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참여’와 ‘혁신’
해외사례 -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참여’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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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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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업가 뺨치는 혁신정신으로 지역 살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는 지역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및 노동환경, 사회문화적 환경의 향상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다. 특히 이 지역의 경제 도약에는 정책적 능력을 갖는 강한 노조의 ‘참여’와 ‘혁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부품, 기계·전자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지역은 1990년대 초반 심각한 경제 위기에 시달린다. 91년부터 93년 사이에 수출은 5%, 투자는 31%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9%대를 훌쩍 넘어섰다.


10년 사이에 이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는 매우 역동적이다.
2000년도 초반이 되자 놀랍게도 경제성장률이 44%로 올라서고 실업률이 5%대로 떨어진다. 2000년 초 유럽포럼은 슈투트가르트 지역을 경제 재도약의 모범 사례로 선정하게 된다.

 

10년 사이의 기적
불과 10년 사이에 일어난 이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1990년대 초 경제위기가 닥쳐오자 가장 먼저 노조에 대한 공격이 일어났다. 기업측은 임금 및 복지비용이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라고 비판을 시작한다. 노조는 비용과 경쟁력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논쟁은 2~3년 동안 지속됐다. 노사의 파트너십 형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속노조 내에서 ‘개량주의’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개량주의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지역 경제는 더욱 수렁으로 빠졌다.
결국 금속노조는 경쟁력 확보 방안을 비용절감에서 생산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금속노조가 제시한 대안은 산업정책과 기업전략 모든 부분
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첫째는 경쟁력 문제를 임금 및 복지비용 삭감으로 해결하지 말고 노동생산성 문제와 결부시켜서 생각하자는 제안이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 및 시장전략 개발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노조는 제품개발, 투자연구비 확대를 요구한다. 세 번째는 산업구조 혁신과 관련된 것으로 정보산업, 생명공학 등 하이테크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 재구조화의 핵심인 노동력의 재교육에 노사가 공동으로 힘을 쏟자고 제안했다.

 

비용 절감 아닌 경쟁력 강화
노동자의 고임금을 문제로 삼던 기업이 처음부터 금속노조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기업은 여전히 노동비용의 절감을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지역사회가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력 강화만이 지역과 기업, 노동자가 모두 살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이 지역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노동조합이 제안한 생산성 모델로의 전환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효했던 것이다.

결국 기업은 금속노조의 혁신 대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다. 이 때부터 연구개발비 투자, 산업구조 및 작업구조 혁신의 영역에서 역동적 변화가 추진된다. 노조의 전략은 기업에게는 효율성을, 노동자에게는 전문적 숙련을 통한 노동만족도 증대를 가져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1년 괴텡겐대학교 사회학연구소가 지역 기업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경영 및 작업환경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88%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한국노동혁신연구소 이문호 소장은 “당시 금속노조는 기업가보다 훨씬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자세를 보여줬다”고 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조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의 참여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는 지역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5년 지역협의회, 노조, 은행, 상공회의소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출자로 탄생한 슈투트가르트 지역경제추진회는 연구소, 대학, 노조, 기업, 지역단체들 간의 정보공유와 산업연구를 위한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지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 네트워크는 산업분야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문화 네트워크로 확산되는데 지역의 사회문화 수준 확대는 대부분 이 지역 기업의 노동자인 지역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1992년에 형성된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댄스, 발레 등 예술 분야 네트워크는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풍부한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특히  문화적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들에게 실업과 빈곤이라는 환경은 마약, 범죄 등 사회적 일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문화 네트워크는 미래의 지역시민인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친다. 이와함께 기독교와 가톨릭교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대화포럼’은 경제문제뿐 아니라 실업, 교육, 가정, 아동, 환경 등의 문제를 주제로 사회 문제를 이슈화하는 행사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사회문화적 인프라 확충은 세계화에 따른 자본의 무차별적 이동을 막고 기업을 지역에 잡아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화는 ‘고삐풀린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경쟁력 강화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지역 노사의 ‘다른’ 대응은 글로벌 시대의 혁신경쟁 속에서도 자본의 떠남을 막고 사회안정과 경제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로 입증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