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의료법인 두고 정부 부처 간 신경전
영리의료법인 두고 정부 부처 간 신경전
  • 김관모 기자
  • 승인 2009.12.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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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경쟁기능 강화” VS 복지부, “공익의료 확충”
용역결과 입장 차만 확인 … 올해 안 도입 어려워

▲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상정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 청와대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의 의견 차이가 커지면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이 다시 난항에 빠졌다.

복지부와 기재부는 지난 5월 29일 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공동 발주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용역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진흥원과 KDI는 이 용역에서 서로 상반된 결론을 내놨다. 연구결과를 바라보는 기재부와 복지부의 해석도 경쟁기능 강화와 공익의료 확충으로 갈라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5일 예정됐던 양 부처 용역연구결과 발표도 전격 취소됐다.

KDI는 “영리의료법인 도입 시 소비자 지향적인 다양한 비즈니스 유형의 시도가 가능하다”며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U-health 산업 발달을 위해 영리의료법인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영리법인 도입으로 자본투자와 서비스 공급이 증가되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필수의료부문에서 진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작용은 우려되지만 도입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진흥원은 “영리의료법인이 최대 7조5천억 원의 생산유발과 5만8천 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것”이라면서도 “국민 의료비도 최대 4조3천억 원이나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해 KDI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놨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더라도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참여와 혁신 포토DB

용역 결과,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기재부와 복지부도 대립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공공의료부문 약화와 국민의료비 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조귀훈 사무관은 “이번 결과는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여론을 들어보고 도입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취지”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 경쟁력전략팀 성창훈 과장은 “도입 과정에서 여론 수렴을 통해 보완방안과 도입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도입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 해석을 둘러싼 대립은 의료산업과 의료 공공성을 바라보는 양 부처의 시각차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해외환자 유치와 고소득층에 고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추진해온 기재부는 KDI의 결론에 주목하고 있다. KDI는 영리의료법인 도입 과정에서 의료 공공성 약화 문제에 대해, 시장 불투명성을 조장하면서도 정책목표는 모호해지는 규제들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상법상 영리법인 형태로 있는 주식회사의 모든 유형을 모두 허용하고 비영리 의료법인도 M&A 등을 통한 퇴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복지부는 오히려 비영리법인 지원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 저소득층 및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진흥원의 입장에 기대고 있다. 전재희 장관도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없으면 의료법 개정은 할 수 없다”며 기재부 의견에 반박키도 했다.

애초 정부는 올해 10월 말~11월 초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11월 내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처 간 의견 대립이 계속돼온 데다가 11월 말에 보고된 용역결과 역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면서 영리의료법인 도입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명박 대통령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감한 사안이니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초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던 정부 방침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