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그림자, 그리고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
정리해고의 그림자, 그리고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04.01 10:2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저보다 훨씬 오래 직장생활을 하신 분과 저녁을 먹다가 그 분이 하는 말씀에 마음 아팠던 적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필요한 건 요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만날 야근하고 일찍 출근하고 해봐야 회사가 나 일하는 거 알아주나? 관두면 또 새로운 사람이 와서 채우겠지.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충성심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만 해. 더러운 꼴 다 보면서도 내가 아쉬우니까 그만두지 못하는 거지”라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 분의 말에 저도 공감하며 술잔을 주고받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박탈감과 허무함을 느껴야 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지난 <참여와혁신> 스페셜리포트에서 다룬 정리해고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회사에서는 280명을 내보내야 하는데 ERP를 통해 나간 사람이 240명뿐이라고 남은 40명을 제멋대로 자른다는 현실이 너무 무겁고 무섭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지금까지 몇 차례 ERP를 한 적이 있고, 매년 ‘올해에도 ERP를 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ERP 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지난번 ERP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회사 안의 사정만 봤을 때에는 ERP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모두 회사가 직원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다른 회사의 정리해고 상황을 알고 보니 ERP라는 말에 무게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정리해고, ERP, 아웃소싱… 이런 단어들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 오긴 할까요? 회사생활을 오래 할수록 걱정만 느는 것 같습니다.

남주영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