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장이전·고용불안 ‘파트너십’으로 ‘꼼짝 마’
[영국] 공장이전·고용불안 ‘파트너십’으로 ‘꼼짝 마’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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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관리의 가장 역동적 촉매는 노동조합

존 몽크스 John Monks 유럽노총 위원장은 노조 지도자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지난 10년간 영국노총을 지휘하면서 2차 대전 이후에 가장 오랫동안 노동조합을 이끈 지도자로 기록됐다. 2003년에 몽크스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 중의 하나로 유럽식 사회경제 모델의 부흥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원고는 몽크스 위원장이 지난 달 열린 IPA 자문위원회에서 제기한 몇 가지 의제를 서면으로 정리한 것이다.


“유럽경제를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유럽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몽크스 위원장은 IPA 자문위원회의 첫 연설을 위와 같은 말로 시작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영국보다 20% 이상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격차가 많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고기술, 고투자’에 의해 견인되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이 영국보다 훨씬 높다.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상품 수출국으로서의 독일 경제는 여전히 튼튼하고 통일 이후 경제통합도 잘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또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고성과 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서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풍요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 모델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몽크스 위원장은 많은 EU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연금생활자들과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몽크스 위원장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새롭게 EU에 가입하고 있는 중부유럽 국가 대부분이 유럽식 사회경제 모델을 채택하지 않는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규제완화와 일률과세 등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자유경제 모델을 추구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노동조합의 힘은 약해지고 조직률 또한 감소한다.


노동력 감소의 시한폭탄


전 유럽에 걸쳐서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퇴직자와 노동가능인구의 비율은 1:3인데 이탈리아에서는 1:2로, 노동가능 인구 대비 퇴직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몽크스 위원장는 결과적으로 고령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동의 형태를 고령자에 맞도록 다양화하는 것은 경제에 있어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노동생활의 질, 일과 가정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는 정책 또한 경제인구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모든 유럽국가에 부여된 임무이다. 왜냐하면 노동 가능한 인구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금융산업 노동자들에게 인도로의 아웃소싱은 매우 큰 걱정거리이다. 독일 노동자들에게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지의 노동력이 싼 동유럽 국가로의 일자리 유출이 가장 큰 이슈로 떠올라 있다.

 

너도나도 값싼 곳으로 ‘일자리 탈출’


‘탈지역화’로 불리는 이 현상은 아마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몽크스 위원장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할 때,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갖도록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의 기업들은 미국의 일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무노조 모델을 적용하기보다 유럽식 모델을 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업들이 중국이나 캐롤라이나로 공장을 이전할 때에도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관행과 기본적인 복지의 기준, 노동조합의 인정 등이 필요하다고 몽크스 위원장은 말한다. 


그는 덴마크의 섬유산업을 예로 들었다. 위기에 처한 덴마크의 섬유산업은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소매점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이기고 동반 성장했다. 이들은 시장에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대신 생산 시스템을 합리화하고 품질관리와 근로조건 향상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영국 노사관계의 세 가지 변화


몽크스 위원장은 영국의 노사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세 가지로 특성화해 정리했다.


첫 번째로 영국은 생산성에 비해 노동시간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몽크스 위원장은 화학산업이나 철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평균보다 10년 정도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장거리 운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의 영국노총(TUC) 연구는 스트레스와 장시간 운행에서 오는 피로함, 과도하게 짜인 운행 스케쥴 등으로 인해 1년에 천명의 운송 노동자가 도로 위에서 사망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두 번째로, 몽크스 위원장은 공공부문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민감하지 않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이 분야의 생산성에 관해 지적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공공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점차 오르는 세금에 대한 저항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 정부기관과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직면한 모험은 공공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빠른 변화에 맞는 새로운 협상과 협의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변화 이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몽크스 위원장이 제기한 세 번째 주제는 지난 몇 십년간 노동조합에 일어난 변화다.  한편으로는 의식화와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파트너십 확장에 힘쓰는 영국노조의 두 가지 행동 양식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고 그는 지적한다.


EU 회원국 중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몇몇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의 조직률 또한 떨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 달에 2천명의 조합원이 노동조합을 떠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은 노동조합을 멀리할 뿐 아니라 오랜 전통으로 확립된 업종별 협력 모델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다.

 

보편화되는 고용과 임금의 ‘맞교환’ 현상 


몽크스 위원장은 지난 10~20년간 노동조합에 일어난 눈에 띄는 태도 변화는 수많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중에서도 1984∼85년 사이에 벌어진 광부파업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노동조합의 변화 필요성과 노동조합의 대화전략의 중요성을 주장했던 쟈끄 들로르 (Jacques Delors) 유럽위원회 의장의 역할을 지목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에서 성공적인 작업장 파트너십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포드사의 노동력 개발 지원 프로그램, 바클레이즈 은행, 테스코 등의 기업에서 시행된 작업장 파트너십 등이 대표적 예다.

 
이들 기업에서 노동조합은 ‘변화관리’의 가장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촉매의 역할을 했다. 몽크스 위원장는 작업장 파트너십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기업주들이 파트너십을 위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압력 때문에 파트너십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업장 노사의 파트너십은 상위 수준의 파트너십과 질적으로 다르고 현장관리자들 간의 파트너십과도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한다.


지속되는 일자리 축소와 공장폐쇄의 임금 격차 확대 등은 파트너십에 관한 노동조합의 새로운 관점 정립에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와 임금 간의 빅딜과 작업장 노사관계로의 집중은 이제 보편적 현상이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잘못된 경영진에 타협하지 말고 맞서라. 하지만 모든 경영진을 적대시하는 것은 스스로 덫에 걸리는 것과 같다”는 충고를 기억해야 한다.


몽크스 위원장은 변화 수용 프로그램과 고용안정, 기술적 유연성, 숙련 향상,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 경영진과의 성과 공유 등을 뼈대로 하는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