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합법 파업도 안 되나
이젠 합법 파업도 안 되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1.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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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위 '부당노동행위' 판정에도 대체근로 투입에 쟁의지도부 직위해제까지

▲ 2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우성 기자 wsjung@laborplus.co.kr
사측의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와 교섭 결렬로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에 대해 사측과 정부의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코레일, 대체인력 투입에 간부 직위해제까지

철도노조(위원장 김기태)는 2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충남지방노동위는 2009년 11월 25일,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한 철도공사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쟁의행위시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정했다”며 “이로써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당하고 철도공사가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한 행위는 불법행위라는 사실이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를 통해 공식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충남지노위는 지난 9월 8일,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 철도노조가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한 코레일에 대해 단체협약 177조 “공사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며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지난 25일 이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충남지노위는 코레일의 외부 대체인력 투입이 노조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충남지노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노조 측에 통보하는 한편 이날 시작된 2차 파업에도 대체인력 5497명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필수공익사업장은 파업 시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 투입이 적법하다(노조법 제43조 3항)”며 “단체협약 위반의 측면이 있으나 사실상 단협 177조는 쟁의권 및 공익권 보호의 취지에서 직권중재가 폐지되고 필수유지업무 및 대체 인력투입이 허용돼 사문화된 조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코레일 측의 반박에도 노사가 합의했던 단체협상에서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했던 것을 노조법이 바뀌었다고 무시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기업인 코레일이 준사법기관인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 점도 공공기관의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될 소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변 노동위원회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한국철도공사의 행위는 명백히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라며 “한국철도공사는 노사협약으로 금지하고 있는 불법 대체 인력 투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철도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코레일 측이 파업이 시작되자 파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쟁의대책위원들 대부분을 직위해제했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는 노조법 81조에 나온 것과 같이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역시 부당노동행위가 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노조는 내다봤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대체인력 투입과 쟁의대책위원들의 직위해제와 관련해 부당노동행위로 코레일 측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며, 지난 9월 8일 대체인력 투입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까지 ‘불법’ 조장하나

이러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모자라 이번엔 정부가 나섰다.

노동부와 검찰, 경찰 등 관계당국은 대검찰청에서 공안대책실무협의를 열고 철도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과정과 이후 진행된 파업의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불법성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 파업으로 판단되면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며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던 노동계가 합법 파업이라는 틀 내에서 파업을 진행해도 불법성만을 따지려고 드는 사측과 정부의 등살에 배겨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역을 비롯한 전국 6개 거점지역에서 파업승리 결의대회를 일제히 개최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조합원 6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코레일 측의 단협 해지와 대체인력 투입, 조합 간부들에 대한 직위해제 등을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