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한 철도, 파업 끝나자 이번엔 무차별 해고
여전히 불안한 철도, 파업 끝나자 이번엔 무차별 해고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2.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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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노조 지도부 12명 파면 및 해임…추가 징계 계속될 듯
# 철도노동자 이야기 하나

지방의 한 역에 근무하는 A씨는 노조 지부 간부로 이름이 올라있다. 지난 11월 26일,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 코레일은 A씨를 곧바로 직위해제 했다. 철도 파업에 제대로 참여하기도 전에 당한 직위해제라 A씨는 억울했다.

8일간의 파업 이후 A씨는 역으로 출근을 했지만 직위해제 상태라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회사의 과제 제출 요구가 이어졌다. 회사는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A씨는 노조의 지침에 따라 과제 제출을 거부했고, 인사관리자는 A씨에 대해 무단결근 체크를 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지만 직위해제로 할 일이 없는데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꼴이다.

# 철도노동자 이야기 둘

서울지역의 한 역에 근무하는 B씨는 지난 11월 21일 결혼식을 올리고 꿈만 같은 신혼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혼여행 중인 26일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철도파업과 관련해 B씨가 직위해제를 당한 것이다. 신혼여행 중 직위해제를 당했다는 소식에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날 바로 직위해제가 풀렸다는 것이다. 사람을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정말 황당한 신혼여행이었다.

▲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계속되는 교섭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조합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 철도노조

마구잡이 징계, 노조 깨기 전략?

코레일(사장 허준영)이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이후 교섭을 위한 대화가 아닌 조합원에 대한 대량 징계를 계속하고 있어 사측이 노조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철도노조(위원장 김기태)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1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김기태 위원장, 김정한 수석부위원장 등 이번 철도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간부 10명을 파면하고, 백성곤 정책실장 등 2명을 해임 의결했다.

이와 함께 코레일 측은 이날 이후에도 오는 17, 18, 21, 22일 각각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를 계속할 계획이라는 게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코레일은 이날 징계 이전에도 철도노조 파업 돌입 당일인 지난 11월 26일, 철도노조 전국 각 지부의 간부 880여 명에게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내렸다. 간부 전체라고 봐도 무방한 숫자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사측의 징계가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명단만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철도노조 전상용 교선담당의 경우 파업 준비 기간부터 심장병 수술을 위해 요양 중이었고 지난 11월 30일 심장 판막시술을 받았음에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직위해제를 했으며 급기야 이날 해임처분을 내렸다.

또한 광주역 지부의 경우 전체 직위해제 조합원 7명 중 6명이 근무가 없는 휴일에 직위해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백남희 선전실장은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전국의 간부 모두에게 직위해제를 내린 것은 결국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노동조합을 이참에 아예 없애버리려는 철도공사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실장은 “철도공사는 파업을 철회하면 교섭에 응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꾸도 안할 정도로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있다”며 “오는 18일 있을 전국지부장회의에서 3차 총파업까지 고려한 향후 투쟁 일정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