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모델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모델료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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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개런티에 시달리는 광고계, 외국계 모델로 일석이조 노려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거리의 여름, 어느 잡지 가판대 앞에서 잡지를 고르던 젊은 남자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쏠려 있다. 옆에는 드류 베리모어가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의 독백이 흐른다. ‘지금 나의 소원은 단 하나, 아이스크림이 되는 것…’

요즈음 화제인 ‘배스킨라빈스31’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 ‘아이스크림 앤 시티(Icecream & City)’의 1편 광고다. 이 광고의 주인공은 ‘미녀 삼총사’로 유명한 할리우드 톱스타 드류 베리모어, 그녀의 한국 광고 첫 데뷔작인 셈이다.


이 광고는 위트 있는 상황과 귀여운 드류 베리모어의 연기만큼이나 그녀의 모델료가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CF에는 처음 등장하는 드류 베리모어의 모델료는 계약 기간 1년에 50만 달러(약 5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인기스타라면 기본이 2~3억원, 최고의 대우를 받는 스타들은 10억 원대에 이르는 국내 톱스타들의 모델료를 감안한다면 아주 달콤한(?) 모델료인 셈이다. 앞서 젊은 남자의 소원이 그녀의 아이스크림이 되는 것이라면 광고계의 소원은 이럴 것이다. ‘지금 나의 소원은 단 하나, 모델료가 낮아지는 것…’


이밖에도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 ‘위대한 유산’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기네스 팰트로도 10억원 수준의 모델료로 제일모직 빈폴의 새로운 광고에 모델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국내 광고에 외국의 톱스타들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년대 후반 홍콩영화의 바람을 타고 주윤발, 장국영, 류덕화 등 홍콩 스타들이 줄줄이 국내 CF에 출연했다.

 

투유 초콜릿의 감미로운 CM송과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대사는 지금도 전설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후 홍콩 영화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홍콩스타들의 출연은 주춤해졌고, 브룩실즈,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와 같은 헐리우드 스타들이 광고에 출연했다. 그러나 예전만큼의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요즈음 이들을 캐스팅하는 이유는 단순한 화제성의 측면보다는 모델로서의 매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스타들의 출연료가 헐리우드 스타들의 출연료에 비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아지면서 모델료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보면 같은 모델료를 투자해 국내 스타는 물론 헐리우드 스타까지 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매력적인 점은 이른바 ‘겹치기 출연’에 대한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것.

5개 이상의 광고에 출연하는 국내 톱스타보다 1개의 광고에만 출연하는 것이 오히려 광고 효과면에서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예전처럼 화제성 만들기에만 기대어 외국 톱스타들을 기용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몇 명의 스타가 웬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거의 도맡아 광고하다시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현실적인 모델료를 제시하는 거물급 스타는 캐스팅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고 있다.  올 여름 찾아온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모델, 그리고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한 모델료 이야기는 우리나라 광고계에 새로운 맛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