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명서
  •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 고광석
  • 승인 2010.02.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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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 하루아침에 워크아웃이라는 사태를 맞은 것에 대해 허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 대책하나 강구하지 못한 경영진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아니,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실망감이 가슴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사실 워크아웃이라는 사태를 접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수 만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의 기관장을 만나고, 국회의원을 만나고, 조금이라도 현재 사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타깃은 ‘노동조합’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지회장으로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자괴감으로 조합원 동지들의 고민을 받아 안고 몇 가지 입장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조기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는 이유입니다.

보편적으로 워크아웃이든, 부도로 인한 법정관리든, 회사 경영전반의 책임은 채권단으로 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현장조직의 대자보나 지회의 대자보를 통해 알고 있는 것처럼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 중입니다. 실사 이후에는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제출될 것이고, 노동조합과 대치되는 상황이 필연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노사 간 자구안을 도출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 판단했습니다.

둘째, 노조 동의서에 대한 서명 여부입니다.

1월 6일 회사는 채권단으로부터 운영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로 그룹 오너에 대한 ‘사재출연’과 더불어 ‘노사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였습니다. 동의서의 주요내용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하여 ‘채권단의 요구에 조건 없이 수용한다’는 내용과 ‘워크아웃 졸업 시까지 생산에 차질을 주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내용입니다. 이러한 동의서는 아무리 대표지회장이라 해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운영자금이 투입되어야 밀린 임금과 공장운영을 할 수 있다는 채권단과 사측의 압박과 노동조합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이 상존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원 동지들의 판단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생기지 않을 수 없어 찬, 반 투표까지 고민하였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논란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의서 서명을 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조합원들에게 공을 던진다는 비판과 논란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논란만 부추기는 찬, 반 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더 많은 의견과 여론을 통해 책임성을 가지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2월 1일 제시된 사측안에 대한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수용할 수 없는 안입니다. 현재의 흐름을 볼 때 09임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사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6가지 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정리해고 예고통보가 되기까지 진지하게 사측의 안을 고민하기보다 투쟁을 통해 돌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대다수의 조합원들의 의견은 6가지 안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장폐쇄와 점거파업이 병행되는 가운데 정리해고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고, 아쉽고 미흡하지만 잠정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노노간의 갈등으로 내부조직력은 약화되었고, 서로에게 상처만 안기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워크아웃이라는 상황에서 현재의 임금수준과 단체협약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입장이지만 버거운 일일 것이라 판단합니다. 하지만 회사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습니다. 교섭을 통해 하나하나 점검할 것이고, 더불어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만약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회사안을 고수한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불가피하게 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회에 힘을 실어 주십시오.

흩어져 있는 힘을 모으기 위해 3기 집행부에 신임투표를 고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조합원들의 고민지점을 확인하고 싶은 것도 대표지회장으로서의 진심어린 마음이었습니다. 현장에서나, 지역에서나 지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투쟁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관점부터,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 등을 보며 안타까울 따름이며, 이러한 것들이 조합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지회장으로서 정치적 입장에 휘둘리지 않겠습니다.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 됐듯, 조합원의 생존권과 민주노조로서의 존폐가 걸려 있는 만큼 이 두 가지를 지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책임 있게 집행하겠습니다. 또한 임・단협이 시작된 만큼 사측의 교섭요청이 있을 경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입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가 걸린 문제인 만큼 조합원동지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 2월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 고 광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