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탄다고?
여름을 탄다고?
  • 서영민 한의학 박사
  • 승인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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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차, 제철 과일이면 거뜬

서영민
동국대학교 분당 한방병원 소아과
올해는 겨울이 길었던 만큼 여름도 굉장히 빨리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런 여름철에는 더운 날씨에 지치고 땀도 많이 흘려 기력이 약한 사람들은 다른 계절보다 더 지내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거기다 날이 더워서인지 자꾸 찬 것만을 찾게 되고 안 그래도 평소 입맛도 없는데 밥만 보면 속이 더부룩하고 때가 되어도 배고프지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들어 날씨 때문에 식욕이 떨어지며 팔다리가 나른하면서 무기력해지고 잦은 설사에 시달리게 되는데 흔히 이런 증상은 “여름을 탄다”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더욱이 한밤중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면서 밤새도록 전전긍긍하며 잠 못 이루다 보면 우리 몸의 생활리듬마저 깨뜨려 아침에 출근을 하는 것도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냉차, 냉커피는 피하라

 

이런 여름에 기력회복을 위한 보약을 쓰게 되면 여름나기가 한결 수월해지기도 하겠지만 제가 워낙 약 먹기를 싫어하는 체질이라 약보다는 일상에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민간요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름에 냉차나 냉커피를 마셔 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에는 뜨거운 기운이 모두 겉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차가운 기운은 속으로 들어가고, 더위로 온몸이 후끈거리고 땀을 뻘뻘 흘리더라도 뱃속은 차갑기 때문에 더운 여름을 이기기 위해서는 뱃속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는 음식들이 좋습니다.


우선 복날에 빠질 수 없는 삼계탕을 추천합니다. 삼계탕은 찬 음식으로 상하기 쉬운 소화력을 보강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닭의 따뜻한 성질과 기력을 증진시키는 인삼의 작용이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곰탕이나 사골 같은 음식들도 일시적으로 힘이 생기는 느낌은 있을 수 있으나 몸 속에 콜레스테롤을 축적시켜 성인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드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음식 이외에도 따뜻한 차는 심장기능에 도움이 되고 이뇨작용을 도와 여름철 날씬한 몸매를 가꾸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오미자나 황기, 쑥, 곽향, 둥글레, 대추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미자는 땀을 조절하고 더위를 식혀주는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비타민 A, C 등이 풍부해 신경계에 활력을 주므로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주며 더위를 이기고 갈증해소를 돕는 가장 좋은 한방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끓인 물이나 생수에 오미자를 담가둔 후 우려난 물을 마시면 좋습니다.


황기는 땀샘을 조절하고 쇠약해진 기력을 보충하는 약제로 땀이 많은 사람에게 좋습니다. 가정에서 황기 12g을 다려서 하루 세 번 나누어 먹으면 좋고, 만약 피로감도 심하다면 인삼 8g을 함께 넣고 끓이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곽향은 여름감기를 예방하고 지치고 찌뿌둥한 몸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데 효능을 가지고 있어 곽향 6g을 엷게 달여 하루에 3회를 마시면 여름을 이기는 명차가 될 수 있고, 대추차의 숙면을 유도하는 효과와 둥글레차의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는 작용은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쑥은 속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소화력을 촉진시켜주는 효능이 있어 찬 음료를 많이 먹어 나타나는 복통과 설사증세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수박, 복숭아 등 제철 과일 효과만점


그리고 여름을 이기는 차 이외에도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과일을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철 과일이 좋은데 특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과일로 수박을 비롯해 복숭아, 포도, 토마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더운 여름철 갈증을 풀어주는 수박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갈증을 풀어주며 더위를 가시게 해주는 과일로 특히 신장병과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열을 내려주는 작용이 뛰어난 과일입니다.


복숭아는 ‘백 살을 살 수 있는 신선들이 먹는 약’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알칼리성 과일로 몸의 저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특히 목욕물에 복숭아 잎을 띄우면 여름에도 부드러운 피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탐스럽게 익은 포도에 함유된 포도당과 과당은 장에 쉽게 흡수되어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장의 활력을 도와주어 소화기능과 장의 기능이 저하된 몸을 회복시켜 주는데 좋습니다.


또한 토마토는 위 속에서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작용을 해 식욕저하와 소화불량, 매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여름철에 섭취하면 특히 좋습니다. 더욱이 토마토 속에 함유된 루틴이라는 성분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내려주어 고혈압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