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
<54>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4.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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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노동운동, 실력으로 말한다
회사 주식 매입해 경영참여운동 확대 나서
정보력 확장과 소통 강화로 새로운 노동운동 준비

ⓒ 현대증권지부

작년 11월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위원장 민경윤)는 한국신용평가정보 노조와 각 노조가 소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을 교환·매입하는 합의서를 체결하고 ‘경영참여연구소’를 출범시켰다. 기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노동조합의 경영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설립한 것이다.

현대증권지부와 한국신용평가정보 노조는 이 연구소를 통해 경영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을 배우고 펀드를 조성하는 등 노동운동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노동조합이 기존의 집회와 파업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미 회사 주식 매입 등을 통해 경영참여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현대증권지부는 앞으로 이를 일부 사업장이 아닌 한국의 노동운동 전반에 뿌리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사측과 실력으로 겨뤄가겠다

현대증권지부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2005년부터 조합비로 다달이 1억 5천만 원씩 회사 주식을 사들여 현재 100여만 주(자산가치 150~180억 원)를 지닌 주주가 됐다. 지부는 이런 추세라면 4, 5년 후에는 600억 원까지 자산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증권지부는 집회나 파업 같은 기존의 노동운동과 달리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진출시키거나 비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소송을 신청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통해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04년엔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인물(당시 하승수 변호사)을 사외이사로 확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재직 중 현대전자 주가를 조작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현대중공업에 보증채무를 지급해주는 각서를 작성해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2009년 승소하기도 했다.

현대증권지부 민경윤 위원장은 “노사갈등에 대응하는 확실한 방법이 회사경영 자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굳이 파업이 아니어도 주주의 입장으로 경영상에 압박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으로 기업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증권지부가 가야할 길은 멀다. 현대증권의 전체 발행주식 1억7천만 주 가운데 노조가 지니고 있는 주식은 약 1%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출하거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아직은 사측이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태생이 증권사이기 때문에 재무제표 분석 및 주주 관리를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특성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약 600만 주)과 소액주주 등이 노조의 우호 주주로 있으며, 외국주식 중 피델리티 자산운용이나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 등 일부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지부는 확실한 견제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주주총회 투표에서 지부가 2500만주를 얻어 사측이 얻은 2600만 주에 거의 육박하기도 했다. 이는 미래에셋이나 국민연금, 일부 외국계 주주의 지지를 받는 등 거대 주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돈독히 해온 결과였다.

ⓒ 현대증권지부


준비된 노조, 위기가 기회 된다

현대증권지부는 노조법 개정으로 변화된 노동운동 지형과 관련해 노조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도 오래전부터 마련해두었다. 현재 지부는 재정자립기금 수십억 원과 신협 운영을 통해 180억 원 등을 별도로 마련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지부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오히려 자신들에게는 더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윤 위원장은 “전임자임금이 금지되고 노조재정이 자립적으로 운영돼 사측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경우 노동운동이 더 강화된다”며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타임오프제를 통해 노조에 돈을 마련해주면서 생색내는 것은 노동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증권지부는 이미 자립적으로 운영할 방안이 마련된 상황에서 타임오프제 도입 등에 대해 사측과 논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노조의 독립성을 강조해 경영진의 틀에서 벗어나 조합원(노동자)들 위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 현대증권지부


아이폰 지급과 소통 강화

현대증권지부는 올해 초 전 조합원들에게 스마트폰의 하나인 아이폰을 지급했다. 원래는 노사공동으로 할 생각이었지만 사측에서 곤란하다는 눈치를 보이자 노조 재정으로 처리한 것이다. 민경윤 위원장은 이번 일이 노동운동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가 자기 힘만으로 전 조합원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지원했다는 점 이상으로 새로운 소통방식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민경윤 위원장은 “아이폰은 회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또 하나의 컴퓨터라 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직원들의 영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과의 의사소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민경윤 위원장의 아이폰 메모 안에는 어느 지점에서 지점장과 사원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물론 이미 회사 내의 사소한 정보나 비리까지도 낱낱이 보고되고 있었다.

현대증권지부는 앞으로 스마트 폰을 통해 트위터 등과 같은 소통수단으로 조합원과의 의사소통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전 방식의 노동조합 홈페이지 틀거리에서 벗어나 최신 정보들과 컨텐츠에 익숙한 조합원들의 취향에 맞추고 더 나아가 노조 스스로 이런 문화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지부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