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보건의료노조 원자력의학원지부
<52>보건의료노조 원자력의학원지부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3.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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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에 젖은 노조 활동은 이제 그만
조합원 가요제 등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상시 운영
소통 강화 위해 정책토론회도 계획

ⓒ 원자력의학원지부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김종순, 이하 원자력의학원)은 현재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암 진료 역할을 전담하던 의학원의 기능이 방사선 진료 연구로 바뀌면서 기존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전원자력연구원의 부설기관이었던 원자력의학원이 ‘방사선 및 방사선동위원소 이용진흥법’ 개정에 따라 2007년 과학기술부직속 기관으로 독립 출범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현재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연구소와 원자력병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로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원자력병원 인력이 의학원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방사선의학연구소 역할이 강화되면서 병원 인력에 대한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조합원의 개인주의 강화, 연구소와 병원 및 진료센터 간 임금체계 차이로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풀어가고자 원자력의학원지부(지부장 진남희)는 조합원이 좀 더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친밀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노사갈등을 해결하고 현재 사업장의 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직원간 소통과 단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직 강화로 노사갈등 대응한다

2007년 독립출범한 이후 원내에서 선출하던 원장을 외부인사로 선출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해졌다. 원자력의학원지부는 “의학원 원장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1963년부터 이어져 온 암 전문 진료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올해 선출되는 원장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의학원의 고용과 위상문제를 지킬 수 있는 인재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암 진료 역할이 축소되면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의무직 가운데 12명이 의학원에서 떠났으며, 연구소직원과 병원직원 간 소통 부재로 갈등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부는 이런 노사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의 조직 강화를 강조했다. 이는 1987년 지부 설립 이후 노조운동과 조직이 약화되면서 노조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2000년 노사갈등 시기였다.

ⓒ 원자력의학원지부

당시 원자력의학원지부는 후생복지와 관련한 부분, 휴가 축소, 성과금 반납 등 사측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절반 정도가 지부를 탈퇴했다. 1999년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어 노사갈등에 따른 불안감과 병원 위기설이 높아지면서 사측의 탈퇴 강요가 조합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부는 현재 조합원들이 의학원에서 느끼는 불만과 문제점을 사측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직원간 갈등, 대안은 현장 강화

올해 진남희 지부장 집행부가 시작된 원자력의학원지부는 무엇보다 현장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그동안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 부족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먼저 직종간 차이에 따른 직원간 갈등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원자력의학원 임금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원자력병원과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직원의 경우 호봉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방사선의학연구소 직원은 연봉제이다. 따라서 같은 연차여도 임금에서 차이가 생긴다. 원자력의학원지부는 이런 문제가 원내 조직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연준 원자력의학원지부 사무장은 “예전에는 병원과 연구소 간 유대관계가 좋아서 서로 시너지를 내는 부분이 많았지만 의학원 독립출범 이후 다른 직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부분이 미흡해졌다”고 밝혔다.

이런 차이는 노동인식마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결과를 낳았다. 방사선의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현재 비조합원이며 병원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내용도 현저히 저조해 공감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원자력의학원지부는 이를 기존 병원 역할이 약화되고 연구소 중심으로 사업이 운영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각 직종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올해 직종별 조합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부는 상임집행부만이 아니라 조합원도 결합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 원자력의학원지부

가족 같은 노동조합 만든다

현장 강화를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숙제는 직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

진남희 지부장은 “최근 직원들의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을 접할 기회가 적어져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무섭고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는 현재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를 관성에 젖은 노동운동이라고 보았다. 다른 노동조합에서도 하는 활동이라고 할지라도 신선하고 새로운 조합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진 지부장은 “노동조합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이 노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부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고 호응할 수 있는 세심한 활동을 강화시키고 있다.

임단협 전에는 조합원 단합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고민을 듣고 지부활동을 선전한다. 대회 프로그램 일정은 가족과 함께 체험마을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한편 기간도 4주간 열어두어 3교대 근무를 하는 조합원들까지 반드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조합원 가요제를 매년 열어 조합원들이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업도 열고 있다. 정연준 사무장은 “가요제 같은 경우 수십 명의 조합원이나 팀이 참여해서 경쟁도 치열하고 호응도도 높다”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도 오픈해서 경품이나 점심을 제공하는 등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