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동조합 ‘큰’ 사랑 실천
‘작은’ 노동조합 ‘큰’ 사랑 실천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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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려진 상에 밥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 시작입니다
코리아웨코스타(주)노동조합

“푸드뱅킹(음식 나눔)사업을 한다고 하니, 지역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식구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우리를 대단하게 생각해서냐고요? 아닙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할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너도나도 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드는 수고와 비용이 적어도 나눌 수 있는 것은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충남지역노동조합 코리아웨코스타지부(지부장 권오대)는 총 조합원이 68명인 작은 노동조합이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노동조합(일반노조) 소속으로 2000년 12월에 처음으로 조직돼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5년째다. 조직을 챙기고 노조를 운영하기도 바쁜데 매주마다, 그것도 두 번씩 독거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사소했다.

 

남은 반찬 나눠먹기, 전 직원 봉사활동으로

 

“우연히 사내식당에서 저녁에 남은 반찬을 가져다 버리는 것을 봤습니다. 없어서 못 먹는 사람도 있는데, 나눠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조합의 운영 사정도 빠듯한데 돈도 적게 들면서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사소한 계기죠.” 권오대 지부장의 설명이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리아웨코스타(주)의 조합원들 역시 생활이 그다지 넉넉한 편은 아니다. 끊임없이 원청업체와의 단가전쟁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회사 구성원이 함께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일은 ‘그 정도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체 직원이 100여 명 정도이니 남는 반찬의 양도 불규칙하고 한 번 시작한 나눔인데 ‘없다고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당의 남은 반찬’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조합원의 모금으로, 목욕봉사와 방문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모금에는 조합원뿐 아니라 전 직원이 참여해 줍니다. 전체 직원이 100명인데, 매달 30만 원 이상은 모금이 되지요. 직원들도 넉넉지 않을 텐데, 매달 그만한 돈이 모이는 것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이 돈으로 식당에서 반찬을 더 만들어 지역의 독거노인 두 명, 지체장애인 두 명에게 매주 두 번씩 반찬을 배달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 목욕도 같이 가고, 가까운 곳으로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고.

 

그저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이 작아도 조합원, 비조합원 간에 서로 타인처럼 바라보듯 안 보이는 선이 존재합니다. 서로 대화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정이 쌓이다 보니 대화도 많이 늘어나고 서로 이해점이 생겨 참 뿌듯합니다.”


무엇을 ‘나눈다’는 것이 회사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 사람들이, 우리가 이러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간단하게 할 수 있으니까 놀라는 거죠. 하기 힘드니까 여태껏 손을 안 대고 있었는데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 줄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요새는 지역 내에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달라졌다. ‘나’와 ‘우리’, 임금과 복지만 알았던 사람들이 ‘연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합 내에 팽배해 있던 이기주의가 점점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 노동조합에는 가장 큰 수확이다.


권오대 지부장은 “임단투 시기 외에는 관심이 전혀 없던 조합원들도 이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리아웨코스타(주)지부의 향후 계획은 참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우선, 푸드뱅킹 대상자를 네 명에서 열 명으로 확대하는 것. 그리고 회사 전 직원과 함께 1대 1 자매결연을 맺어나갈 계획이다.

 

작은 표주박 사랑

 

커다란 들통에 담긴 물이나, 작은 표주박에 담긴 물이나 같은 깨끗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 맛의 달큼함과 시원함은 다르지 않다. 우연히 퍼 올린 작은 표주박의 물이 소외계층은 물론이고, 한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시고 있다.


이제, 이들의 작은 실천이 넓은 호수에 찰랑이는 물이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목을 축이게 하는 단비가 되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나 잘났다고 하는 데 이용하고 싶지 않아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이 곳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달고 시원한 물을 나눠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