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망대] 생활가전, 무역흑자 일등공신 ‘효자산업’
[산업 전망대] 생활가전, 무역흑자 일등공신 ‘효자산업’
  • 이경숙_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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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추격·수요포화, 프리미엄 제품으로 활로 찾아야

이경숙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생활가전의 범위는 매우 다종다양하다.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부터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선풍기, 전기다리미, 가습기, 커피 메이커, 헤어드라이어 등 소형 가전까지 여러 품목들이 있다.


지난해 생활가전은 수출 49억3300만 달러, 수입 5억5700만 달러로 43억76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여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달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효자산업이다. 특히 흑자규모면에서 냉장고는 13억7000만 달러, 에어컨은 13억2000만 달러, 세탁기 7억1000만 달러로 3개 품목의 흑자가 34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는 15조4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냉장고 1조6000억원, 에어컨 1조4000억원, 세탁기 9000억원으로 3개 품목이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구조는 대형 가전과 소형 가전이 여러 면에서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대형 가전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강한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외산의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또 소득수준 향상에 힘입어 양문형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소비구조가 변화되고 있다. 반면, 기능 차별화가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소형 가전시장은 가격위주로 경쟁이 이루어지다 보니 국산보다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는 국내 업체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설립한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역수입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쫓아오는 중국·견제하는 선진국 사이 ‘낀 한국’


주지하다시피 생활가전의 대부분 제품들은 이미 보급률 100%가 넘는 수요 포화 상태이다. 때문에 혼수용으로 새로 장만하는 경우 외에는 기존 제품을 교체하는 구매로 이루어지는 시장구조로서 경기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다. 최근 몇 년간 경기 부진으로 내수가 침체하다보니, 업체간 시장쟁탈을 위한 가격경쟁이 무척 치열해 매출 증가율도 낮고 수익률도 낮다.

 

그 결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생활가전사업에서는 대체로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소규모 흑자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중국 가전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세도 가속화되고 있어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미 선풍기 등 소형 가전에서는 중국의 저가제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의 소형가전 업체들이 상당수 퇴출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한국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사후관리(AS)망을 정비하면서 독신자용 세탁기나 와인 냉장고 등 틈새시장에 직접 파고 들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중국업체들이 주도하는 가격파괴 경쟁이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우리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얼과 TCL 등 중국 대형 가전업체들이 한국산 제품보다 20~40% 싼 가격에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산 전자레인지는 30 달러(3만원) 수준에 불과하나, 가장 싼 국산 전자레인지는 100 달러(10만원)로서 3분의 1도 안 되는 값에 제품을 팔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1996년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의 점유율은 15.1%였고, 중국은 4.7%로 낮았으나, 최근에는 중국의 비중이 23.2%로 높아져 26.3%인 우리나라를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한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3년 전 중국시장에서 에어컨 1위를 차지했던 LG전자는 4위로 밀렸고, 중국 업체가 시장점유율 1~3위를 독식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가전의 세계시장 진출이 점차 늘어나자 선진국 경쟁사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에 대해 올해 초 호주시장에서 일렉트로눅스가,  5월에는 월풀이 EU시장에서 반덤핑 제소를 했다. 향후 한국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증가할수록 이러한 견제용 반덤핑 제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 승부수가 있다  


그러나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기회요인도 많다.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의 백색가전 시장구조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생활가전의 교체주기도 단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에는 평균 교체주기가 12년이었으나 최근에는 7∼8년으로 짧아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서구식 생활방식이 일반화하면서 과시성향과 자기만족이 강한 소비지향적인 세대가 소비문화의 주류로 등장함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군이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웰빙 개념을 도입한 친환경 제품, 여러 기능의 복합화 제품, 홈네트워크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프리미엄 가전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에게는 시장 확대 기회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한국 가전업체들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는 IT 기술을 바탕으로 나노 기술 등 첨단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 고기능을 부가한 프리미엄 생활가전 개발에 많은 투자비를 투입해왔다.


이제 그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과 중남미 등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수입시장에서 국내 가전 3사(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양문형 냉장고 점유율은 2004년 말 38.2%로서 대유럽 수출증가율이 2003년 56%, 2004년 30%로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브랜드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가 경쟁력 관건


우리나라 생활가전산업의 생산요소 경쟁력은 중국에 비해 약하다. 왜냐하면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고정되어 있는데,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이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미국의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원화 강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중국 위안화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장부지 임대료와 임금 등이 높은 수준으로 원가 면에서도 불리하다.


그러므로 중저가 제품에서는 도저히 중국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생활가전 산업이 지향해야 할 전략 목표는 브랜드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개발이다.


프리미엄 가전은 가격 경쟁력보다 브랜드 파워가 주요한 구매 결정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 구축과 강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브랜드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국가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가 동반하여 발전해야 한다. 이는 국가 이미지가 주는 영향이 제품에 대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올라서 있으나, 일류 국가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홍보투자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 브랜드 제고에도 역시 오랜 시간에 걸친 홍보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그리고 고품질이 뒷받침되어야한다.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나노·바이오 등 신기술과의 결합·융합을 통한 고기능화, 에너지 고효율화, 친환경화 그리고 디자인 첨단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비와 디자인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취약점인 핵심소재·부품기업의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핵심소재·부품기업의 육성은 완제품의 품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일뿐 아니라 중국 등으로의 해외투자 확대로 대두되고 있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킬 가장 좋은 해결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