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 따르랄 때는 언제고…
글로벌 스탠다드 따르랄 때는 언제고…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1.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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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전임자 문제 국제기준 아닌 한국의 특수성 주장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 연계 처리도 주장

 

▲ 김경선 노동부 노사관계 법제팀장. ⓒ 정우성 기자 wsjung@laborplus.co.kr
노동부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국제 노동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이전의 주장을 뒤집고 전임자가 외국보다 많은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여의도에서 열린 ‘노조전임자의 위상과 국제기준에 관한 국제세미나’에서 노동부 관계자로 토론에 참석한 김경선 노사관계 법제팀장은 국제 노동기구 관계자들이 직접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법에 명시화하는 것은 국제노동기준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이어지자 “한 나라의 법은 그 나라의 특수성에 기초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는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우리나라 헌법도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뤄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각 나라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자 임금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국제 노동기준에 맞지는 않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임자 임금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

노동부가 복수노조ㆍ전임자 문제에서 줄기차게 외쳤던 ‘외국에서 전임자 임금 주는 나라 없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노사관계 위해 전임자 임금 금지해야 한다’란 주장을 버리고 갑자기 한국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김 팀장이 주장하는 한국의 특수성이란 △ 사용자가 전임자 급여를 줘야 한다는 의식과 관행 △ 노조 설립시 전임자 임금 지급 요구로 노사분쟁 발생 △ 외국보다 많은 전임자 수 등이다.

그러나 김 팀장의 주장과는 달리 이날 오전,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는 ILO 기준에 전적으로 부합하다”고 주장해 혼선을 초래했다. 이는 노동부 내에서조차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국제적 노동관행인지 한국의 특수성 때문인지 헷갈리고 있다는 증거다.

‘100만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다 스스로 시행한 사업장 전수조사에서 조차 '해고대란설'이 거짓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던 노동부가 전임자 문제에서도 또 다시 정책에 논리를 끼워 맞추는 아전인수식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날 김 팀장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연동되는 문제로 노사 교섭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국제 노동기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과는 상반된 주장으로 노동부의 실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케 한다.

김 팀장은 “지난 1997년 노조법 개정 시 사용자측은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조만 만들어지면 규모에 관계없이 전임자를 요구하고 어떤 활동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복수노조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제기했다”며 “복수노조를 원하는 노동계와 반대하는 사용자들에 대해 한국정부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연계법안 만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대신 노조 전임자의 난립을 막고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이날 김 팀장의 발언으로 노동부가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해 글로벌스탠다드를 통한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노동부가 정말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인지 균형이란 이름으로 한쪽에 힘 실어주기를 하는 것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날 김 팀장은 “노사 자율은 교섭력의 균형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전임자 문제는 대규모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 이후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 노동부가 진짜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