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대산별’ 밑그림 그리겠다”
“공공부문 ‘대산별’ 밑그림 그리겠다”
  • 안형진 기자
  • 승인 2010.03.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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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노동운동 ‘공공부문’이 이끌어야
공기업 최초 산별로서 책임 다할 것
이인상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해 6월, 노동부 산하 7개 기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한상공회의소인력개발사업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노동조합이 소산별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이하 노동노조)이 두 번째 선장을 맞이했다.

초봄 오후에 만난 그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2월 한 달을 온전히 100여 개 지방 사업장을 순회하는데 쏟아부은 그다. 인터뷰 동안 충혈된 눈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은 내내 또렷했다.

그는 ‘공공부문 대산별 추진’의 거대한 밑그림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거대한 포부는 그의 임기 3년 동안 이뤄내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거대한 사업을 완수하기 위한 주춧돌을 세우는 일을 ‘시대적 사명’이라 표현한 그를 만나 노동노조와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함께 그려봤다.

노동노조 2기 집행부는 '사명'이 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어려운 시기에 출마하게 된 동기와 당선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사실 MB정부 들어와서 ‘노동조합 무용론’, ‘합법파업도 불법파업’, ‘노동조합은 사회악’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더욱 부도덕한 집단으로 이야기 되는데 왜 하필 어려울 때 산별을 맡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MB정부가 영속되는 것이 아니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공공부문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노조 조직율이 10.3%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10%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70%이상의 조직률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노동운동은 공공부문이 이끌 것이라는 몇몇 학자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만 위한 것이 아닌 사회운동이라는 것, 인권운동이라는 것이 있는데 ‘노동조합’하면 빨간띠 두르고 투쟁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노동운동이 정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제대로 던지고 싶었다. 주5일 근무라든가 최저임금, 육아휴직과 같은 부분은 만약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한편으로 공공부문은 조합원들의 권익향상, 인권운동의 노동운동 외에도 ‘공공서비스의 공익성’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다. 무조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향상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정책적 대안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인력공단이 이사장 같은 경우는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결정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정부 정책에서 산업인력공단에 사업을 주고 필드에서 일을 하다보면 모순도 있고 문제점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이사장에게 어필하면 이사장이 위에 이야기할 수 있느냐? 물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 그런 부분은 공공노동자들이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할테고 노동조합의 조직도 확대되고 조합원들의 고용도 안정될 수 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사가 결정할 사항이 많이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은 이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고 특히 현 정부 들어와서 모든 게 간섭을 받는다. 이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공공기관은 정부와의 교섭으로 가야 한다. 노정교섭으로 가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해야 하는데 방법은 뭐냐? 현재와 같이 상급단체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산별로 가야 하는 게 맞다.

노동부출연기관협의회가 산별전환하고 활성화 되면 나머지 정부산하부처의 부처들의 산별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위원장들끼리 서로 신뢰가 쌓여 산별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침체기에 누군가가 해야할 역할이 있다고 하면 누군가 해야 하는 것이고 무르익었을 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어쨌든 노동 운동을 활성화 시키려면 공공에서 먼저 가야 하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과도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던 지난 집행부에 이은 집행부라 그 역할도 무거울 것 같다. 이번 집행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노동노조 2대 집행부의 슬로건은 딱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다. 각 부처별 소산별 체제를 완성시킨 후 이들을 뭉쳐 대산별로 가고, 유럽과 같이 노정교섭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두 번째 기조는 2대 집행부의 조직력 강화다. 전 집행부의 김용선 위원장이 노조를 설립하는데 4개월이 소요됐다. 정부에서 끝까지 안 해주려 했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설립신고 받아주면 다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힘들게 설립신고를 한만큼 2대 집행부에서는 이를 공고히 해야 한다.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만약 2대 집행부에서 3년 동안 노동노조를 정착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공공부문 노동운동 비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명을 가지고 어떻게든 조직력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노동부유관기관 중 노동조조에 합류하지 않은 3개 조직, 근로복지공단, 산재의료원, 직업상담원노동조합을 끌어들여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때문에 내가 단일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직선제 주장을 했고 전국 순회한 이유도 그런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대안자 역할을 해야 한다. 지부 순회를 하다보니 사업간 서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부분들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3가지가 2기 집행부에서 해야 하는 것들이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부처별 소산별 전환과 이를 통합하는 대산별 전환을 만들기 위해 집행부에서 3년간 진행하려는 구체적 활동을 생각해 둔 것이 있나?

“내가 3년 동안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3년 동안 조직력 강화를 충실히 해 노동노조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다른 조직도 본 받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방진 이야기지만 어쨌든 2기 집행부 3기 집행부가 탄탄하게 역할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고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바로 ‘정책적 대안자’로서의 역할이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지금은 노동운동도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다른 조직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의 경우 계파갈등이 심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걸 받아주느냐? 그건 아니다.

또 한국노총은 현장 목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행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에 통합노조가 생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까지 거론하기에는 좀 거창하지만 공공부문이 먼저 가면 장기적으로 가능하리라고 본다. 노동 전체를 봤을 때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이다.

소산별이 대산별로 가다보면 노총의 통합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대안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3월부터는 노동부와 접촉할 생각이다. 최대한 대화를 하고 연구를 해서 정책적 대안을 이야기 하면 충분히 2기 집행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무너진 현장은 '어용'의 첩경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언급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같이 산별노조는 보다 큰 틀의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은 현장의 정서와 유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위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 기간 3주 동안 지방 조직을 107군데 돌았다. 노동운동의 기본은 현장성이다. 노조가 현장성이 무너져 버리면 어용으로 가는 첩경일 수밖에 없다. 집행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이건 노동운동이 아니다.

때문에 노동운동이라는 것은 민주성이 있어야 한다. 결국은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민주성인 것이다. 자주성이라는 것은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판단에 의해서 가야 하는 것이다.

산별체제에서 큰 틀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세세하게 작은 단사의 일까지 내가 챙길 수 있느냐. 물론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단위사업장과 산별의 유기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단위노조에서 현안사항들을 꼭꼭 숨겨놓고 산별에 이야기 안 하면 산별집행부는 무력해질 수 있다. 그건 노조 위원장이 리더십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순회를 한 것도 산별위원장이지만 하더라도 전체 단사의 현안사항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하고의 소통이다. 3월 임기가 시작하면 제일 먼저 방문하지 못했던 10여개의 지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현장 조합원들하고의 접촉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지부장들을 많이 괴롭혀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는 산별노조가 방향을 잡고 가되 세세한 부분까지 지부장들에게 역할을 주고 현장에서부터 피드백을 해야 제대로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성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강조했던 ‘정책적 대안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 또 정책적 대안자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조 산하 기관들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인력공단, 장애인고용촉진공단까지 모두 사람중심의 기관이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산업인력공단같은 경우에 직업훈련사업을 했었다. 당시 무엇을 주장했냐면 ‘원스톱’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산업인력공단을 고용안정공단으로 만들고, 실업자가 직업안전센터로 찾아가서 상담을 하면 적성검사를 하고 고용안정센터에서 거주지에 맞춰 직업훈련을 시킨다.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자격검정을 받고 다시 고용안정센터에서 취업을 알선하는 형태의 원스톱 서비스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고용 부문 떼고 직업훈련 따로 떼어냈다. 과연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고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것을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예로 현재 폴리텍 대학의 문제는 모집이 안된다는 것이다. 취업도 잘 안되고 있다. 홍보의 문제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공단에 가보니까 10시부터 5시까지는 직원들이 없다. 다 현장 가서 안전보건교육하고 있는 거다. 안전공단 직원들이 기업체 가서 폴리텍 대학을 홍보할 수도 있다.

또 안전공단에는 박사급의 우수한 자원들이 많다. 산업인력공단 자격시험 진행할 때 충분히 감독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격검정 취득한 정보는 고용정보원이 가지고 있는데 이용하기가 어렵다.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가 참 많은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지적해주고 싶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단위노조에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안된다. 큰 틀에서 비교분석하고 대안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선거기간 동안 지방을 순회하면서 듣게 된 노동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어떤 것이 있었나?

“솔직히 산업인력공단만 고생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보니까 산업안전보건공단 조합원들 정말 고생 많이 한다. 각기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순수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공단 조합원들이 이공계 계통이라서 그런지 너무 순수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산별전환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왜냐면 조직이 큰 곳은 똑같이 맹비를 내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 가보니 안전보건공단 조합원들이 많이 반겼고,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 하면 어두운 이미지가 있는데 가장 밝았다. 가장 활발하고 활달하고 젊고. 그리고 폴리텍노동조합은 40여개 조직이 한군데 많아야 10명이고 적으면 6명인데 여기도 굉장히 질문들이 많았다.

3주 동안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조합원들이 정말 고생한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신이 내린 직장이라 이야기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언론에서는 가장 좋은 것만 골라 이야기 한다. 공공서비스 분야의 조합원들은 많이 노력하고 또 열악하다. 특히 노동부하고 환경부 산하는 더욱 그렇다.

조합원들은 주로 근로조건 많이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는 업무량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MB정부 들어와서 계속 인원을 줄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우리 공단(산업인력공단)은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안되고 있다. 사실 그것보다도 조합원들이 가장 힘든 것은 제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내부 만족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 특히 노동부에서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나는 일곱 개 단사의 근로조건을 비교해서 하향평준화는 있을 수 없고 상향평준화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인다면 공공부문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것도 의외로 호응을 받았다. 공공부문은 법률에 의해 모든 게 통제받고 있는데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꽉 차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대산별) 만들어가지고 정부와 교섭해라. 문제가 있는 것부터 개선해라. 이런 주문들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처음에 현장에 갈 때는 굉장히 의욕이 앞섰다. 그런데 3일 만에 집에서 코피를 쏟을 정도로 처음 3일간 너무 힘들었다. 3주에 100군데 넘는 사업장을 다 돌아다니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직선제’ 아닌가? 조합원들이 위원장 얼굴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노동운동 조직률 떨어진 것이 현장성 결여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끝까지 가자고 마음 먹었다.

나중에 선거결과를 보고 나니 솔직히 말해 돌아다닐 때는 의욕이 앞서서 힘이 나고 그랬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너무 많은 조합원들이 투표와 지지를 해주니까 확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열망하고 있구나, 그런데 이분들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부담이 된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산별노조를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다. 노동부와의 관계는 어떤가?

“세계적으로 기업별노조가 성공한 곳이 일본 하나인데 일본 노동운동은 다 죽었다. 우리나라의 한국노총은 산별조직이 30%, 민주노총은 70%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도 처음엔 산별노조운동의 역사를 가졌지만 굴곡된 현대사를 지나면서 흩어졌고, 현재의 노조법도 산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도 노동운동에 대해서 과거 정부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산별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1기 집행부 김용선 위원장은 산별 설립을 성공한 것만으로도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일부 조합원들은 1기 집행부가 8개월간 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지만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제 2기 집행부가 해야 하는데, 3월부터 노동부와 접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단은 대화를 하려 하고, 당장 노동부보고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부도 노동노조를 쉽게 볼 수 없다. 결국 자기 식구들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와의 대화는 꾸준히 노력을 할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 하면 정말 제대로 보여주겠다.

내가 알기로 2기 집행부에 대해서 노동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니까, 일단은 만나봐야 한다. 가급적이면 파트너십을 가지고 노동노조 스스로가 많이 인내하면서 요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된다면 뒤돌아보지 않겠다.”

진정한 노동운동 위해 기득권 버려야

한국 사회에서 산별노조의 어려움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동조합활동을 6~7년밖에 하지 않은 내가 대한민국의 노동운동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기업별 노조가 산별이 안 되는 것은 기득권을 버리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근로복지공단 동지들이 서운할지 모르지만 노동부 산하에서도 근로복지공단 조합원이 3,500명으로 가장 크다. 7개 단위사업장 합쳐봐야 2,900일 뿐이다. 내 생각에 노동부 산하에서도 근로복지공단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굳이 우리가 산별로 가서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노동운동의 대원칙을 모르는 것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합친다고 했을 때 이거 어렵다. 정부에서 민주노총은 철저하게 고사시키고 한국노총은 철저히 어용으로 만든다. 정부에서 쉽게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업별 노조는 당장 자기 이익에 대해서는 자기들 것만 챙기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침체될 수도 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명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은 사회 운동이고 인권운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산별로 가야 한다.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조금 양보해서 아닌 사람들을 챙겨주는 것이 진정한 노동운동이지, 내 것만 챙긴다면 당장은 모르지만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현실이 그게 어려운 것이고 이걸 끌어간다고 했을 때는 내셔널센터에서부터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공공연맹 내에서 강경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강경파라고 최근에 이야기 많이 들었다. 법 자문을 자주 받는 노무사에게 ‘왜 자꾸 나를 강성으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 분이 ‘위원장님 강성이에요’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위원장님은 굉장히 원칙주의자다. 원칙은 강성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강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원칙주의자임은 맞다. 원칙대로 가는 것은 기본이다. 원칙이 무너진다면 어용이고 야합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래 추구하는 바, 그 기조는 항상 지키고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강경파, 강성이라고 하는데 나는 분명 강성이 아니다. 합리적인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다.”

한국 노동운동,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노동운동의 위기 원인은 두 개의 내셔널센터가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민주노총의 계파갈등이 현장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투쟁 일변도다. 노사관계는 일단 먼저 ‘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안 되면 투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쟁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양보하는 것이 자존심 문제일 수는 있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자존심을 조금 낮추면서 다른 것을 얻어낸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양대노총이 결합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노조법 개정을 두고 양대노총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투쟁하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을 배신했다.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두 노총이 정부에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합치면 힘이 세지니까 정부가 철저히 분리해서 죽이고 있다.

앞으로 노동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말 모든 걸 버리고 양대노총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큰 흐름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자기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 단위노조가 산별노조 못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노총이 작은 단사에서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 위원장 새로 당선 되었으니까, 이제 두 위원장이 새로운 뭔가를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질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의 위기를 본다면 일단은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다 색깔이 다른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근로조건을 하나로 다 비교할 수는 없다. 일정 부분 기득권이 있고 근로조건이 좋은 사업장은 열악한 사업장을 챙겨야 하는 것이고, 열악한 사업장도 좋은 조건을 인정해줄 필요는 있는데, 공공부문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대화를 안하려 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공공부문 운영에 관한 법률로 모든 것을 쥐고 있는데 연맹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겠나. 연맹 위원장이 개인적인 인맥이나 역량을 이용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공공연맹이 역할을 하려면 한국노총하고 같이 하나의 맥으로 흘러가야 한다. 한국노총은 일단 공공연맹보다는 큰 틀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기득권 유지하려 하는 습성이 있고,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조직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기득권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에서 현재의 위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지도자들이 이런 역할을 못해주니 현장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도자급 사람들이 사심없이 현 시국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운동을 ‘침체기’로 정의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노동운동에 대한 홍보를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나 똑같이 답답하다. 우리나라는 교육부터 잘못되어 있어 커가면서도 노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하는 사람들도 노동조합을 터부시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노사 신뢰가 있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음에도 신뢰가 생기기 쉽지 않다.

노동조합에서 정말 좋은 일 많이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 여성조합원 육아휴직 이런 부분들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도 노조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을 때 왜 그랬나? 근무조건 때문 아니었나? 그런 것들에 대한 희망은 모두 노동조합에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홍보부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공공부문 산업인력공단이라 하면 국민 모두 ‘연봉 1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린다면 노동운동이 지금과 같이 뒤로 몰리지 않을 것이다.”

선진화는 결국 노동조합 죽이기

공기업 선진화, 노사관계 선진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와 관련한 노동노조의 상황은?

“노동노조에서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된 대응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정부에 다 끌려가고 있다. ‘정말’ 선진화라고 한다면 필요하지만, 결국은 선진화가 아니라 노동조합 죽이기로 가고 있다.

작년부터 공기업 단협 일방해지하고 있는데 단협 해지 한다면 어떤 노조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런데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 있고, 감사원은 말도 안 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어차피 노사가 있는 것이고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자율권을 정부에서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선진화가 아니라 노동조합 죽이기다.

공기업 감사 지적 사항은 모든 것이 노사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항목은 20%지만 다른 항목이 노사관계와 다 연결된 형국이다. 얼마 전 한국노총 공투본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 필요없다고 본다. 현재 한국노총은 양치기 소년과 같다. 얻어내는 것 하나도 없이 소리 내기만 바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노동부와의 관계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노동부는 유독 정부 정책에 한발, 두발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대한 대화 노력을 진행하고 노동부와 관계된 부분부터 하나씩 요구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큰 틀에서 노동부유관기관을 타깃으로 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상급단체가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각오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음이 무겁다. 특히 MB와 3년을 같이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나에 대한 믿음이 큰 것 같아서 더욱 부담스럽다. 당장 한두 달 만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3년의 기간이 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노동운동을 하면서 조합원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100%는 아니지만 80%는 지켰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반드시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노동노조는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고 생각한다.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정부 산하기관에서 무슨 산별이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할 각오로 여기까지 왔다. ‘내가 못하면 한국 사회 노동운동은 희망 없다’는 건방진 각오로 3년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