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한일유압 사건 그 이후…
파카한일유압 사건 그 이후…
  • 권석정 기자
  • 승인 2009.11.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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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회사의 기술과 물량 사라진 이유는?
다시 밀려드는 구조조정의 위기…이해 힘든 사측 해명
ⓒ 파카한일유압분회
많은 이들이 지난 4월 MBC <PD수첩>을 통해 방영된 ‘파카한일유압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지난 2월 27일 파카한일유압(대표 송재경)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전 직원 197명 중 113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정리해고 계획서를 노동부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파카한일유압분회(분회장 송태섭) 측은 “2005년 다국적기업 파카하니핀의 기업 인수 이후 매해 꾸준히 매출 증가를 기록했음에도 사측이 무리한 정리해고를 감행한다”며 “사측은 회사의 물량을 파카하니핀의 한국지사인 파카코리아로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방송이 나간 후 회사 측은 ‘갑자기’ 구조조정 인원을 축소했다.

정리해고 인원 감축?

파카한일유압 측은 정리해고 명단을 113명에서 41명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축소 이유에 대해 파카한일유압의 노무담당을 맡고 있는 하정구 이사는 “정리해고 인원을 줄인 것은 노조에서 근로시간 단축 및 상여금 반납을 할 경우 그것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던 사측이 단번에 구조조정 인원을 대폭 줄인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당시 이와 같은 회사의 조치에 대해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 측은 “여론악화를 의식한 일시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파카한일유압분회로서는 전 직원의 60%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의 급한 불을 끈 셈이었다.

그러나 최근 파카한일유압에서는 2차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흘러나오면서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서 다시 정리해고를 밀고 나오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카한일유압분회 송태섭 분회장은 “현장관리자가 추석을 앞두고 ‘조만간 정리해고가 이루어질 것이고 희망퇴직자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기존에 내놓았던 113명의 정리해고 명단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도 후속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하정구 이사는 “물량이 계속 줄면서 매달 4~5억의 적자를 보고 있고 이러다가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정 안된다면 정리해고라도 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도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이렇게 파카한일유압 사건은 6개월여가 흐른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 파카한일유압분회

물량 감소의 원인은?

현재 파카한일유압분회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이미 보도됐듯이 파카한일유압이 국내 최초로 기술화에 성공해 독점 생산하던 ‘유압컨트롤밸브’의 물량이 대주주 파카하니핀의 한국지사 파카코리아 ‘장안공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파카한일유압에서 유압컨트롤밸브를 생산하는 체계는 부품파트와 완성품파트로 나뉜다. 현재 파카한일유압 부품파트는 물량이 늘고 있는 반면 완성품파트는 물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송태섭 분회장은 “현재 이곳 시화공장은 파카코리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로 전락한 지경”이라고 전했다. 즉, 기존에 생산하고 있던 완성품 물량이 파카코리아로 넘어갔기 때문에 부품물량만 남아있을 뿐 전체적인 물량이 줄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하정구 이사는 “물량은 발주처(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클라크 등)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파카코리아로 부품을 납품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파카코리아로 부품을 납품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것이라도 팔아야 회사가 사는 것 아니냐”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는 기존에 독점하던 물량을 경쟁사인 파카코리아에 빼앗기고 오히려 그 경쟁사에 부품을 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영진 스스로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파카한일유압은 자신들의 무능 경영으로 생긴 위험을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극복하려한다고 해석 할 수 있다.  

ⓒ 파카한일유압분회

특허권 침해 의혹, 마무리는?

송태섭 분회장은 “우리가 특허를 따냈던 유압컨트롤밸브 생산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던 제품이 그대로 파카코리아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특허권 침해”라고 전했다. 파카한일유압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통해 20~32톤 급의 굴삭기용 유압컨트롤밸브 신기술을 개발했다.

파카한일유압분회 측은 “우리가 특허를 낸지 1년 만인 2008년부터 파카코리아에서 20~32톤 급 굴삭기용 유압컨트롤밸브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기술을 도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파카한일유압 측을 배임행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정구 이사는 “특허권을 침해당한 일이 없다. 노조의 허위주장일 뿐”이라며 특허권 침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전까지 유압컨트롤밸브를 생산하지 않던 파카코리아에서 갑자기 자신들과 같은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의혹을 품지 않고 오히려 부품까지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은 파카한일유압분회 측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배임행위’라는 주장에 근거를 대주고 있는 셈이다.

ⓒ 파카한일유압분회

 여전히 팽팽히 맞서는 노사

지금까지 발생한 이러한 일들에 대해 파카한일유압분회 측은 “노동조합을 말살하기 위한 미국 파카 자본의 획책”이라고 주장했다. 송태섭 분회장은 “본래 장안공장은 파카한일유압의 제2공장으로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노조와의 부딪힘이 심해지자 대주주인 미국 파카자본이 본래 계획을 수정하고 파카코리아 법인으로 공장을 증설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하정구 이사는 “2006년 말에 공장 증설계획을 밝힌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 때문에 장안공장이 파카코리아 법인으로 지어졌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까지의 양측 입장을 정리해봤을 때 파카한일유압이 파카코리아에 의해 물량이 줄었음에도 이에 대한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경쟁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점, 경쟁사의 특허권 침해 의혹에 대해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파카한일유압분회의 주장처럼 ‘결국은 물량을 파카코리아로 빼돌려 시화공장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