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②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세일즈맨 되겠다
[김영훈] ② 미조직 조직화 사업에 세일즈맨 되겠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3.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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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과 연대해 구조조정 저지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인터뷰
<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에서 이어집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금은 저지전선 집중할 때

민주노총은 노조법 문제와 관련 특단협 방침을 제시한 바 있고, 현재 금속노조가 특별교섭(보충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사용자와 정부의 입장대로 올해 1월 1일 이후 체결된 단협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원에서 그렇게 판단한다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다만, 노동부가 자의적으로 그렇게 법 만들어 놨는데, 누가 보더라도 시행령이 시행되는 시점부터 (적용하는 것이 옳다). 시행령이라는 것은 시행되는 시점을 규정한 것 아닌가? 법리논쟁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법을 만들어 놓고 법에서 많은 권한들을 위임해 놨는데, 그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때부터 시행된다? 말이 안 된다.”

노조법 개정에 대응하는 문제가 시급하지만, 올해 사업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어떤 사업을 주요하게 진행할 계획인가?

“사업계획을 중앙위원회에 위임했던 것은 신임 집행부가 만든 사업계획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결산밖에 없었다. 누가 당선될지도 모르는데, 집행할 사람의 계획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업계획이 제출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그 현실을 인정한다.

그 사업계획을 중앙위원회에 위임해 신임 집행부의 생각을 첨삭해서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큰 그림은 2012년 민중집권시대, 자주통일시대를 열자고 했던 것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서 각 연도별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할 것이다.

3월 5일 중앙위원회에서, 그리고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실제로 우리 민주노총 3년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하는 점과 거기에 더해 민주노총이 상상하는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겠다.

민주노총의 활동과 투쟁에는 두 가지 전선이 있는데, 하나는 저지하고 저항하는 저지전선이 있고, 다른 하나는 대안을 내고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대안전선이 있다. 현재는 저지전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MB정권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민중에게 신뢰를 주지 않고, 투쟁을 통한 신뢰를 주지 않고 어떤 우리의 대안이 신뢰를 가지겠나?

지금은 저지전선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상반기투쟁을 민중과 함께 처절하게 하면서, 그 속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권위와 위상을 회복하고, 노동의 대표성을 확보한 가운데, 하반기에 우리가 꿈꾸는 사회, 우리의 비전과 이상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구상이다.”

배타적지지 방침 변함 없다

올해는 6월에 지자체 및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이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또 선거에 노조법과 노동기본권 문제를 어떻게 이슈화 시킬 생각인가?

“민주노총은 전 조직의 역량을 가동해서 다가오는 지자체 선거에 총력 대응할 것이다.

첫 대응은 공무원노조, 전교조, 철도노조에 대한 공안탄압을 분쇄하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노조, 전교조, 민주노동당에 대한 탄압은 곧 MB의 지자체 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공안탄압이기 때문이다. 이 저지선을 돌파해야 한다. 이미 상대는 자충수를 뒀다. 전교조의 돌아가신 분에게까지 소환장을 날리고, 캐나다에 이민 간 사람에게까지 소환장을 날렸다. 이 무분별한, 몰상식한, 어처구니없는 현실 속에서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그것이 지자체 선거를 준비하는 우리의 첫 번째 전선이 될 것이다.

정치방침은 투쟁방침에 복속될 것이다. 투쟁 제대로 안 하고, 지금 놓여 있는 현안 돌파하지 않고, 어떤 정치방침이 힘을 가지겠는가? 노조법과 노동기본권 문제를 사회의제화 하기 위해서 전략홍보기능을 비상히 높여나갈 것이다. <노동과세계>는 중장기적인 계획이고, 당장 우리 민주노총의 대국민 메시지부터 국민과 공명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국민들은 노동기본권과 민주주의가 연관돼 있다는 것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민주노총이 국민들에게 다가갔던 모습이 생경했을 수도 있고 또 보수언론에 의해서 왜곡된 게 너무 많다.

이번 구정 때 우리 민주노총이 대국민 선전전을 했다. 그 제호는 ‘반갑습니다. 민주노총입니다’였다. 명절이 명절다운 세상이 우리 민주노총이 꿈꾸는 세상이다. 온건파 이야기도 나오는데, 보다 친근하게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홍보기능을 높여나가고, 곧바로 모든 사업에 스며들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길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가지고 있고, 아직 유효하다. 일부에서는 배타적지지의 철회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진보정당 통합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위원장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

“배타적지지 방침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정파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한다. 내셔널센터인 노총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 노총이, 노동자의 정치운동,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주요한 전략적 노선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 민주노총이 모든 정당에 대해서 지지해야 한다? 배타적지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정당을 통해서 정치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 배타적지지 방침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깊은 토론이 필요하지만 수긍하기 힘들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것이 이미 사문화된 것 아니냐, 사문화된 것 쥐고 있으면 뭐하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일면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배타적지지 방침을 철회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리가 제일 우려하는 것은, 대중이 제일 겁내는 것은 후보의 난립이다. 지방권력의 80%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 일당독재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이다. 그 자신감을 가지고 2012년 진정한 권력교체로 나가야 하는데, 여기서 비슷비슷한 후보들이 난립해서 결국 분열된 모습,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30%만 얻어도 한나라당이 또 당선되는, 이런 것을 막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배타적지지 방침을 놓는 순간 후보난립은 오히려 가속화되지 않겠는가?

사문화됐다면 사문화된 원인에 근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진보신당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가슴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토론할 것이다. 배타적지지 방침의 철회가 아니라 진보정당의 재통합, 재창당에 준하는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데 그걸 지방선거 전에 할 거냐, 그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재창당에 준하는 진보정당의 통합을 위해서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선거구에 후보가 난립하는 것이다. 서로 분열해서 어떻게 되겠나? 굳이 이야기하자면 재창당에 준하는 진보정당의 재통합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타적지지다. 그건 내 개인적인 배타적지지다. 우리 대의원대회의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고, 내 개인의 배타적지지를 묻는다면 재창당에 준하는 진보정당의 통합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배타적지지다. 이것을 추호도 철회할 생각이 없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공무원노조 지키는 건 민주노총의 도리

지난해 시국선언을 빌미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금 납부와 투표참여가 문제가 돼 민주노동당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 철도노조는 지난해 파업 이후 파업을 유도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대한 공세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공무원, 철도,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노동탄압이 아닌 공안탄압으로 규정한다. 본질적인 것은 공무원노동자들의 정치적 자유에 관한 문제다.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적 중립은 직무에서의 중립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 사람의 사상, 양심의 자유까지 규제하고 있지 않다. 세계 어느 곳에 그것을 제약하는 나라가 있나?

더 중요한 문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게 누구냐는 거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했다.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해서 대선을 치렀고 그래서 당선된 분이다. 나는 한국노총의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비판할 생각이 없다. 그건 전적으로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한국노총 내에도 공무원조직이 다수 있다. 그분들은 그분들의 자유인 거다.

그리고 사실 있지도 않은 문제를 불법적으로 해킹해서, 중대 공안사건이라고 규정했지만 나오는 건 없지 않나? 한나라당도 이야기해야 한다. 자기들 당원명부, 진성당원명단 못 내준다. 그건 정당에서 못 내주는 거다. 특히 야당에서. 그런데 그걸 찾으러 들어왔다?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하는데, CMS가 엄청난 불법 정치자금인가? 불법적으로 피의사실 공포하고 보수언론에 흘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똑같이 하는 것 아니냐? 사람 모멸감 주고, 거대한 불법집단인 것처럼. 그걸 진짜 엄격하게 적용하면 누가 먼저 들어가야 하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다. 한마디로 결사항전이다. 민주노총이 공무원노조를 지키는 것은 노동운동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거다. 자기들이 자유로 어렵게 통합해서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가맹하고 나니까 그전까지는 합법화하라고 그렇게 주장하던 정부가 법내로 들어와서 민주노총에 가맹하니 불법집단으로 매도해서 여기까지 끌고 오고 있다. 그걸 우리 민주노총이 지켜주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결사항전 하겠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또 다른 문제가 아니고 양심의 자유, 민주주의다. 수많은 피를 흘리면서 만들어온 민주주의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민주노총인데, 민주주의를 두고 타협은 있을 수 없다.”

수백억 배당 받고 노동자 자른다고?

올해 초부터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인지컨트롤스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거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요한 하나의 축이다. 지금 제조업에 불어 닥치고 있는, 특히 금속을 중심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은 공공부문의 단협해지, 파업유도와 똑같은 것이다. 기획된 구조조정이다. 한진 일가는 지난해 배당금만 120억 원을 받았다. 그런 곳에서 하루아침에, 적자가 예상된다고 해서, 수주가 미비하다고 해서 30%를 정리해고 하겠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에서 첫 번째 가는 지역향토기업이다. 그것을 통째로 필리핀 수비크로 가겠다? 정리해고를 하려면 경영진의 무능을, 수주담당자를 정리해고 해야 한다, 수주가 미비해서 그렇다면. 수주담당자는 그 일가의 3세다. 그렇게 족벌경영하면서 그 책임을 평생 몸 바쳤던 사람을 길거리로 내몬다? 지역경제 엉망이 되는데?

금호타이어 문제도 금호자본이 잘못한 것 아니냐? 무리하게 대우건설 인수해서 형제의 난 일으켜 자기들끼리 싸우고, 그래서 생긴 문제로, 금호타이어 같이 훌륭한 기업을 일궈왔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는다? 광주지역경제 급락하고 호남지역경제 통째로 무너지는데?

이 부분은 내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본부 강화하고도 일맥상통한다. 지역주민들하고 연대해서 투쟁할 것이다. 내가 당선된 뒤에 1주일 만에 한진중공업에 4번을 내려갔다. 한진중공업을 지역구로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 출신 국회의장 김형오가 단 한 번이라도 왔는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당이 되겠다?

올해 최고의 국정목표가 일자리 창출이다. 그게 어떤 진정성을 가지나? MB가 대통령 되자마자 전봇대 뽑으면서 현장에서 답 찾으라 했는데 국회의원 누가 와서 봤나? 그 현장에 누가 와서 봤나? 어느 국민이 그걸 인정하겠나?

작년까지 수백억 원씩 배당을 받아갔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니라 그냥 경영상의 이유다. 속내는 근로기준법에서 ‘긴박한’ 빼고 정리해고 요건 완화하자고 하는 거다. 경영상의 이유, 자기들이 잘못해서, 형제끼리 치고 박고 회사가 깨지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노동자는 길거리로 정리해고 되는 걸 막아야 한다.

제2의 쌍용차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6분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관련된 사람들까지 치면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제2의 쌍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주민들과 처절하게 투쟁하겠다.”

한진중공업·금호타이어, 지역경제가 흔들린다

지난해 쌍용자동차에서도 정리해고에 맞선 77일간의 파업투쟁을 진행한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를 막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의 무기력함만 드러냈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구조조정 사업장에서 “자본의 책임전가에 반대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대응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물론 작년 쌍용차 투쟁과 관련 민주노총에 대한 평가는 겸허하고도 달게 받아야 한다. 6명이나 돌아가셨는데 무기력했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년에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그런 국면에서 얼마나 기력이 있어야 그걸 이길 수 있는가? 정말 총을 들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민주노총이 얼마나 더 싸워야 되겠느냐는 부분도 있다.

그 평가에 물론 우리가 받아야 할 지점, 민주노총 지도부가 받아야 할 지점 많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상대가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테러 진압하듯이 나왔다. 용산참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무기력하지 않으면 떨어져 죽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 많은 사람이 돌아가신 것 아닌가? 국가의 권력이 그런 데 사용돼서는 안 되는 거다. 오히려 그 부분을 평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상대가 있는 싸움인데 왜 민주노총만 잘못했다고 하고 민주노총을 죽이려 하는가? 우리는 이미 실제로 죽었다. 죽도록 싸우는 데도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그 상황을 돌파하나?

지금 제기되는 문제는 아까 말했듯이 지역과 산별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연대해서 이런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응하겠다. 부실, 방만 경영의 결과는 1차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나타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경제가 거덜 나고 한국경제가 망하는 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지역연대투쟁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숙련과 교육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원장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도요타의 비극이 어떻게 생겼나? 도요타의 신화가 어떻게 무너졌나? 노조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어느 보고에 따르면 예스맨만 있었다고 하는데, 결국 어떤 문제가 생겼냐하면 무분별하게 아웃소싱을 하다 보니까 핵심기술이 전부 아웃소싱 되고 오히려 도요타에서는 조립만 하고 있다. 그 아웃소싱 된 기술 중에 결함이 생기거나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치명적으로 본사까지 오게 되는 것이고 치유할 방법이 없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무분별한 아웃소싱, 사내하청의 결과이고, 그때마다 제어하지 못했던 노동조합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무분규 몇 십 년 도요타 신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잘못된 경영이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오게 한 것은 노조의 책임이 크다. 생산의 주체들의 목소리를 노조가 반영했던가? 이런 차원에서 도요타의 비극이 한국에서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도요타가 저렇게 되니까 현대차가 오르겠다고 하는데, 그 교훈점을 제대로 알아야 현대차가 큰다. 교훈을 모르고 했다가는 1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 노동조합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 잘못된 것에는 싸워야 한다. 그래서 노조가 회사를 살리는 거다. 노조가 국가경제를 살리는 거다. 노조 없는 나라였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는데 도요타, 다 아는 것 아니냐? 마치 신화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허장성세 아니었나? 그 신화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근본 원리는 거기에 있다고 본다. 회사에 역동성이 없다.”

회사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노조의 역할과 함께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라는 사실을 소통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동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노동이 부정되는 사회가 독재국가였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였다. 우리가 여러 가지 기본권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노동기본권이다. 사람이 노동할 수 있는, 노동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였다는 거다.

노동조합을 흔히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습의 장이라고 하고 파업을 학교라고 하지 않나? 그 이유는 가장 민주적으로, 파업할 때도 가장 민주적으로, 결정도 같이 하고. 특히 우리 민주노총에는 그것이 엄청나게 요구되고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거의 죽일 놈 된다. 우리 사회가 민주노총에 가해지는 그런 도덕적 기준을, 물론 민주노총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정말로 그것이 맞는다면 우리 사회도 그 정도 기준을 갖다 대야 한다. 그런 것을 국민과 같이 소통했으면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최고의 경영은 현장의 지혜 모아내는 것

한국경제가 발전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경영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또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도요타의 교훈으로 돌아가 보자. 도요타의 교훈과 이명박 정부의 교훈이 일치한다. 반대하는 사람들,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21세기에, 다양한 이슈들의 그런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내는 게 정치고 경영이다.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들 배제하고 편 가르고 탄압하고 자기 일색으로 만들었더니 결과가 어떻게 됐나?

최고의 정치는 다양성을 모아내는 거고, 최고의 경영은 현장으로부터 지혜를 모아내는 능력이다. 지시하는 기능이 지배하던 시대는 갔다. 조정하는 시대다. 노조의 그런 것들을 경영에 반영해서 결정하고 혹시 잘못된 판단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족벌경영 하는 것하고 측근인사 하는 것하고 똑같다. 자기 식구들끼리만 경영하고, 자기 친한 사람들만 참모로 앉혀서 자기 이야기만 듣는, 그래서 회사 망하고 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

글로벌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조합원들과 서민들은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조합원과 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조합원들에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여러분의 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겠다, 여러분의 노동의 가치를 최고로 높여나가는 위원장이 되겠다는 것이고, 국민들에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곧 진정한 민주국가라는 사실을 호소하겠다.”

노동자와 직장인들이 가족과 돈밖에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위원장께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의식이 어떻다고 느끼시는지?

“그게 세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철도 예를 들자면 실제로 훈장도 반납하고 상도 반납한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100억 원대 손배소에 대해서도 천만 원 씩 천 명 모으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 많이 있다.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 중에는 그런 연대의식,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80만 넘어서 100만 200만으로 가야 한다. 그 힘으로 세태가 그렇다면 세태를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돈보다 소중한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노동자의 삶의 질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정치를 바꿔야 한다. 임금인상투쟁, 단협투쟁으로는 안 바뀐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반드시 바꿔낼 것이다.”

소외된 노동자에게 친근한 벗으로 다가서야

노동조합 조직률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합쳐 10% 안팎이다. 노동조합으로 포괄되지 못한 다수의 노동자들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어제 한국 청년연대 출범식에 다녀왔다. 우리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바깥에 있는 정말 거리를 헤매고 있는 청년실업자들, 단속적 노동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 그리고 어중간한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난 그런 분들에게 정말 친근한 벗으로 다가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 1층에 종합 노동센터를 만들 것이다. ‘떼인 돈 받아드리겠습니다. 여기는 민주노총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는 민주노총입니다’.

특히 우리 미비실, 미비특위, 미비특위에는 임원의 절반을 거기에 배정할 생각이다. 자본으로 치면 미비실은, 미조직의 조직화 사업은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영업전략본부다. 최일선이다. 다른 부서는 다 지원부서다. 세일즈맨들이다. 좋은 상품을 가지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다.

판매망을 개척하고 현장에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설득하지 않나? 우리 조합원들이 차 한 대 팔려고. 그런 것처럼 미비실이 미조직된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최선봉부대로 갈 거고, 선봉이 위원장이 설 거다. 그래서 80만 조합원들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이미 산별연맹위원장님들도 계시고, 지역본부장님들도 계신다.

나는 1차적으로 80만 조합원들의 대표이지만 미조직노동자들에게 내가 세일즈맨이 되겠다. 내가 다가가서 그분들의 아픈 곳을 공유하고, 실제로 도움을 주고, 그래서 머지않아 100만 시대를 반드시 열어내고, 그 힘으로 100만, 200만, 전체 조직률을 높이는 데 3년 내내 내가 세일즈맨 역할을 하겠다.”

민주노총 잠바와 조끼를 입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 스카프 멋있나? 이거는 영남대병원 장기투쟁사업장에서 재정사업 하는 것을 산 거다. 내가 매고 다니는 것은 그 동지들의 장기투쟁을 잊지 않겠다는 거다. 내가 어디 언론에 실리고 우리 홈페이지에 나갈 때, 그 장투사업장의 동지들이 우리 영남대병원 재정사업 물품을 매고 있더라, 그거다. 다른 거 없다.

작업복 안 입는다? 내가 철도 위원장 때는 작업복만 입고 다녔다. 내가 민주노총 위원장인데, 이 옷이 교사노동자들에게는 작업복이다. 공무원들에게도 작업복이다. 언론노동자들에게도 작업복이다. 지금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넥타이부대? 이게 작업복이다. 새로운 게 아니다. 이게 귀족들이 입는 옷이 아니다.

그리고 내 가슴 속에는 항상 민주노총 배지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옷을 입는 것 아니겠나? 국회에 가는데 머리띠 매고 칙칙하게, 누가 그렇게 가나? 또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나? 아무도 안 알아준다.”

노동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하숙집에서 비디오를 잘못 봤다. 무삭제판으로 봤다. 보려면 어설프게 보지 말고 무삭제판으로 봐야 한다. ZDF라고 독일 공영방송에서 제작한 거, 아쌀하게 두 시간 동안 봤다.

우리 총국에도 그런 얘길 했는데, 위원장은 하숙생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이 사무실도 내일 나가면 3일 만에 들어온다. 잠깐씩 들리는 거다. 하지만 총국은 영원히 이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하숙생하고 하숙집 주인하고 너무 깊어지면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총국하고 너무 가까워지면 측근인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가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고, 또 다른 투쟁의 장에서 볼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나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80만 조합원을 위해서 일하는 직업 활동가들이 돼라, 나는 잠시 3년 동안 그 집행을 위임받아서 하는 사람이다, 서로 성장하고 더 큰 무대에서 또 만나자,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