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전망대] 노사정 모두 ‘악재’ 만나 휘청
[노사정 전망대] 노사정 모두 ‘악재’ 만나 휘청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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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대립 양상 속 활로 찾을 수 있을지 주목

8월은 협상의 계절이다. 대기업의 휴가가 대부분 8월초에 몰려 있는데, 아직 임금 혹은 단체협약 협상을 끝내지 못한 대규모 기업들이 많아 휴가 후에 본격적인 협상 및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법안, 로드맵 등을 둘러싼 노정 간의 협상도 본격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노정 간의 감정 대립이 이미 극에 달해 있는 상태라 협상 전망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 지금 노사정 모두가 최악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계, 반노조 정서 ‘부담’


노동계는 여전한 반노조 정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비리 사건은 물론이고 고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현재 노동계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정 대화의 통로가 막혀 버린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 투쟁 입장을 굽히지 않고는 있지만 노정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화에 나설 명분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립각을 형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소 소강 국면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내부 자정을 위한 노력, 그리고 정파 간 갈등도 여전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전면적인 내부 혁신을 위한 행보가 늦춰질 경우 다시 어디서 비리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노동계 내부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사정당국이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가운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법안은 ‘지연 작전’을 통해 시간을 벌고 있지만 언젠가는 합의에 이를 것이고, 이 경우 내부 갈등이 다시 한 번 폭발할 개연성도 높다.

 

재계, 도덕성 논란 ‘곤혹’


사용자들은 의외의 난관을 만났다. ‘X파일’을 둘러싼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형국이다. 전통적으로 노사관계의 무풍지대였던 삼성에서 폭발한 사건이기 때문에 노사정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삼성으로서는 조기 수습 카드를 다양하게 구사하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하나의 뇌관은 내분에서 비롯됐다. 두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이른바 ‘형제의 난’은 ‘X파일’보다는 좀더 직접적으로 노사정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쟁의 중심에 있는 박용성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그동안 노사정 관계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던 점을 미뤄보면 재계의 도덕성 논쟁이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노동계가 박 회장을 별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중 일부는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데 사용됐다’는 전임 회장의 폭탄선언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정부, 노동계 비토 ‘난감’


정부로서는 갈 길이 바쁜데 노동행정의 수장에 대한 노동계의 비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걸린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팽팽한 힘겨루기에서는 노동부가 전면에서 빠져 있었다. 공이 노사정 협상 테이블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주도권은 당에서 쥐고 있었다.


그러나 로드맵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노동부가 협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노동계는 김대환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양 노총이 김대환 장관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공동 행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여권이 급격하게 ‘정치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연정을 제안했고, 여권 중심부에서는 이미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대립보다는 정치적 해결책을 선호할 것이고, 이는 노정 관계에서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산별·대공장 교섭도 관건


대규모 기업 혹은 산별 교섭의 진척 상황은 8월 노사정 관계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종사 파업과 보건의료노조의 거점 농성으로 한 차례 힘겨루기가 진행됐지만 8월에는 더 큰 파급력을 지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교섭이 본격화된다.


산별의 경우 빅3라 할 수 있는 병원, 금융, 금속 중 금속 노사간의 협상만 타결된 상태다. 병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으로 한차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금융의 경우도 선거 결과를 둘러싼 내분으로 행보가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산별 교섭에서는 사용자단체 구성 문제가 여전한 논쟁 거리로 남아 있다.


현대자동차 교섭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현재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는 8월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8월에 가닥이 잡힐 경우 전체적인 올해 임단협의 마무리 국면을 주도하게 될 것이고, 장기화될 경우 노정 갈등과 맞물려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


한편 올해의 임단협 과정에서 그간 임금과 고용에 의제가 맞춰졌던 데 비해 작업장 내부의 각종 현안들로 관심사가 옮아가는 경향을 보여, 이런 흐름이 향후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