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망대] 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선 한국 자동차산업
[산업 전망대] 도약과 정체의 기로에 선 한국 자동차산업
  • 조 철_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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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 전략에서 선도 전략으로 갈아타자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회와 도전


한국 자동차산업의 맹아라고 할 수 있는 시발자동차가 탄생한 지 50년,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은 놀라울 정도의 급성장을 이룩하였다. 작년 347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여 세계 6위 자동차생산국이 되었으며, 수출도 세계 6위를 기록하였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크게 향상되었다. 제조업 생산 및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상회하고 있고, 고용비중도 9%에 달하고 있다. 또한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질적인 측면에서도 자동차산업은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품질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도약했고, 수출차종의 고부가가치화도 이루어져 작년에 이미 대당 수출가격이 1만 달러를 상회하였다. 한국 자동차 수출의 급성장 배경에는 이러한 품질수준의 향상, 수출차종의 다양화와 같은 질적 전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품질수준 향상 및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의한 수출증가로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있다고 보여진다.


과거 한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은 상대적 저임금·고숙련 노동을 바탕으로 선진국을 추격하는 전략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즉, 선진기술이나 선진국 모델을 쫓아서 개발하고, 품질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패턴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선진국과 동등하거나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과거의 추격 전략에서 이제는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존과제


한국 자동차산업이 선도적인 위치에서 경쟁하기 위한 시급한 당면 생존과제는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자동차부품산업 기반의 강화,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 등을 들 수 있다.

 

1. 친환경 및 지능형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화석에너지의 고갈 및 가격상승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생산이 자동차산업의 시급한 현안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세계적인 업체들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프리우스를 앞세운 도요타가 주도하고 있지만, 혼다도 생산과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혼다는 인사이트와 시빅에 이어 중형차인 어코드에도 하이브리드를 적용하여 미국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닛산 등 여타 일본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업체들도 가까운 시일 내 하이브리드를 본격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젤자동차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던 유럽업체들도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아직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용화에 도달하고 있지 못한 국내업체들도 향후 몇 년 이내에 경제성을 지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생산하지 못한다면, 생존에 큰 위협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아직 불투명한 요소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환경친화 자동차의 최종적인 목표는 연료전지 자동차라는 사실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적어도 2020년이 되면 연료전지 자동차도 양산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과 생산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자동차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자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안전과 편리를 추구하는 사회로 전환되면서 자동차에도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는 지능형 자동차로 개선해나가는 작업이 시급한 현안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의 개발은 자동차의 전장화 비율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는데 현재 25% 수준에서 2010년이면 3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 자동차부품산업의 기반 강화

 

미래형 자동차의 개발 및 생산을 위해서는 자동차부품산업의 기반이 보다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형 자동차는 파워트레인의 개념이 바뀌면서 새로운 형태의 부품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관련 부품의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연료전지 자동차는 그 자체가 전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장화비율은 기존차량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도요타의 분석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원가에서 차지하는 전장부품의 비중이 기존차량에 비해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완성차의 해외생산이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향후 수출을 통한 국내 자동차산업의 양적 성장은 부품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해외생산에 필요한 부품뿐만 아니라 해외 완성차업체의 조립부품에 대한 수출을 통해서도 자동차부품 수출확대의 길은 열려 있다.

 

만일 국내 자동차부품산업 기반이 위축되는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이 공동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동차부품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3. 건전한 노사관계 확립


미래형 자동차 개발 및 생산이나 자동차부품산업 기반 강화 등은 미래의 생존과제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가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영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즉, 고품질의 자동차를 차질 없이 생산하여 수출 및 내수판매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안정된 경영기반 위에 연구개발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고품질의 자동차를 차질 없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노동자들은 단순히 파업을 자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 빅3의 예에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높은 생산비용에 낮은 생산성 및 품질 수준의 자동차는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업의 강도는 다소 약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에서는 해마다 파업이 발생하고 있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도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간 협력관계 취약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선이나 품질향상 노력들이 전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건전한 노사관계의 확립문제는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자동차강국’의 비전을 갖자


현재 미래 자동차 기술부문이나 부품산업에 있어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래형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의 미래기술은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나 연료전지 자동차는 전적으로 전장기술에 의존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단품 형태로 보면 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의 기술수준도 선진국의 80~9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러므로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연료전지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부문에 있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이다. 과거 한국 자동차산업은 수많은 시련에 직면했고, 이를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현시점이 가장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오히려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상호협력적인 건전한 노사관계의 확립을 통해 품질수준이 높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여 세계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에 대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나 정부가 미래형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개발 및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우리나라는 미래형 자동차 및 미래 자동차기술을 선도하며, 세계적 자동차부품공급기지로 부상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강국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