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파업도 ‘업무 방해’면 구속?
합법 파업도 ‘업무 방해’면 구속?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2.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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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철도노조위원장, 구속 집행…사측 부당노동행위 조사는 지지부진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 구속적부심사에서 법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서울용산경찰서와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8일 동안 철도노조의 파업을 주도해 코레일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노사 간 쟁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교섭 대표인 노동조합 위원장을 구속함으로써 형평성을 잃었으며,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김기태 위원장의 구속은 가진 자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법부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김 위원장을 비롯한 파업 지도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파업 지도부에 대해 조사를 이유로 경찰에 출두할 것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왔으며 이에 철도노조는 쟁의행위 기간이라 지도부가 경찰에 출석할 수 없어 향후 일자를 조정해 출석하겠다고 경찰에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파업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 검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체포영장 발부 이후 민주노총 사무실로 피신했으며 파업 종료 후인 지난 9일 자진해서 경찰에 출두했다. 김 위원장의 경찰 출두 이후 정계, 종교계, 시민단체 등 300여 명이 탄원서을 제출하며 검찰과 경찰의 노조 탄압에 항의하고 김 위원장의 불구속 수사를 탄원했으나 법원은 이날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번 김 위원장 구속은 필수유지업무를 지키며 합법 파업을 진행해도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경우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제약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일반 법률인 형법의 ‘업무방해’로 제약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적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반대로 경찰과 검찰은 노조가 파업 초기부터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 허준영 코레일 사장 및 코레일 간부들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아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는 이에 대해 “허준영 사장 등 철도공사는 준사업기관인 충남지노위의 판결도 지키지 않았고, 허준영 사장은 철도가족들에게까지 협박편지를 보내 조합원의 노조탈퇴를 지시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고 불법이지만 경찰은 전임 경찰총수 봐주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의 ‘법대로’주의가 경찰과 검찰에서는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