로 이론화한 바 있다.

 

내부 갈등은 협상타결의 ‘복병’


협상에 참여하는 협상위원들이 특정사안에 대해 모두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구성원들 간에도 계파간의 갈등, 가치관, 자기와의 이해관계 등으로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떤 조직이건 내부적으로는 강경파와 온건파 간 의견대립이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대신 최종 합의사항에 대해서는 모두가 수용하고 따르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목소리가 한 곳으로 모여야 협상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모항공사 노조의 파업에서도 내부협상의 문제가 외부협상에 크게 영향을 미친 사례로 지적할 수 있다. 조합원의 출신기반이 공채출신과 군출신으로 나누어지고 군출신은 다시 공사출신과 비공사출신으로 구분되면서, 이들 간의 입장차이가 서로 조정되지 못하고 외부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조에서 당초 ‘유니온 숍의 명문화’를 요구했다가 나중에 철회한 것이라든가 ‘면장상실보험’을 요구한 것 등은 이러한 내부적 갈등에 기인한 것으로서, 사측과의 협상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조직 상층부와의 교감도 중요


내부협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회사측의 경우) 조직상층부와의 교감이다. 최고경영층은 회사측 교섭위원이 이끌어 낸 합의사항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노조와의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해 간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층과의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서 큰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장 중의 하나인 A기업의 경우 노사협력팀의 주도로 협상을 진행하고 거의 합의를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최고결정권자가 나서 그동안의 협상과정을 무시하고 자기식대로 일방적으로 정리해 버리는 행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은 내부협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이러한 면은 노동조합도 예외는 아니다. 노조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을 부인하고 합의안 잠정타결 후 노조총회의 찬반투표를 거쳐서 최종 서명케 하는 모습은, 내부 이해관계자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노조대표자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행위로써 내부협상의 잘못된 예로 볼 수 있다(물론 노조법에서도 이의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글머리의 예에서 노조는 사측에 협상요구안을 제시하게 전에 충분히 내부협상을 거쳤어야 했다. 상급단체의 지침과 사회적 명분에 따른다는 당위론만 내세우고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 가는 내부협상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외부협상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