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구성원이 말하는 ‘참여’와 ‘혁신’
지역 구성원이 말하는 ‘참여’와 ‘혁신’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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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들러리가 아니다
지역 산학연 관계 강화를 통한 ‘지역 일꾼’ 육성 필요성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NURI)은 일부지역에서는 산-학간 마찰을 일으켰다. 5.6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 사업에서 산·학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일부 업체의 경우 이름만 빌려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했다는 게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광(光)산업 클러스터 추진과 맞물려 지역대학의 신청이 잇따랐던 광주의 한 벤처기업 사장 K씨는 “A대학의 교수가 공동연구를 제안해와 적극 협력했으나 나중에 NURI 사업과제를 위해 회사의 이름만 도용한 것을 알고 분개했다”며 “이렇게 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동조합은 왜 ‘왕따’ 시키나
창원에 위치한 A금속 노동조합 임원은 클러스터 참여 방안에 대해 묻자 “거 기자라니까, 지역혁신 클러스턴지 뭔지 내용에 대해서 설명 좀 해보쇼”라고 톡 쏘아붙이기부터 한다. “들어본 적이야 있죠. 신문에 맨날 나오는데 왜 몰라요. 근데 우리는 어디에서도 그 내용이나 참여방안에 관해 들은 바가 없단 말입니다.”


부품·소재 단지로 선정된 반월시화공단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지역 D정공 노동조합의 간부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기술지원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노동조합이 함께 고민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혁신클러스터에 대한 정보가 지자체나 경제단체에만 집중돼 있다”고 아쉬워했다.
창원의 F베어링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한다는데 반대할 노조가 있겠냐”면서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기보다는 논의단계부터 참여가 보장된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역혁신, 수요자 중심으로 고민해야
섬유업의 고향인 대구에서 추진된 ‘밀라노프로젝트’는 6천8백억에 달하는 자금만 ‘까먹고’ 막을 내렸다. 지금 대구시는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구미본부장 이세재 교수(금오공대 산업공학과)는 ‘결국 문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사람이라는 게 두 가지 의미인데 하나는 기업과 노동조합, 지역사회의 이해를 조정할 혁신매니저고 하나는 경쟁력의 핵심인 노동력이죠”.


이교수는 지역혁신사업이 수요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혁신사업의 수요자인 기업이 원하는 건 R&D 투자와 인재이지,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참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화와 신뢰가 문제다
LG정유의 파업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여수지역의 시민사회단체 80여 개는 대책회의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역 노동시장은 지역 노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관하다 결국 기업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대책회의의 한 관계자는 “반기업정서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고 이제 반노동 정서까지 생기고 있다”고 우려하며 지역과 노동의 의사소통을 해결안으로 제시했다. “알고 보면 여수시민 대부분이 여수산단 노동자 가족이거든요. 가족 간에 대화하듯이 지역과 노동, 기업이 소통을 시작하면  문제는 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