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동의하고 그 다음에 반론하라
먼저 동의하고 그 다음에 반론하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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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안산에 소재하고 있는 A기업은 350명 정도의 종업원이 종사하는 컴퓨터부품업체로  2005.7.1 자로 주40시간제가 적용되는 회사이다.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근로자들의 1인당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고 주장하면서 주40시간제와 동시에 주5일제 실시를 요구하자, 사측은 1인당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근로자들이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노조측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하였다.

 

 

협상의 분위기는 협상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상대방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노사협상의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는 근로조건의 결정이나 인사ㆍ경영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주로 요구하는 쪽은 노동조합이고 반면에 사측은 노조요구에 반응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런 이유로 협상테이블에서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를 궁리하게 되고 노조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공감을 표시해 주는 것은 협상을 잘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상대의 주장에 먼저 동의(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평상시의 선입견의 문제하고도 관계된다. 협상환경이나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적용해 상황을 판단함으로써, 상대방의 의견을 처음부터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고 진전이 없을 경우 그렇게 된 원인과 책임을 자기 탓이 아닌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결과의 원인은 자기 자신의 역할로 돌리고, 좋지 않은 결과의 원인은 다른 사람이나 또는 상황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귀인적 오류(歸因的 誤謬)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협상 상대방이 당신과 전혀 다른 반대 입장을 고수하거나 감정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 그것을 처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공격에 맞서지 말고 상대방이 자기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협상에서 상대방과 논쟁을 하면 할수록 상대는 자신의 권리를 증명하려는 욕구가 점점 더 강해진다. 상대방의 말에 먼저 동의해 주고나서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도록 부추기는 행위일 뿐이다.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이 자기 입장만을 강하게 고집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당신의 제안을 비판하거나 인식공격을 하게 되면 그것을 끝까지 옹호하거나 고수하려 들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할 경우 비판하지 말고 그 주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라.

 

비판하지 말고 먼저 동의하라는 것이다. 상대가 당신의 제안을 비판해 올 경우 그 비판을 반박하지 말고 오히려 상대방에게 당신 제안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먼저 요구하라. 노조의 비판을 사측의 제안을 개선ㆍ보완하는데 사용함으로써, 노사합의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비판을 오히려 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다.

 

앞의 사례에서 회사는 노조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먼저 그 주장에 공감하는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질문을 통한 반론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항상 3F법칙(Feel, Felt, Found)을 염두에 두라. 즉, 먼저 듣고 공감한 다음 반론을 제기하여 대안을 찾아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