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인정은 헌법 위반?
산별교섭 인정은 헌법 위반?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12.3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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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헌법상 가치인 기회의 평등 위배”
행정법규 법적시비 있어도 원칙 고수 주장…끝까지 협박으로 일관하는 노동부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노동관계법 개정안 관련 노동부 장관 기자회견에서 임태희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 산별교섭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헌법이 보장하는 기회 평등의 원칙에 위배돼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될 전망이다.

임 장관은 29일 오후,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내에서 어제부터 갑자기 핵심적 이슈로 산별노조에 대한 별도교섭권 인정을 요구하며 중재가 어렵게 됐다”며 “(노동3권을 이야기하며) 헌법상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헌법상 기회의 평등이라는 더 기본적 가치를 깨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수가 기업별 노조가 많더라도 소수인 산별노조에 교섭권을 따로 줘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법에 반영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이것은 산별노조에 대한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장관의 주장은 조합원 50%와 30%인 기업별 노조는 창구단일화를 통해 30%인 노조엔 교섭권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 사업장 내에서 겨우 10%인 산별노조 지부나 지회에게 교섭권을 따로 주는 것은 형평성과 기회평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교섭권은 산별노조 자체에 주어지는 것이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교차교섭으로 지부나 지회가 소속된 사업장과 교섭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임 장관의 발언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임 장관의 발언을 거꾸로 해석하면 결국 조합원 수가 적은 노조에게는 아예 교섭권이 주어질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꼴이 된다. 이 경우 노동계나 민주당이 우려했듯이 헌법상의 권리인 단체교섭권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돼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이는 노동부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주장하며 시작된 노조법 개정 국면임에도 선진국 대부분이 채용하고 있는 산별교섭을 한국에서만은 실시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만약 연내에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법적 시비가 일더라도 예고한대로 행정법규를 통해 창구단일화를 강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장관은 “그동안에 노사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기초로 행정법규를 예고했고 31일 고시될 것”이라며 “그 내용은 법적 시비가 벌어지는 것과 관계없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유추해봤을 때 노동부는 법적 시비가 일어날 것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행정법규를 들어 창구단일화를 강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 노동부가 무리하게 행정법규를 적용했다가 소송 등을 통해 법원에서 행정법규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노조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부의 무책임성이 그대로 드러난 발언으로 보인다.

결국 이러한 논리적 모순과 무리한 법 적용을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이날 임 장관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국회에 대한 압박 수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만약 노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결렬로 연내 통과가 불가능할 경우 그 책임소재를 민주당 등 야당에 돌리며 노동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