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파업 유도 의혹 문건 공개 파문
코레일 파업 유도 의혹 문건 공개 파문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2.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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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의원, 코레일 내부자료 공개…“‘단협해지’로 압박 필요” 명시
파업 이후 노무 관리 철저 및 교섭 계획 없음도 밝혀져
▲ 16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폭로한 코레일 내부 문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코레일(사장 허준영)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철도파업을 유도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펼쳐 파문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 인사노무실이 지난 10월 작성한 ‘전국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9.30일 철도노조 교섭결렬 선언 관련 일정 및 대응방안 공유’라는 자료와 철도파업 종료 이후인 지난 12월 7일, 같은 부서에서 작성한 ‘조직안정화를 위한 전국 소속장 회의 자료’ 등 두 건의 내부자료를 공개하고 철도공사가 파업을 유도한 의혹이 있다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했다.

특히 '전국 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는 '대ㆍ내외 유출금지'라는 대외비 문건이란 표시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번에 공개한 ‘전국노경담당팀장회의’ 자료 8페이지에 따르면 코레일 측은 임단협 교섭 전략이라는 소제목 아래 3가지의 예상 시나리오를 적고 있다. 예상 1은 ‘임단협이 노동위 조정과 교섭, 산발적인 투쟁이 지속되며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 예상 2는 ‘조정, 교섭 국면에서 파업행위를 전개하는 경우’, 예상 3은 ‘노조의 소극적 양보’로 되어 있다.

이어 코레일측은 “‘예상 1’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단협해지’로 압박 필요”라고 적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거부하고 노동조합의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단협을 해지한 것”이라고 파업 유도 의혹을 제기했다.

코레일 측은 지난 11월 24일,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며 “노조 측이 부당한 요구를 계속하면서 교섭을 결렬시켜 더 이상의 단체교섭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불가피하게 단협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문건 공개로 그동안 코레일 측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었음이 분명해졌다.

결국 코레일 측의 단협 해지로 철도노조가 2차 파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코레일과 허준영 사장은 파업을 예상하고 단협 해지를 통보해 노사 관계를 파탄 냈으며,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초래한 장본인이 사측이었다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 듯 하다.

교섭 계획 없음 분명히 해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업 유도 의혹보다 코레일에 만연한 부당노동행위 의혹이다.

이 의원이 폭로한 ‘전국노경담당팀자회의’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대응이라는 소제목 아래 “과거 쟁의행위 찬반투표 분석을 통한 지부별 투표 성향 및 노사관계 취약요인을 도출 후 소속장이 직접 노무관리 교안 및 계획을 수립하여 활용”이라고 되어 있으며 그 밑으로 “각 지역 본부별 현장 설득 활동 실적 일일 수보, 부진 소속 체크 및 독려”라고 제시되어 있다.

이는 자주적인 노조 활동을 감시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근무시간내 투표행위 금지, 노조 집회 용도의 회의실・교양실 등 장소 제공 제한”이라고 명시해 노조 활동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 의원이 폭로한 다른 자료인 ‘전국소속장 회의자료’에는 업무복귀자에 대한 관리 철저를 지시하고 있으며 노조 간부로 직위해제된 직원에 대해서는 정신교육 및 적절한 연구과제를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엄정 처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186명의 담당과장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노조 탈퇴를를 권유하고 이에 계속해서 불응할 시에는 보직변경을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파업참여자와 불참자에 대해서도 참여자는 강력한 노무관리를, 대체근무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노노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코레일의 내부 조치와 관련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1호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 제5호는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무리하게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와 내부 노무 관리 강화로 불이익을 주는 상황은 범죄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국소속장 회의자료’에는 파업 이후 임금 및 단체교섭과 관련해 교섭 계획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어 코레일이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해야만 교섭에 응할 수 있다고 수차례 언급한 부분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철도노조는 파업 직후부터 사측에 성실 교섭을 요구했으나 파업 이후 사측은 단 한 차례의 교섭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철도 파업 사상 최장 기간의 파업이 진행됐고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됐었다.

결국 코레일 내부 문건을 검토해보면 사측이 공격적으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도공사 사측의 파업 유도 의혹과 부당노동행위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했지만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조직적으로 했다. 이 부분을 국회에서 밝혀야 한다”고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