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파, 트럭운전사의 희망에서 정·관계의 로비스트로
호파, 트럭운전사의 희망에서 정·관계의 로비스트로
  • 최영순 중앙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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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운수노동조합 전설적 지도자의 일대기

최영순
중앙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항공기조종사의 장기 파업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해도 엄연한 노동자이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파업이라는 형태로 지키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요즘처럼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세상에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비단 항공기조종사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신문 한 모퉁이에는 늘 노동조합, 쟁의행위 뉴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혹은 노동조합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민노동자의 아들에서 노동계의 ‘대통령’으로

 

노동조합을 이야기 할 때, 그리고 노동계의 전설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미국 운수노조인 팀스터즈(Teamsters) 노조를 이끈 호파(Hoffa)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 명칭에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름만 봐서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든 노동조합도 많습니다. 팀스터즈는 대형트럭 운전기사를 뜻하는 것으로 ‘팀스터즈’는 이들의 모임인 것이지요.


미국은 예로부터 물류수단으로 대형트럭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파워도 막강하였고 유럽이 산업화 초기에 철도노동자가 주축이 되어 노동운동을 전개한 반면, 미국은 대형트럭 운전기사, 즉 팀스터즈가 주축이 되어 노동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의 전설적 노동운동가인 ‘제임스 호파’는 팀스터즈를 이끈 인물로 호파로 인해 팀스터즈에는 여타 산업에 종사하는 전혀 다른 직업 종사자까지 가입하기에 이릅니다.


대니 드 비토(Danny DeVito)가 1992년에 감독한 영화 <호파, Hoffa>는 브라질 이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제임스 호파의 일대기를 그린 것으로 그가 왕성한 활동을 한 1930년대를 중심으로 담고 있습니다.


호파는 비록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하였지만 영화에서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은 관객을 압도하는 훌륭한 연기로 호파의 생생한 카리스마를 소름끼칠 정도로 전했고, 호파의 동료로, 심복으로 한 발짝 뒤에서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한 대니 드 비토 역시 작은 체구로 주연에 버금가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1903년 트럭노조를 중심으로 설립된 팀스터즈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10만여 명의 노조원들이 활동하던 소규모 노조였으나 1950년대에는 2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단체로 급부상하면서 호파 역시 ‘노동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기에 이릅니다.


특히 제임스 호파는 노조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흠집 내는 언론을 상대로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조직을 키우기 위해 마피아의 검은 손을 주저 없이 잡았고 거액의 노조자금을 유흥업, 도박장 등에 투자하기도 하였습니다.

 

역사 속에 물음표 남긴 채 사라진 호파

 

영화는 의문의 청년으로부터 호파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실제로도 호파는 1975년 어느 날 실종이라는 물음표를 남깁니다.


호파는 부정운동기금을 축재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동생인 당시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에게 심문을 받은 것을 계기로 케네디가(家)와는 내내 관계가 껄끄러웠다고 합니다. 계속된 결백 주장에도 불구하고 호파는 기금횡령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포착되면서 감옥에 들어가지만 팀스터즈의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후원 받은 닉슨 대통령에 의해 17년 형 중 4년을 채우고 출감합니다. 출감 후 호파는 노조의 실세가 친구에게 넘어간 것을 알고 그 친구를 살해하기로 하고 실종된 그 날엔 마피아의 거물을 만날 참이었다고 합니다.


생전에 호파는 탁월한 협상능력, 뛰어난 기금운용능력으로 조합원들의 신망을 두텁게 쌓아왔습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로버트 케네디 앞에서 호파가 퍼붓는 독설처럼 그는 정치권도 이리저리 요리하는 수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트럭운전을 하며 졸음을 쫓기 위해 담뱃불로 손가락을 지지며 일했던 당시 노동자들에게도, 그리고 ‘호파’를 그리워하며 그의 아들 제임스 호파 주니어를 팀스터즈 노조위원장으로 선출한 1990년대의 미국 노동자들에게도 호파는 영웅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1975년 호파는 의문의 실종 처리되었지만 그가 살해되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에서도 그의 재기를 두려워하는 마피아, 권력층, 그리고 노조집행부들이 합심해 그를 살해했다는 식의 암시를 던져줍니다. 그러나 호파의 죽음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