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가지 개혁방안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
“백 가지 개혁방안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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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의원대회서 단위노조 재정 운용 프로그램 제시할 것
한국노총 백헌기 사무총장

“지금은 한국노총 59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다. 하지만 역으로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개혁안을 실천에 옮겨 ‘강한 노총, 일하는 노총,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총’으로 거듭나겠다.”


지난 6월 1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414명의 대의원 중 326명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 한국노총 백헌기(41·연합노련 위원장) 신임 사무총장은 개혁방안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 차례의 한국노총 개혁 시도가 실패한 것은 실천력과 현장성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운동 안팎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의 새로운 살림을 꾸려갈 백 사무총장의 포부와 계획을 들어봤다.

 

- 한국노총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다. 향후 추진 방향은?


"개혁 방향보다 중요한 것이 ‘실천’이다. 한국노총이 그동안 개혁을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그 때마다 개혁안만 만들고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규약안과 도덕성·투명성·민주성·자주성을 뼈대로 하는 개혁안이 대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지금은 통과된 규약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실천은 단지 노총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별연맹과 단위노조의 실천까지 조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 추진일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또다시 결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아가고 있다.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개혁 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회계의 투명성인데, 이 부분은 이번 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단 외부 감사에게 한국노총의 재정상황에 대한 진단을 받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대의원대회에서 단위노조에도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다.


도덕성 및 민주성 확보에 관해서는 현재 각 본부에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이용득 위원장과 함께 규약개정안을 실천에 옮기도록 할 것이다."

 

- 일부에서는 신임 사무총장이 개혁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는 지적도 있다.


"나를 두고 ‘보수’라는 평가가 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노동운동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노동운동에는 보수, 진보, 개혁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조합간부라는 자리가 조합원들을 위해서 일하는 자리인데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은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 간부들도 함께 변화·진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보수나 진보라는 평가는 이념이 아니라 활동 속에서 나와야 한다. 조합원과 자신이 내리는 평가가 가장 정확한 것이다."

 

- 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 내부의 각종 구설수 차단을 위한 복안은?


"회계 투명성 확보를 통해 회계 운영을 철저히 하면 간부들의 도덕성 시비는 사라진다. 지금 정부와 여당에서 노조의 회계 투명성에 관해 법안을 만든다고 하지만 한국노총이 강도 높은 개혁안을 채택하리라는 예상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결의를 통과시켰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투명성 확보에 첫 걸음은 뗐다고 본다. 외부감사에게 감사를 받고 이 결과가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현장조합원과 국민들에게 개혁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개혁 못지않게 조직통합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전부터 한국노총 개혁방안에는 조직통합 문제가 계속 거론돼 왔다. 조직통합문제는 2007년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문제와도 함께 연결해 논의해야 할 과제다.


조직통합을 위해서는 민주적 토론이 중요하다. 지난 20년 간 한국노총의 단위노조, 산별연맹 등에 몸담아 왔지만 지난 임시대의원대회가 가장 민주적으로 진행됐다고 본다. 그간 한국노총에서는 민주적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토론을 통한 정책 결정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조직통합과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 토론문화를 더욱 정착시키고 총연맹 단위뿐만 아니라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서도 토론을 통한 정책결정 방식이 뿌리를 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큰 줄기의 개혁방안이 총연맹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에서도 함께 추진될 때 조직통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개혁 프로그램을 복수노조시대에 대비한 조직통합까지 연결해 폭넓게 추진할 것이다."

 

- 향후 사무총국 운영방안은?


"먼저 사무총국에 대한 현장의 불신과 사무총국 내의 불신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조합원들이 사무총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상층과 하층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상층부에서 먼저 결정하고 이것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목소리를 통해서 정책개발을 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는 내셔널센터로 거듭날 수 있다. 또, 사무총국 간부들에게 노총은 하나의 ‘일터’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의 불신을 제거하고 단결과 화합을 통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간부들 중에 정책적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간부들이 많은데,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