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 ‘김삼순’
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 ‘김삼순’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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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백수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놈들 다 나오라 그래!”
“웃으면 뭐 국세청에서 세무감사라도 나와요?”
“추억은 추억일 뿐이에요. 추억은 아무 힘도 없다구요.”

 

그녀의 거침없는 대사와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 연기, 2005년 여름을 빛낸 인물은 단연 ‘김삼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바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화제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이다.


그녀(김선아 분)의 직업은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쉐, 언뜻 봐선 꽤 낭만적인 설정이지만 극중 그녀의 하루하루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애인과의 실연충격으로 통통한 몸매에 살집이 더 붙었다. 이른바 퀸카도 아니고, ‘몸짱’도 아닌 30세 노처녀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재벌2세, 일명 삼식이(현빈 분)와의 티격태격 연애담이 더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TV앞에 고정시켰다.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톡톡히 덕을 본 것은 광고계·삼순이가 모델로 나선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가 올 여름 가입자 유치에 꽤 재미를 보았고, 치킨 브랜드인 BBQ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가 하면, 롯데칠성의 새 음료광고도 삼순이의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삼순이식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캐릭터가 소비자들에게 꽤 설득력 있다는 것이 광고계의 후문이다.


외모가 최고의 미덕이라는 ‘루키즘(Lookism)’ 세상, 그녀는 드라마 제목 그대로 ‘내 이름은 김삼순’일 뿐,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아니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삼순이의 팬이 되었을까?


그건 삼순이가 우리 시대 많은 여성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력서를 채우기엔 모자라는 학벌, ‘퀸카’와는 거리가 먼 외모, 그리고 전원일기에나 나올 법한 촌스러운 이름 등 콤플렉스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모범답안이지만 거꾸로 보면 이런 점이 그녀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래서 많은 사람들은 나와 멀지 않은 그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같이 흥분하고 또 그녀를 응원한다. 우리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며 어디 가나 폭탄인 주인공 브리짓을 응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원래 인터넷 소설에서 태어난 그녀에 대해 원작자는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귀띔해준다. “나 역시 서른을 바라보는 평범한 여성이라 삼순이의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나 또한 실제로 경험했던 일들이다.”


실제로 외국광고로 눈을 돌려보면 공주가 아닌 김삼순같은 평범한 주인공들이 더 많다. 그만큼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상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번듯하게 다듬어진 그녀들만의 리그였던 광고·모델계, 내게 ‘김삼순’ 그녀는 분명 아름다운 광고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