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 따라 임금 결정됐다
기업 성과 따라 임금 결정됐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2.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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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교섭 중단 거치며 임(단)협 난항
GM대우, 임금보다 고용안정이 우선
Close Up 완성차 임·단협, 무엇을 남겼나? ① 교섭과정으로 본 2009 임·단협
지난 1월 27일 오후 4시30분.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서 ‘기아자동차 2009년 임금교섭 조인식’이 진행됐다. 서영종 기아자동차 사장과 김성락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이 임금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길었던 기아자동차 노사의 2009년 임금교섭이 종료됐다.

기아자동차의 임금교섭 마무리와 함께 완성차업체들의 2009년 임(단)협도 종료됐다.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임금교섭을 타결했던 GM대우 노사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자동차 노사도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마지막으로 교섭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교섭이 어려웠던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의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부
GM대우, 임금과 고용 ‘빅딜’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자동차와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완성차 3사 중 GM대우에서 임금교섭이 마무리된 것은 지난해 8월 13일이다. GM대우와 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부(당시 지부장 이남묵)는 지난해 7월 17일 교섭에서 잠정합의에 이르렀다.

GM대우차지부는 이 잠정합의안을 7월 20일 확대간부합동회의에서 인준 받은 데 이어, 21, 2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전체 조합원 10,233명 중 6,711명의 찬성(찬성률 66.3%)으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다. 이어 8월 13일에 조인식을 가짐으로써 GM대우의 2009년 임금교섭은 마무리됐다.

GM대우와 GM대우차지부의 임금합의안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09년은 단협 교섭 없이 임금교섭만 하는 해였지만, GM대우차지부는 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을 우선 요구했다. ▲ 조합원의 고용안정 확약 ▲ 미래 발전전망 확보 ▲ 내수판매 증진 방안 ▲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 정비사업소 부지매각 철회가 GM대우차지부의 요구안에 포함됐다.

2009년 내내 GM대우에게는 ‘위기’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지난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빅3’는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GM대우의 모기업인 GM은 미국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받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GM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브랜드 매각 등 자구노력을 해야만 했다.

모기업의 부실은 GM대우에게도 큰 타격이 됐다. 특히 생산물량 중 80% 가까운 물량을 GM의 브랜드로 수출하는 GM대우에게 GM의 부실은 매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GM대우의 2009년 자동차 판매량은 2008년에 비해 33.6%가 줄어들었다. 특히 내수는 1.4% 가량 소폭 감소했지만, 수출은 38.9%가 감소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GM대우는 2009년 한 해 동안 유동성위기에 시달렸다. 한때 산업은행에 1조 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않았다. 줄어든 물량으로 인해 휴무를 반복했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GM대우에게는 회사의 생존이 절실한 과제였고, GM대우차지부 역시 연초에 금속노조가 결정한 요구안의 관철보다는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GM대우차지부는 금속노조의 방침과 달리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동결하는 데에 합의하게 됐다.


GM대우와 GM대우차지부는 7월 17일 ▲ 임금 동결 ▲ 각종 후생복지기금 중단 등 회사 제시안 철회 ▲ 인위적인 정리해고 없는 고용안정 확약 ▲ GM의 경차 및 소형차 생산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육성 및 미래형 기술·친환경 차량 개발과 생산 확대 ▲ 정비사업소 매각 철회 ▲ 창원 해고자의 경우 법률 소송 종료 후 즉시 협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GM대우차지부가 임금교섭에 임하면서 요구했던 내용이 거의 포함돼 있다.

GM대우차지부는 잠정합의안을 7월 21, 22일 이틀 동안 찬반투표에 부쳐 조합원 66.3%의 찬성으로 가결시킨 후 8월 13일 조인식을 치름으로써 2009년 임금교섭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GM대우차지부의 합의안에 대해 금속노조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금속노조와 GM대우차지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기도 했다.

기아, 최초로 해 넘긴 임금교섭

기아자동차는 2009년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판매 대수에서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기는 등 명실상부한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특히 세계 자동차시장의 위축에 따라 수출 대수는 2008년에 비해 약간 줄어들었지만, 내수시장에서는 급격히 성장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의 임금교섭은 완성차업체들 중 유일하게 해를 넘겨 타결됐다. 임금교섭을 이유로 파업을 진행한 곳도 기아자동차가 유일했다.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 4월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 기본급 87,709원 인상 ▲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 월급제 시행 ▲ 생계보전수당으로 통상급 23% 지급 ▲ 교대수당 51,000원 인상 ▲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 생산·기술직 자동승급제 도입 등을 2009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특히 2009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고 그에 따라 현행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하기로 지난 2005년에 합의했지만, 그 시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2009년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월급제 전환은 2009년 임금교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바로 8+8 근무제를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9+9 또는 8+9 등 과도기를 둘 것인지를 놓고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줄어들게 되는 임금과 생산물량을 보전하는 것도 관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월급제 전환이 기아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자동차에서도 쟁점이 되는 만큼,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와 별도로 합의안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노사 모두에게 고민이었다.

‘현대차만큼’ 의식은 기아자동차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경영진들에게도 깊게 뿌리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교섭 결과가 나온 이후에 타결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그룹에 합병된 이후 처음으로 현대자동차보다 먼저 임금교섭을 타결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보다 낮은 수준에서 타결돼, 먼저 타결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더구나 2009년에는 교섭이 3달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8월 12일 회사 교섭위원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중단된 교섭은, 기아자동차지부가 새 집행부를 선출하고 교섭단을 새로 꾸린 이후 12월 4일에야 재개됐다. 그 사이에 있었던 공백으로 기아자동차는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섭이 재개되면서 기아자동차 노사는 쟁점이었던 주간연속2교대제를 2010년으로 넘겨 연내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번에는 현대차와의 차별이 발목을 잡았다.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현대차만큼 성과급 또는 일시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기아차지부의 요구에 실적이 다른 만큼 현대차와 차별을 둬야 한다는 회사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해를 넘긴 교섭에서 파업까지 간 끝에 기아자동차 노사는 1월 19일 ▲ 기본급 동결 ▲ 생계비 부족분 200% + 200만 원 ▲ 특별격려금 100% + 300만 원 ▲ 2010년 1월 1일부터 신 호봉표 적용에 합의했다.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 기본급 동결 대신 사상 최대 일시금

현대자동차도 지난 2009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공장의 생산과 판매는 지난 2008년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현지공장에서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2004년 이후 최고의 영업이익률과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 성장을 기록하며 주춤하고 있는 사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5%로 높인 점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지부는 2009년 임·단협에서 ▲ 기본급 8만 7,709원 정액 인상(기본급 대비 4.9% 인상) ▲ 당기순이익분의 30% 조합원에게 정액 지급 ▲ 총고용 보장을 위한 사회적 확약서 체결 ▲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와 이에 따른 월급제 개선 ▲ 사회공헌을 위한 노사 공동사업 확대 ▲ 해고자 복직을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이 요구안 중 핵심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였다.

하지만 현대차지부 내에서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와 집행부 간에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놓고 이견이 표출됐다. 여기에 물량이관에 합의한 책임을 물어 민투위가 사무국장을 제명하고 이에 반발한 일부 집행간부들이 교섭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등 내부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지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윤해모 지부장이 6월 16일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교섭이 중단됐다. 더구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기선거 방침을 정했지만 금속노조의 기업지부 해소 방침이 확정되지 않아 선거가 치러지지 못함으로써 교섭 중단은 장기간 지속됐다.

9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이경훈 지부장이 당선되고 교섭은 중단된 지 5개월 만인 11월 17일에 재개됐다. 교섭 재개 이후 현대차지부는 최대 쟁점이었던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를 2010년으로 미루고 임·단협 연내타결을 위해 교섭에 박차를 가했다. 기본급 동결을 제시한 회사의 제시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끝에 연말을 열흘 앞둔 12월 21일 현대자동차 노사는 임·단협을 타결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30,117원 인상) ▲ 성과급 300% + 일시금 500만 원 + 주식 40주 ▲ 고용보장 확약서 체결 ▲ 해고자 법률적 절차 종료 후 복직 ▲ 사회공헌기금 40억 원 적립 ▲ 개정을 요구한 단협 18개 조항 중 전문 포함 13개 조항 개정에 합의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임금교섭 사상 최초로 기본급을 동결한 대신 역대 가장 많은 액수의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이 합의안은 12월 23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45,146명 중 42,256명이 투표에 참가(투표율 93.59%)한 가운데 찬성 26,290명(62.21%), 반대 15,801명(37.39%)으로 가결됐다. 이어 12월 28일 조인식을 치름으로써 현대자동차 노사의 2009년 임·단협은 모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