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명분’ 대내 ‘실리’ 함께 챙겼다
대외 ‘명분’ 대내 ‘실리’ 함께 챙겼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9.12.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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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잠정합의안 들여다봤더니…‘현대중공업 수준’으로 맞췄다
현대자동차 노사의 길었던 2009년 임단협이 드디어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잠정합의안이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중간에 선거 문제 등이 걸리면서 연내 타결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노사가 한숨은 돌린 셈이다.

현대차 주변에서는 지난 주부터 22일 전에 교섭이 최종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교섭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었다.

여론 시선 신경 쓰면서 조합원엔 선물 보따리

이번 잠정합의안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기본급 동결, 사상 최대 일시금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임금은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되는 호봉승급분(30,117원)을 제외하면 임금협상 최초로 기본급이 동결됐다.

여기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현대차 노사에 쏠리는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임금 동결 내지 삭감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이 노사를 압박했다는 것. 올해 실적이 노후차 세제 지원 등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런 주변 여건 속에서 임금을 인상할 경우 노사에 질타가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고, 회사측은 처음부터 기본급 동결만큼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경훈 집행부로 볼 때는 조합원들에 줄 ‘선물’이 필요했다. 이른바 ‘실리’ 집행부가 들어섰다는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집행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결국 사상 최대 일시금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성과급 300%에 일시금 500만원, 그리고 주식 40주를 지급키로 한 것. 이는 금액으로 따질 경우 평균 1580만원에 달한다. 200%와 200만원은 타결 즉시, 100%는 설날휴가 전, 200만원은 2010년 1월 15일 이전, 주식 40주와 100만원은 2010년 1월중 지급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지급 수준에 맞춘 흔적

이번 잠정합의에 따른 일시금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던 ‘현대중공업 수준’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일시격려금으로 통상급 기준 150%, 주식 26주(약 500만원), 실적성과급을 받기로 했다. 현재 성과급이 330%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총액 1500만원 안팎이다. 현대중공업은 여기에 더해 노사문화대상 수상에 대한 격려금 조로 1인당 100만원을 추가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에 임금 외에 ▲ 고용보장 확약서 ▲ 법률적 절차 종료 후 해고자 복직 ▲ 사회공헌기금 40억(전년 대비 10억 증액) 출연 등의 내용도 담았다. 현장조직들의 요구 사항이 일정정도 반영된 셈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대외적 명분과 대내적 실리를 조화시킨 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에 대해 조합원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노사의 고민이 그대로 담긴 합의안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