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보다 간판! 과연 득일까?
학과보다 간판! 과연 득일까?
  • 조진표
  • 승인 2010.0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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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선택은 미래와 적성에 맞춰라
직업목표·성격특성·유리한 학과 점검하자

 

▲ 경기도의 한 외고를 거쳐 상위권대 법대를 졸업한 강은석(31·가명)씨. 고고사학자를 꿈꿨던 김씨는 회사원인 아버지의 권유로 1998년 법대에 진학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전하던 김씨는 6년간 고시 공부에 매달렸으나 실패했다. 취업 장벽을 넘지 못해 고생하던 김씨는 올해에야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 현재 서울의 중위권 대학 사회학과 3학년생인 박성준(20·가명)씨는 “적성을 살려 경영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박씨는 중하위권 대학의 경영학과에도 동시 합격했으나 현재의 학과를 택했다. 그런데 인문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위염을 앓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교육컨설팅 관련 강연과 방송
진행일간지 교육칼럼 기고
진로상담 기관에 있다 보면, 위의 경우처럼 자신의 꿈과 적성을 살린 학과 선택을 못해 고전한 이들의 사례가 부지기수임을 알게 된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입시 전문가들은 “사설 입시기관 배치표와 수능 점수를 ‘짝짓기’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지만 교육현실에서 이 같은 말은 하나마나한 허언에 그치게 마련이다.

진로상담 기관에 있다 보면, 위의 경우처럼 자신의 꿈과 적성을 살린 학과 선택을 못해 고전한 이들의 사례가 부지기수임을 알게 된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입시 전문가들은 “사설 입시기관 배치표와 수능 점수를 ‘짝짓기’하면 안 된다”고 조언하지만 교육현실에서 이 같은 말은 하나마나한 허언에 그치게 마련이다.

 

● 전공 선택이 직업의 절반을 결정한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한 달의 기간은 여느 한 달의 시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의 결정으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배우는 지식들뿐 아니라, 그로 인해 앞으로 사회에 나와 하게 될 직업의 분야가 50% 이상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부모들, 또 학생들에게 설문을 하면 학생의 학년에 따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고등학교에 가서는 흥미, 적성보다는 조금 현실적으로 그나마 미래 유망한 직업을 일차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대입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어이없게도 고려하는 조건이 ‘성적’ 하나로 좁혀지게 된다. 적성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조를 했어도 일단 성적이 중요하니 적성은 수능시험 봐놓고 결정하겠다고 미뤄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수능이 끝나고 나면 그 해방감에, 배치표 상의 한 단계 높은 칸에 있는 학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적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잊게 되는 것이다.

 

ⓒ 와이즈멘토

 

목표 대학을 정하고 그 대학의 아무 학과에 지원을 한다거나, 가고 싶은 학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치표를 보니 조금 더 높은 학과도 가능한데 점수가 아깝지 않니?’라는 엄마의 말에 지원학과가 순식간에 변하기도 하고, 혹은 지원 학과의 배치표 상의 점수가 12년 공부의 순위라는 생각에 시험기간에 성적을 높이고자 정답을 찍듯 지원하는 학과를 한 칸 높여보기도 한다. 결국 “내 미래, 내 적성에 맞춘 학과”가 아니라 “내 점수에 맞는 학과”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다시 수능 공부를 하는 ‘반수’를 하고, 다니다가 다른 과로 ‘전과’를 하고, 아예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되고 하는 모습들이 다 학과 선택의 잘못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이때는 거짓말처럼 잊어버리고 만다. 명문대를 진학한다 해도 예외는 없다. 오히려 성적에 맞춰 적성에 안 맞는 학과를 택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후에는 학교생활도 재미없고, 취직도 못하여 방황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대학의 중도 탈락자 비율은 4.8%, 전문대는 8.3%에 이른다(한국교육개발원 4월 조사 결과). 또 2007년 8월, 2008년 2월 대학 졸업생 17만878명 중 5만2652명이 다른 전공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과 선택을 제대로 못하면 반수나 편입의 위험 부담이 크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 학과 수가 얼마나 될까. 답은 1만7352개(331개 대학·2008 교육통계연보)다. ‘학과의 바다’에서 헤매다 자칫 좌표를 잃기 쉽다.

 

ⓒ 와이즈멘토

● 직업목표·성격특성·유리한 학과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그럼,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과 설정 전에 다음 3단계를 꼭 점검하길 바란다.
첫째, 직업목표 군을 설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1만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직업교육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아는 직업은 10가지를 넘기 어렵다. 그런데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바로 직전 단계이기 때문에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니 지금의 대학 학과 결정은 바로 취업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능점수야 이미 결정된 것이니 내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할지를 쭉 나열해 보라.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아는 직업이 몇 개 없을 것이다. 어차피 논술, 구술/면접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신문을 읽어야 하니 신문에 나오는 다양한 직업 세계에 대해서 흥미를 갖도록 하라. 또는 직업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가 많으니 검색하여 공부하라.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10개 정도만 우선순위를 매겨 적어보자. 그리고 그 직업 옆에 어떤 사람이 그 직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지를 조사해 기입해 보자.

둘째, 자신의 성격특성이 직업 목표와 일치하는 지 살펴봐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적성검사를 해보았을 것이다. 그 검사 결과지를 다시 한 번 꺼내놓고 자신의 성격을 살펴보라.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대충 검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적성검사를 해보라. 요즘은 인터넷으로 하는 검사도 많으니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적성검사에서 나오는 자신의 성격이나 특성이 앞에서 조사한 직업에 잘 들어맞는지를 체크해보라. 맞지 않는 것을 지우다 보면 2~3개로 좁혀질 것이다.

셋째, 성격에 맞는 목표 직업을 이루는 데 유리한 학과를 찾아라.

하고 싶으면서 자신의 성격과도 부합하는 2~3개의 직업목표를 찾았다면 그 직업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유리한 학과가 무엇인지를 찾아라. 예를 들어 회계사가 목표라면 경영학과가 유리할 것이고, 변리사가 목표라면 기계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과 등이 유리할 것이다. 기자가 목표라면 신문방송학과나 사회학과가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목표 직업 옆에 유리한 학과를 써놓은 후 중복되어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학과가 생긴다면 그것이 바로 이번에 지원해야 할 1순위 학과이다. 공통적인 학과가 없다면 직업목표 1순위에 관련된 학과가 바로 1순위 학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