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은 깔았지만…
멍석은 깔았지만…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1.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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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노조·농민단체 공동토론회 개최
농협법 개정 2월 국회 상정 예정…시간은 없고 활동계획은 모호
▲ 19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린 '전농ㆍ전여농ㆍ협동조합노조 공동행동 공동토론회'에서 이한진 정책위원장이 현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살림살이 걱정은 공감하나 시간은 없다. 농협 개정안을 둘러싼 농민단체와 농협노조들에 대한 이야기다.

19일, 농협 5개 노조(반농업반협동조합농협법개악저지협동조합노동조합공동행동, 이하 공동행동)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전여농) 대표자들 및 실무진 20여명은 민주노총 교육원에 모여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농협 개혁이란 공통의 문제가 닥쳤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안이 달라 서로에게 불만을 지니던 그들이 드디어 연대해 공동행동키로 합의하고 실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대화의 장을 열었지만 예상대로 모두 침묵을 지켰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2월 국회에서 추진될 예정인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협개혁과 농업정책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정부주도의 농협법 개정과 농업개혁은 농업 현실, 협동조합 정체성과 상관없이 금융산업 재편 및 시장성 강화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농민 및 대중에 대한 선전도 부족한 만큼 이들을 이해시키고 농협 조합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 이후 실제 대안과 구체적 공동사업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 공동행동과 농민단체들에게 농협법 개정을 저지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강현진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장태평, 이하 농식품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농협법의 농식품위 상임위원회 통과를 목표로 지난 11일부터 현장 의견수렴에 들어간 상태며, 1월 22일에는 농식품부 출입기자 워크숍을 통해 홍보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국회 농식품위 수석전문위원들이 의견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2월 4일 국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2월 중순까지 현 개정안 그대로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공동행동과 농민단체들은 정부정책 저지 내용을 담은 선전물 배포와 토론회를 통한 의견 수렴 정도의 일정만 논의한 상태로 실질적인 저지활동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는 우선 농민단체와 공동행동이 농협 개혁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농민단체는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농업정책에 따른 농민경제 문제를, 공동행동은 농협법 개정에 따른 노조원 고용문제에 중점을 두는 상황이다. 결국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

심지어 공동행동 소속 5개 노조도 금융지주방식 신경분리 찬성부터 연합회식 신경분리 전환까지 대안이 제각각이어서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도 문제다. 결국 정부 정책 저지라는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구점숙 전여농 사무총장 내정자도 “일단 정부 정책을 막기로 실무자 및 대표자들 간 의견이 모인 상황에서 다른 내용이 나올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공동행동과 농민단체들이 처해있는 현실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동행동의 경우 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걸려있다. 특히 NH농협중앙회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나뉜 노조가 3개나 있으며 농협중앙회 분리시 인력과 조직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농민단체는 농민단체 나름의 고민이 있다. 전농이나 전여농은 최근 임원 선거를 치러 아직 제대로 임원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참석한 구점숙 전여농 사무총장 내정자도 아직 실제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며, 전농은 1월 28일 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아직 임원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강현진 수석부위원장은 “우리 행동이 상당히 늦었지만 그래도 2월 4일 공청회부터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과 더불어 가는 정책도 좋겠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이미 국회에서 판가름 내려는 상황인 만큼 국회저지투쟁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박조수 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상임위가 통과시키면 본회의는 그냥 가는 건데 이것을 막는 것이 시급할 것 같다”며 “어차피 상임위를 열려면 공청회가 필연적인만큼 공청회부터 무산시킨다면 나머지는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무색하게 3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는 아무런 실천활동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은 “이야기가 활발히 전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앞으로 서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