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했으니 야합 맞다”
“밤에 했으니 야합 맞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2.17 18:5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미애, 12.4 합의에 뼈 있는 농담
합의 두고 미묘한 신경전 펼쳐…노조법 개정 연내 처리에는 동의

 

▲ 노동관계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위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한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장석춘 위원장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2.4 노사정 합의의 한 당사자인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에게 “밤에 합의했으니 야합이 맞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노사단체 연쇄 면담을 진행 중인 추 위원장은 17일 오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장 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장 위원장은 “어렵게 나온 합의안이니만큼 국회에서도 존중되길 바란다”며 “만약 현행법이 시행될 경우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 위원장은 “한국노총, 경총 합의안은 실제 반쪽 합의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절차를 다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살릴 것은 살리고 노조의 자주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헌법의 원칙과 가치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각자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틀이 중요하다”며 “여야, 경영계, 노동계가 대타협을 통해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다자간협의체(라운드테이블)의 가능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장 위원장이 “외부에서는 야합이라고 하는데”라고 말하자 “야합은 맞지 않느냐. 밤에 합의했으니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추 위원장의 발언에 장 위원장과 배석자들은 다 같이 웃었지만 내심 씁쓸한 표정이었다.

추 위원장은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가 지난 4일 발표한 3자 합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모두발언 중인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오른쪽) 옆에서 장석춘 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듣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또한 추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지난 4일 3자가 합의한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계속해서 “한국노총과 경총의 합의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을 제외한 ‘합의안’을 노사정 합의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난 14일 환노위 공청회에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노사정 합의안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경영계와 한국노총, 노동부를 윽박지른 것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지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면담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한국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추 위원장은 다자간 협의체의 참여를 촉구했으나 장 위원장은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도 진행해봤지만 공식적인 테이블에서는 원칙적 이야기만 나와 전혀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다자간 협의체 참가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위원장에게 현재 한나라당 개정안 중에서 노동계에 불리한 부분을 설명하고 이를 잘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추 위원장과 장 위원장은 연내 노조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