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상대 부서는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 가져야”
"고객상대 부서는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 가져야”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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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불만을 끝까지 듣고 대화하는 것이 비결
LG전자 용산고객서비스센터 전수현 부장

LG전자 용산서비스센터의 직원 책상에는 A/S 수리기사 000이라는 명패 대신 ‘고객감동사’ 000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다. 단순히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 ‘기술자’를 넘어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객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전령사’가 되자는 뜻이다.


용산센터에서 PC 수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수현(38) 부장. 그의 책상 위에는 ‘PC 수리 고객감동사’라는 명패 외에도 ‘LG 전자 서비스부문 대(大)명장’을 뜻하는 패가 놓여 있다. 


LG전자의 ‘대명장제도’는 명장 중에서도 기술력과 고객대응력이 뛰어난 서비스 엔지니어를 선발해 전폭적 기술 지원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사내 훈련원 서비스 강사로 위촉하는 제도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올해의 대명장은 6월 27일 열린 ‘LG전자 서비스 기술 올림픽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5명(휴대폰, 에어컨, TV, 냉장고, PC 분야 각 1명)을 후보로 최종 심사를 거쳐 2명을 선발했다. 기능 올림픽에서 금상을 차지한 사람들인 만큼 기술력은 모두 최고임이 입증된 후보들. ‘대명장’은 기술력의 바탕 위에 ‘고객감동’ 분야에서도 최고를 자랑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으로 서비스 엔지니어에게는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 최초의 ‘대명장’이 된 전수현 부장은 “A/S 센터를 찾는 고객은 판매를 거쳐 우리 회사를 마지막으로 찾는 사람”이라며 “내 뒤에 나의 실수를 만회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고객 서비스에 임한 것이 수상의 원인이 됐다”고 말한다.

 

01. 불만은 무조건 끝까지 듣는다


A/S 센터를 들어서면서 웃음을 짓는 고객은 거의 없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물건의 고장 때문에 힘든 걸음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짜증만 가득하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사람부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까지 다양한 고객을 대하는 전수현 부장의 태도는 우선 듣는 것이다. 고객의 말에 억지가 있거나 제품이 고객의 실수로 망가진 경우라 하더라도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게 마음을 풀어주는 거예요. 제품은 저의 기술로 고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까지 제 기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끝까지 듣는 것이 필요해요.”


평소에 사람을 만나거나 부하직원들을 대할 때도 전 부장은 중간에서 말을 잘 자르지 않는 편이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말을 들으면서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만의 노하우다.

 

 

02.  덮어놓고 사과하기보다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일단 고객이 불만을 다 털어 놓고 차분해지면 그때부터는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 나가기 시작한다. 용산센터에서는 ‘오픈 서비스’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반 A/S 센터와 같이 손님은 물건을 맡기고 수리기사는 다른 공간에서 물건을 고쳐서 내오는 것이 아니라 수리 과정 자체를 고객과 함께 밟는 것이다.


전수현 부장은 무조건 ‘죄송합니다’를 남발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제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무엇이 고장의 원인인지를 함께 찾아 나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품의 하자가 밝혀지면 잘못을 시인하고 충분히 사과하지만 관리부실이나 오작동으로 인한 고장의 경우라면 어떤 사용법 때문에 이런 고장을 일으켰는지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03. 공감’이 열쇠, 상대방의 눈높이로 얘기한다


지금은 용산센터 내에서 업무를 보지만 처음에는 그도 출장서비스를 다녔다. 전수현 부장은 출장서비스의 경험이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하우를 가르쳐 줬다고 말한다.
“출장을 다니다 보면, 학교, 은행, 가정집, 관공서 등 다양한 곳을 방문하게 되잖아요. 그 곳에 있는 고객의 관심사와 상황도 모두 다르죠. 그래서 그때는 어떤 곳에 가면 어떤 화젯거리로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많이 연구를 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찾아오는 고객의 특성에 맞춰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수리를 맡기면, 고장 부분의 수리 외에도 컴퓨터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크게 키워주는 것 등이다. 그에게는 1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일이지만 이렇게 작은 일에서 고객의 감동이 시작된다는 것이 전수현 부장의 말이다.
“고객을 배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니까요.”

 

 

04.  파트너를 적극 활용한다


용산센터는 다른 센터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자상가 내에 입주해 있다 보니 총판을 통해 구입한 고객들의 수리 요청이 많은 것. 정식 대리점과는 달리 사후 서비스보다는 판매 자체에 열중하는 판매업자들이 많아 고객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A/S 센터로 돌아올 때가 많다. 처음 용산센터에 왔을 때는 이런 일 때문에 판매업자들과 언성을 높이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를 센터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판매업자를 파트너로 삼는 전략을 구사했다. “아무래도 저는 기술자니까 판매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종종 해결해 줄 수가 있거든요. 그쪽도 어차피 우리 제품을 판매해 주는 사람들이니까 적대시하지 말고 도움을 줘서 파트너로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전자상가 내에 아는 사람도 많고 저도 가끔 도움을 받고는 해요.”

이제는 잘못 판매된 제품의 판매처를 몰라 고심하고 있을 때 ‘나름의 기술’을 이용해 어느 상점에서 판 것인지를 알아다 귀띔해주는 ‘파트너‘들도 생겼다.

 

 

05. 업무 전반에 대해 이해를 가져라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최고의 명예 전당에 오른 그이지만 센터 내의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많다. 전수현 부장은 “후배들을 대할 때에도 고객들을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후배들의 마음을 얻는 것 다음으로는 ‘큰 그림’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조언. 모든 업무를 전문가 수준으로 꿰고 있을 수는 없지만 후배직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맡은 부분의 기술뿐만 아니라 서비스조직의 운영원리, 타 분야의 기술, 고객감동을 위한 마음가짐 등을 늘 학습한다.

 

서비스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전수현 부장의 꿈은 여전히 ‘LG전자 고객 서비스의 최고봉’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수리중인 컴퓨터처럼, 고객의 마음을 얻고 후배들을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