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어떻게 준비할까
입학사정관제, 어떻게 준비할까
  • 조진표
  • 승인 2009.11.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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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은 아이 때부터
교육비, 올인보다 계획적 지출 필요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최근 대학뿐 아니라 특목고까지 입학사정관 제도를 확대 도입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경시대회 수상 경력이니, 해외봉사활동이니 하는 이른바 ‘스펙’ 쌓기 열풍이 불면서 교육비 지출이 늘었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이럴 때일수록 제도 변화에 따라 아이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좀 더 차분하게 모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학생이 인생의 목표에 맞는 학과를 지원했는지, 지원한 대학과 학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얼마나 가졌는지, 대학 진학 후 구체적 학습 계획은 있는지와 함께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영역, 전공 모집단위와 관련한 특출한 역량 발휘와 성장·발전 잠재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인의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고 해당 대학 모집단위에 지원한 것에 확신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축적해 온 학생이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하는 가장 지혜로운 해법이 진로교육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이유다.


학습은 습관이다

그렇다면, 현명한 진로교육을 위해 가정에서는 무엇부터 고려해야 할까?

첫째, 초등학교까지는 지식을 넣어두려 노력하기보다 학습습관을 어떻게 만들어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부모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덜하다. 집안에서 부모가 TV드라마를 열심히 보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 아빠가 매일 이종격투기를 보는데 어떻게 그 집 아이가 게임에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엄마, 아빠가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보는 집 아이는 공부도 잘한다. 모든 교육적 효과는 ‘가정에서의 습관의 총합’을 넘어설 수 없는 셈이다. 공부 잘하는 것, 별것 없다. 어렸을 때부터 책 많이 읽고, 가족끼리 대화 많이 하는 것. 그게 중요한 포인트다.

ⓒ 와이즈멘토

‘흥미 목록’ 만들기


둘째, 자녀의 진로계획을 세울 때는 ‘하향식(Top-Down)’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큰 그림’부터 보고 ‘작은 그림’으로 내려오라는 것이다. ‘직업→대학 및 학과→고등학교’ 순으로 내려와야 장기목표에 맞는 단기목표를 세워서 인생설계를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꼭 맞는 직업분야를 정하기보다는 아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관찰의 시기’로 삼는 것이 좋다. 이해를 위한 노력은 자녀 적성 찾기의 출발점이다. 초등학교까지는 자각 능력이 고착화되기 이전의 시기이므로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막연한 목표를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경험을 함께 하며 우리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더 흥미를 느끼는지 살피도록 하자. 여행, 캠프, 봉사활동, 기관탐방, 동아리 등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다.

단, 이 때 자녀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낱낱이 적은 ‘흥미 목록’을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과목, 하고 싶은 대학 전공, 선호하는 직업, 존경하는 위인, 취미 등을 자유롭게 적게 하고, 흥미 옆에는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이유도 함께 적는 방식이다. 똑같이 ‘교사’를 적은 학생이라도 이유가 다를 수 있다. 가르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사람을 대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사람을 돕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이유’를 적다 보면 공통분모가 보인다. 예를 들어 약사, 국제기구 종사자, 교사를 좋아하는 아이는 ‘사람을 돕는 것이 좋다’는 공통적인 이유를 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돕는 직업 몇 가지를 추천해줄 수 있는 식이다. 이 같은 관찰의 과정 속에서 아이의 선호, 능력, 성격이 어느 정도 일관성을 보인다면, 초등 고학년 때나 중학교 재학 시 진로적성검사나 진로상담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과학적인 적성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이때부터는 현실적인 진로선택을 해야 할 시기이므로, 실질적인 교육제도, 즉 시험제도, 진학경로 등에 대한 정보 수집도 병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와이즈멘토

성공한 사람의 경력을 살펴라


셋째, 사회트렌드의 변화와 성공한 사람들의 커리어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신문이나 잡지에 성공한 사람들의 기사가 실릴 때 ‘좋겠다~’만 연발하지 말고 그 사람이 거친 경력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학교와 학과를 나왔고 유학은 언제 어디로 다녀왔는지, 그 후 어떤 일들을 했는지가 포인트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 아이의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구상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지식이 된다. 당장 특목고가 좋아 보인다고 덜컥 준비부터 시킬 것이 아니라 목표를 장기적으로 생각하면서 어떤 길이 가장 효율적인 것인지, 내 아이에게 적합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비 투자는 신중하게

넷째, 교육비 투자시기의 정점을 조정하자.

보통 자녀가 중고생일 때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부모는 가장 큰 수입을 얻는다. 예컨대 기업에 다니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차장, 부장 정도의 직급이므로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할 때이다. 때마침 대학입시라는 큰 관문을 앞두고 있기에 과감한 교육비 투자를 한다. 모두들 ‘대학 입학까지만 교육비 지출을 하겠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와이즈멘토

그런데 이는 큰 착각이다. 자녀교육비는 사실 대학 입학 후에 더 많이 들어가는 게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학등록금은 늘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현재는 1년 학비를 월로 나누면 순수 등록금만 사립대학 기준으로 월 50~8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칠까? 비싼 대학 교재비, 취업을 위한 영어 학원비, 기본이 되어가는 해외어학 연수비용, 배낭여행, 늘어난 용돈 등을 더하면 그 규모는 중, 고등학교 사교육비를 훨씬 더 초과한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요즘은 석사학위가 예전 학사학위와 동일시 취급되기 때문에 대학원까지 간다면 교육비는 생각 이상이다. 그런데 이 때쯤이면 아빠는 사회적으로 명예퇴직이니, 정년이니 하는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기 때문에 가정 경제력은 하강기에 들어선다. 따라서 높은 언덕을 남겨놓고 작은 언덕을 빨리 넘느라 에너지를 다 소비한 마라톤 선수와 같이 중산층은 교육비로 인하여 무너질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초등학교까지는 투자의 시기가 아니라 관찰의 시기로 삼는 것이 좋다.

그 시기에 부모들은 오히려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여 얻은 경제적 과실을 자신들의 노후와 아이의 장기적 진로를 위해 축적하는 게 좋다. 본격적인 교육비 투자는 오히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아이가 철이 들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생겼거나 진로탐색을 통해 목표가 가시화된 시점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