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쌍용차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9.12.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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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위한 첫 걸음은 뗐지만…독자생존·매각 어느 쪽도 쉽지 않아
쌍용자동차가 법원의 회생계획안 강제인가 결정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난관을 통과했다.

지난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고영한)는 쌍용자동차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일 열린 제4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쌍용자동차는 앞으로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생절차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쌍용자동차가 지고 있는 1조1,900여억 원의 채무 중 37% 가량이 회생계획안에 따라 면제받거나 출자로 전환되고 금융권의 추가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오는 28일 대주주 5:1, 일반주주 3:1의 비율로 1차 감자를 실시하고, 29일 일부 채권의 출자전환을 거쳐 내년 1월 18일 전체 주식에 대한 3:1 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중에 매각주간사를 선정해 M&A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회생계획안이 인가됐지만 이는 쌍용자동차의 회생을 위한 첫 걸음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쌍용자동차는 회생계획안을 내면서 3년 이내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자동차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차를 생산해 많이 파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쌍용자동차는 아직까지 경쟁력 있는 차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생산 중인 차종은 구형 모델일 뿐만 아니라 야심차게 준비한 신차 C200도 내년 6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더구나 현재 쌍용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11월 1달 동안 모두 4,666대의 차량을 판매해 전월(4,630대)보다 0.8%, 전년 동월(3,853대)보다 21.7% 증가했지만, 1월부터 11월까지 총 판매량은 29,8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6,865대)에 비해 무려 61.1%나 감소했다. 1~11월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0.9%에 그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처한 이런 조건은 쌍용자동차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쌍용자동차는 회생계획안 제출 당시 내년 상반기 중에 인수업체를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M&A를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수업체를 찾는 것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외 자동차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껏 축소된 시장이 경제위기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2011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전망이다.

더구나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의 생산·판매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GM 등 일부 업체는 자국 정부의 지원에 기대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한 바 있다. 유럽의 자동차메이커들도 일본 업체들의 M&A에 관심을 쏟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M&A가 아닌 해외공장 건설 등 자체적인 몸집 키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했다가 위기를 겪게 된 터라 중국 업체로의 매각은 더더욱 쉽지 않다. 결국 쌍용자동차의 인수에 관심 있는 자동차메이커는 찾기 힘들다. 이는 쌍용자동차가 M&A 시장에서 어필할 만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뛰어난 기술력이나 우수한 판매망, 경쟁력 있는 차종 등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볼보나 사브 같은 유력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다른 한편 쌍용자동차의 재정상황 역시 독자생존이나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장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지만 현재 쌍용자동차는 개발이 완료된 C200 외에는 신차개발에 들어갈 연구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자동차메이커가 신차를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곳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쌍용자동차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강제인가를 통해 통과됐지만 이제 겨우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회생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떤 수단을 통해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